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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여러 가지 문학상이 있지만,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은 저랑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왔는데요. 거기다 제가 좋아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작품에 녹여냈다니 설레는 마음도 컸습니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A Horse Walks into a Bar>는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인데요. 2016년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선정되면서, 큰 화제를 몰고 왔었지요. 그 책을 읽었을 때도 제목과 다르게 무거운
소설이고, 그 무거움이 인간에 대한 이해의 과정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까요? 이 책 역시 조금은 심오하고, 난해한 이야기가 펼쳐져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마음도 있었던 거 같아요. 솔직히
유쾌함을 일단 바탕에 깔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 무리였을까요? ^^
이 책은 이스라엘의 도시 네타니아의 작은 나이트클럽에서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펼쳐진 스탠드 코미디 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코미디언인 도발레
G.의 아주 오래 전 잠시의 친구였지만, 그 후로 접점이
전혀 없었던 아비샤이의 기억을 통해 이런저런 이유로 놀림을 당하던 소년 도발레와 스스로 희화화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코미디언 도발레의 시간이 교차되기는
하지만요. 은퇴한 판사인 아비샤이는 40여년 만에 연락을
해온 친구의 자신을 정말로 봐주고, 그 것을 자신에게 이야기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찾아온 것인데요. 어쩌면 뜬금없고 약간은 무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그 전화에 아비샤이가 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했던 소년의 자기 고백과 잠깐의 우정을 나누었지만 곧 소년의 불우함을 외면했던 소년과의
잠깐의 화해, 표현을 고르기가 힘드네요. 잠깐의 교차점이라고
할까요? 또한 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이 입었던 피해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느낌도 들고요. 그리고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침묵했던 죄, 외면했던
죄, 생각하지 않았던 죄를 또 다른 형태로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무대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는 도발레보다 서서히 클럽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마음이 도리어 잘
이해가 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아비샤이와 함께 끝까지 남은 관객이 되어버렸던 지금은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왜 우리는 이제는 지나간 역사를 뒤로 흘려 보내고, 미래로
나아가자고만 할까라는… ‘정말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