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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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공감'이라는 말은 보이지 않게 저절로 따라 온다. 그녀의 이름이 가지는 파워는 여전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로 여성의 꿈과 성장을 북돋우는 '국민언니'... 이번엔 그 언니가 자신의 28년 육아 인생의 경험담을 풀어 놓으며 자신이 겪어 온, 자신과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는 젊은 엄마들에게 따뜻한 충고를 또 위안을 해준다.
이 책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서 말이다.

우선 나는 이 책의 제목에 작은 오해를 하고 읽었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 라는 책 제목을 '엄마의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 생각한 것. 책의 뒷부분을 보면 엄마의 자존감에 대한 얘기도 등장은 하지만 책의 주된 내용은 ' 엄마가 하는 '자녀의 자존감'에 대한 공부' 라는 쪽이 맞을 듯 하다.
(둘 다를 포함한 말이기도 할듯^^")

그러고 보면 나는 참 못된 엄마다 싶다. 아이의 자존감 보단 내 자존감 세우기, 지키기가 먼저인 엄마...( 부끄럽다.^^")

엄마 노릇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단연코 이야기 할 수 있는 나는, 가끔 생각해 보았다. 아이를 가지기 전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배우는 학교가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하고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명강사로 여성들에게 꿈과 성장을 북돋는 국민 언니, 멘토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역시 육아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나 보다. 몇 해 전 그녀의 둘째 아이의 고등학교 자퇴 선언이 그녀의 자녀교육, 좋은 엄마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했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일상 속 아이와의 작은 에피소드, 대화들과 그녀가 그 때마다 얻은 깨달음, 또 그녀의 현명한 대처법들이 책에는 담겨 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아이에게 '자존감'을 선물하는 것이 라는 것.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스스로를 세우는 힘 , 바로 '자존감' 말이다.

남들 관점에서는 '완전 망한(?)' 우리 아들이 정상적으로, 오히려 자퇴를 계기로 더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된 건 순전히 나의 후한 점수 때문이다.... 내 아이의 재능과 특성 그리고 그 아이만의 갈등을 모르는 여자에게 점수를 내달라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아이 점수는 항상 내가 매겼다. 그 점 수 속에는 아이 혼자만의 갈등, 혼자 꿋꿋이 버텨낸 것에 대한 믿음, 아직 빛을 보지 못했지만 분명 자신의 꿈을 키워갈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이 포함됐다. 그리고 나는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아주 주관적인 나만의 점수를 주곤 했다.
- - <옆집 얘기 그만 들어야 내 아이의 말이 들린다>중 , 78쪽


책을 읽으며 새로운 것을 알아 내기 보다는 나의 육아 방식에 대한 '반성'이 더 많았다.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하며 내 아이에게, 내 아이의 말에 포커스를 맞추지 못한 것, 특히 '충고를 가장한 지적 폭력'을 가했다는 것은 내 머리를 딱 치게 하는 반성이었다.

아무리 작은 시도일지라도 아이는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엄마에게 잘난 척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엄마가 더 잘난 척을 해버렸다. 엄마의 가르침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많은 것들이 아이에게는 '지적 폭력'이 되기도 한다. 엄마의 얄팍한 지식으로 아이의 인정 욕구에 상처를 내는 지적 폭력. 그것은 아이에게 더 이상 충고가 아니라 조롱일 뿐이다.
- <충고를 가장한 '지적 폭력'을 멈춰라> 중, 127쪽


어찌되었든 나는 엄마다. 배 속에서 작은 생명이 꼬물거릴 때부터, 아이가 태어나 첫 울음을 떠뜨리고, 성장을 하고, 삶의 여정을 하는 동안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하고 또, 수많은 좌절과 실패의 경험을 옆에서 지켜보고, 말없이 안아주기도 ,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기도 해야 할 엄마다.

저절로 좋은 엄마, 강한 엄마가 되는 법은 없다. 어떻게 무엇이든 그 공부는 혹독하게 치르게 된다. 매일 매일의 일상이 아이들에게 미안과 후회와 감사인 나는 매일 그 공부를 하는 중이다. 아주 더디게 말이다.
이 책이 나의 공부에 가속을 붙게 할 참고서 중 한 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저자가 잠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마지막에 그녀의 큰 딸의 편지는 그녀의 엄마로서의 인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 편지로 그녀의 충고가, 조언이 유익함이 검증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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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and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0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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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돌린 tv채널 중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5분 정도의 영상...<지식채널ⓔ> 였다.
당시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과 짧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기에 뇌리에 오래도록 남곤 했다.

<지식채널ⓔ>를 바탕으로 당대의 이슈와 인문학적 해설이 더해져 책으로 만들어진 스테디셀러 <지식ⓔ>시리즈 .
사실 나는 <지식ⓔ>를 읽어보기 전에 <어린이 지식ⓔ>를 먼저 읽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과 구성이었음에도 성인인 내가 읽기에도 무척 유익해서 그 다음 <지식ⓔ>를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초등학생 아들에게 <어린이 지식ⓔ>를 권장하여 읽혔다.^^)
그렇게 읽게 된 <지식ⓔ>시리즈는 나의 앎과 삶에 큰 지혜를 주는 책이었다.

이번에 읽은 <지식ⓔ and>는 <지식ⓔ> 시리즈의 열 번째 책으로, 앎과 삶을 연결해 주는 '시간'을 맥락으로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크로노스(Chronos)'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객관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몰랐던, 알면 좋았을 것들, 사건에 대한 의제들을 담았다.
세월호 사건 중심으로 살펴본 보도윤리의 문제, 대한민국 헌법 개정사와 개헌 논의, 사회복지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 가축 살처분과 동물복지 등이 그것이다.

2부는 '카이로스(Kairos)'로 주관적인 시간, 각각의 개인에게 의미가 있고 기회가 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몰랐던, 알면 좋았을 사람들, 즉 그 시대의 한계와 모순을 돌파해나가려 했던 인물들의 삶을 다루었다. 물랭루주에서 일하는 매춘부 여성들을 캔버스에 옮기며 '편견없이 보는 것 '에 대해 의미를 환기시킨 '툴루즈 로트레크',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후 죽음에서 길어낸 시를 써왔던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식민지 시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노동 운동가였던 '강주룡'의 삶, 환자의 치료에 있어 그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정서와 삶을 좀더 살피는, 병례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올리버 색스'의 삶 등이 담겨있다.


참 오랜만 비문학 장르의 책을 재미있게 흠뻑 빠져 읽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지식과 앎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채워줌과 더불어 가슴까지 머리 속의 지식이 전해지는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의 2부에서 다루는 여러 인물들의 삶들이 나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정작 알아야 할 , 그러나 모르고 지나치는 지식들을 활자를 통해 이토록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앎이 나의 삶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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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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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이루어져있다.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 와 번뇌로 가득찬 ,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이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한 대화로,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건가'라는 내용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플라톤의 <대화편>과 유사한 구성으로 철학자의 이야기에 반박하는 젊은 이의 모습 등이 극적 요소로 느껴져서 더 흥미진진하게 몰입하여 읽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을간략히 살피면

# 청년이 갖는 의문: 세계는 단순하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철학자: 우리는(인간은) 변할 수 있는 존재이다.

*청년의 반박: 인간은 변하고 싶어도 변하지 못한다.
친구의 예를 들어 과거의 일(트라우마)이 원인이 되어 변하지 못하고 있다.

*철학자: 트라우마란 존재하지않는다.
과거의 사건(원인)이 현재의 나(결과)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즉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원인론과 목적론)
내 불행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대로의 나'로 살지 않고 생활 양식을 바꾸려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아들러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이다.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말하자면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63쪽

*청년 : 나는 나자신이 싫다.

*철학자 : '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결과가 어떻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용기 부여)
"고민을 없애려면 우주 공간에 그저 홀로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불가능.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주관적 해석이다.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닌 '이상적인 나' 와 비교하여 생기는 것이어야한다.
열등감은 '경쟁'과 연결된다. 인간관계의 중심에 경쟁이 있으면 인간은 영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청년: 인간관계의 고민은 '인정욕구'에 집약된것이 아닌가. 우리 인간은 늘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을 필요로 하며 살아간다.

*철학자: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인정 욕구를 부정한다. 타인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지 말라.
타인의 기대, 부모와 선생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쓰다 괴로워한다.
과제를 분리하여야 한다.(과제의 분리)
-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타인의 과제에는 함부로 침범치 않는다.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는 것과 타인의 과제를 떠안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고민과 괴로움을 준다. 경계를 정하여 타인의 과제는 버리자.
인생의 짐을 덜고 인생을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청년: 어떻게 해야 자유로워지나?

철학자 :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 - 남이 나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한 자유롭지 못함.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 달라질 걸세.
- 189쪽

*청년 : '과제의 분리'가 인간관계의 출발점이라고 하셨는데 인간관계의 '목표'는 어디에 있나?

* 철학자 : 결론은 '공동체 감각'이다. - 타인을 친구로 여기고 거기서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 '공동체 감각'이다.
공동체 감각이 행복한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이것은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공헌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이는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수평적 관계를 맺고 용기부여의 과정을 거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함으로써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게 된다.

* 청년 : 하지만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해도 나만 신경쓰이고 나만 보인다.

*철학자 : 자기에 대한 집착을 타인에 대한 과심으로 돌리고 공동체 감각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의해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이런 나'를 받아들이는 것.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자기수용.
다른 사람을 믿을 때 조건을 일절 달지 않는 것. 이때 배신은 타인의 과제이다. - 타자신뢰
친구인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 해주는 것, 공헌하려는 것. - 타자공헌


우리는 능력이 부족한것이 아니라네. 그저 '용기'가 부족한 거지
- 262쪽

*청년 : 행복해질 용기. 그 용기를 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 철학자: 인간에 있어 최대 불행은 자기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나는 공동체에 유익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라는 생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겠된다. 즉 타자공헌이 그 방법이다.

*청년: 행복이란 '공헌감' 이라고? 내가 바라는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다! 자아실현에서 오는 행복이 내가 원하는 것.

*철학자 : '평범해질 용기'가 필요.
우리의 인생은 직선이나 곡선처럼 하나의 선으로 쭉 이어지지 않았다 - 인생은 점같은 찰나이다. '지금, 여기'를 살자.
- 내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무의미한 나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자.

* 청년: 어떻게 해야 제 인생에 걸맞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 철학자 :
우리 인생에도 '길잡이 별'이 필요하네. 그 별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지침이자,이 방향으로 쭉 가다 보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믿음을 주는 절대적인 이상향이라네.
- 317쪽
'내'가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세계란 다른 누군가가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바뀔 수 있다.
- 319쪽

철학자는 말한다.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단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다.


좋은 책을 만나면 읽는내내 기쁘고 감동에 벅차지만 읽은 후에 리뷰를 쓰기가 참 난감하다.
책에서 받은 감동과 순간순간 내 사유의 흔적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없어서이다. 이 책도 그러한데 더구나 읽은지 며칠이 지나서 읽은 흔적을 남기는터라 더 많이 부족하리라 생각된다.

책에 등장하는 청년과 철학자는 이 책의 두 저자인 '고가 후미타케'와 '기시미 이치로'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생소했던 '아들러 심리학'이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필터로 걸러 읽은 셈인데 의외로 평이하고 또 재미 또한 있었다.

책 속 청년의 반박이 너무나 나의 일반적이 견해와 닮아 있었기에 더욱 더 공감되게 읽었고, 아들러 심리학의 견해에 따르면 내가 얼마나 책속에서 철학자가 지적한 그 문제와 모순이 가득 찬 사람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늘 내가 고민해왔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좀 충격적이었다.
설득을 당하면서도 완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책을 읽으며 나름의 사유를 거친 나는 이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그 열쇠는 내가 쥐고 있음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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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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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내 머리 속의 2주 간의 피아노 콩쿠르도 막을 내렸다. 너무 좋은 음악과 너무 좋은 음악가들과 너무 좋은 글을 만끽한 이 기분은 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을 쓴 온다리쿠의 필력에 감탄해마지 않는다. 한마디로 너무 좋다!


소설의 배경은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요시가에 피아노 콩쿠르'로 이는 세계 각지에서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클래식 음악계의 유망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적인 이벤트다. 2주간의 콩쿠르 일정 동안 여기에 참가한 각 인물들의 배경과 음악, 그들의 음악적 성장을 소설은 담고 있다.


프랑스 파리 콩쿠르 오디션장에 참가자로 화제가 된 소년. 소년의 이름은 '가자마 진'.
앳된 얼굴, 흙투성이 손, 양봉가의 아들로 피아노와 관련해선 무이력의 참가자이나 그의 자유 분방하고 훌륭한 연주 실력에 오디션장은 충격에 휩싸인다. 더구나 그 소년은 세계적인 음악의 전설 '유지 호프만'의 추천이 있었던 것.

"여러분에게 가자마 진을 선사하겠다.
말 그대로 그는 ‘기프트’이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험받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이자 여러분이다.
그를 체험하면 알겠지만, 그는 결코 달콤한 은총이 아니다. 그는 극약이다.
개중에는 그를 혐오하고, 증오하고, 거부하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 또한 그의 진실이며, 그를 '체험'하는 이의 안에 있는 진실이다.
그를 진정한 '기프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으로 삼을 것인지는 여러분, 아니, 우리에게 달려 있다." - 41쪽

또 다른 인물들은
한때 주니어 콩쿠르를 제패하며 천재 소녀로 불렸지만 어머니를 잃고 돌연 무대를 떠났던 '에이덴 아야'.
그리고 출중한 실력과 외모까지 겸비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줄리아드음악원 출신 일본계4세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왔던 악기점 점원 '다카시마 아카시'.

이들의 연주가 예선1,2,3차를 거쳐 본선까지 이어진다. 이들 중 본선에서 우승을 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 693페이지에 이르는 소설 분량에 압도 당했고, 그리고 그 흡입력, 가독성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실 작품 내용만을 보면 한 콩쿠루의 이야기를 다룬 단순한 구조인데 그것도 클래식 음악이기에 나같은 클래식 문외한이자 '막귀'는 지루할 듯도 어려울 듯도 할 법한데 이렇게 몰입성, 흡입력, 가독성있는 작품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필력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악보에 음표로 표시되는 그 음악을 글로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읽을 수록 감동이었다. 더구나 음악 한 곡 한 곡, 등장 인물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묘사 하나하나가 이렇게 실로 풍요롭고 다채롭게 표현이 될 수 있는지, 어느 부분 겹치거나 유사하게 표현되는 부분이 없게 느껴졌다. 작가가 취재만11년, 또 7년에 걸쳐 쓴 작품이라는 것이 수긍이 되었다.

등장인물들이 연주하는 음악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기도 하고 또 신기하게도 인물들 간의 콩쿠르 당락 여부에 가슴이 뛰기도 하는 등의 긴박감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음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그 의미는 뭘까 하는 생각이 소설을 읽으며 감정이입이 되어 등장인물을 통해 또는 함께 잠깐씩 생각해 보기도 했다.


2017 제14회 서점대상과 제156회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달성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걸맞는 소설!
장담컨대 이 작품을 읽는 이들은 모두 이 소설에 매료될 것 같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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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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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자신을 다시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건가요?' 라는 주제로 한두 달 전에 열린책들 출판사 포스트 이벤트가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잠1,2> 출간을 맞아 내건 이벤트였다. 그 때 나는 20년 전 내가 짐작치 못했던 그 이후의 사건을 떠올리며 이후 후회하지 않도록 20년 전 나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이벤트 당첨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 대출예약을 걸어 두고 추석 연휴에 나에게로 온 반가운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1,2> !!
언제나 그의 책은 상상력이 기발하고, 신비롭고, 가독성도 훌륭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크 클라인' 28세의 의대생이다. 아버지는 항해사였고 그가 열한 살 때 항해 중에 목숨을 잃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 클라인'은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고 있다.

카롤린은 아들 자크에게 어렸을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고, 자크는 그 영향으로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 자신만의 꿈 세계인 상상의 분홍 모래섬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는 데 까지 이르렀다.

카롤린은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었는데 이는 수면 6단계를 발견하려는 것으로, 이 단계는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근육은 이완되지만 뇌 활동은 훨씬 활발해지며, 시간의 지각도 달라지게 되는 단계. 그러나 실험 도중 사고로 피험자가 사망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이 일을 계기로 카롤린은 해고당한다. 그리고 카롤린은 그날 저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아들 자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나서고 꿈속의 분홍 모래섬에서 자신의 20년 뒤인 48세 자크를 만나게 된다. 48세의 자크는 어머니가 위급한 상황에 있으니 말레이시아로 갈 것을 재촉하고 자크는 두번의 같은 꿈속 만남을 가진 후에서야 그것을 믿고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 카롤린이 찾아갔다는 '꿈의 민족'으로 알려진 '세노이족'을 찾아 나선다.

이제 자크는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머니가 연구 중이었던 <비밀 프로젝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스포의 우려가 있어 이야기는 여기까지...)

20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꿈속의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역시 소설의 본문 시작 전에 위의 문구가 있다.
소설의 내용이 조금은 예상이 된다 싶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었다. 작가의 기발하고 천재적인(?) 상상력과 실재인듯 허구인 과학적인듯 비과학적인 소재들...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읽어 내고 재미도 있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나의 첫 마디는 '후~~어렵다'였다. 잠이라는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이 어렵게 느껴졌던 걸까? ^^" (나만 그런걸로~~~)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 이 소설은 1980년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과학 전문 기자 시절에 썼던 자각몽자에 관한 르포에 뿌리를 두었다고 한다. 저자는 직접 스스로 자각몽 체험을 했고, 또 본인 역시 불면증으로 실제 스마트폰에 수면분석 프로그램을 깔아 활용했고, 여러가지 색다른 경험을 한 것을 소설에 활용을 했다.

잠, 죽음을 소재로 했다는 면에서는 과학적 영역을 다루었으나 소설의 내용의 전개를 보건대 육체에서 그 한계를 넘어 간 정신적 영역으로 풀어 낸 것은 저자가 실제 과학 연구와 허구를 잘 섞어 매치시킨 것 같다. 거기에 미지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잠', '무의식' 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고, 작가의 입담까지 더해져 있으니 읽는 독자들을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


ㆍㆍㆍㆍㆍㆍ클라인의 병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최고의 역설은 바로 바깥이 안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외부가 내부로 통한다. 우리를 멀리 데려가는 길 끝에 이르러 우리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삶의 완숙기에 젊음의 문이 있다. - 2권 280쪽

소설에서 소재로 쓰인 '클라인의 병'과 이 소설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20대의 주인공이 40대가 된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도, 주인공의 지리적 여정도, 그의 내면의 여정도 말이다.

늘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을 때면 유쾌하고 재미있게 빠져 읽게 되고,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러면서도 다루는 소재나 내용은 다소 어렵다고 느껴지며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게 된다.

"상상력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은 현실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라는 소설 본문 속 문장이 어쩜 그렇게도 작가가 쓴 문장으로 잘 어울리는지.
마치 그가 내 귀에 대고 읊조리는 듯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오랜만에 읽는지라 읽으면서 몇 년 사이에 내 소설 취향이 많이 달라졌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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