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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평점 :
후~~~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내 머리 속의 2주 간의 피아노 콩쿠르도 막을 내렸다. 너무 좋은 음악과 너무 좋은 음악가들과 너무 좋은 글을 만끽한 이 기분은 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을 쓴 온다리쿠의 필력에 감탄해마지 않는다. 한마디로 너무 좋다!
소설의 배경은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요시가에 피아노 콩쿠르'로 이는 세계 각지에서 엄격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클래식 음악계의 유망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적인 이벤트다. 2주간의 콩쿠르 일정 동안 여기에 참가한 각 인물들의 배경과 음악, 그들의 음악적 성장을 소설은 담고 있다.
프랑스 파리 콩쿠르 오디션장에 참가자로 화제가 된 소년. 소년의 이름은 '가자마 진'.
앳된 얼굴, 흙투성이 손, 양봉가의 아들로 피아노와 관련해선 무이력의 참가자이나 그의 자유 분방하고 훌륭한 연주 실력에 오디션장은 충격에 휩싸인다. 더구나 그 소년은 세계적인 음악의 전설 '유지 호프만'의 추천이 있었던 것.
"여러분에게 가자마 진을 선사하겠다.
말 그대로 그는 ‘기프트’이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험받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이자 여러분이다.
그를 체험하면 알겠지만, 그는 결코 달콤한 은총이 아니다. 그는 극약이다.
개중에는 그를 혐오하고, 증오하고, 거부하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 또한 그의 진실이며, 그를 '체험'하는 이의 안에 있는 진실이다.
그를 진정한 '기프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으로 삼을 것인지는 여러분, 아니, 우리에게 달려 있다." - 41쪽
또 다른 인물들은
한때 주니어 콩쿠르를 제패하며 천재 소녀로 불렸지만 어머니를 잃고 돌연 무대를 떠났던 '에이덴 아야'.
그리고 출중한 실력과 외모까지 겸비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줄리아드음악원 출신 일본계4세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왔던 악기점 점원 '다카시마 아카시'.
이들의 연주가 예선1,2,3차를 거쳐 본선까지 이어진다. 이들 중 본선에서 우승을 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 693페이지에 이르는 소설 분량에 압도 당했고, 그리고 그 흡입력, 가독성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실 작품 내용만을 보면 한 콩쿠루의 이야기를 다룬 단순한 구조인데 그것도 클래식 음악이기에 나같은 클래식 문외한이자 '막귀'는 지루할 듯도 어려울 듯도 할 법한데 이렇게 몰입성, 흡입력, 가독성있는 작품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필력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악보에 음표로 표시되는 그 음악을 글로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읽을 수록 감동이었다. 더구나 음악 한 곡 한 곡, 등장 인물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묘사 하나하나가 이렇게 실로 풍요롭고 다채롭게 표현이 될 수 있는지, 어느 부분 겹치거나 유사하게 표현되는 부분이 없게 느껴졌다. 작가가 취재만11년, 또 7년에 걸쳐 쓴 작품이라는 것이 수긍이 되었다.
등장인물들이 연주하는 음악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기도 하고 또 신기하게도 인물들 간의 콩쿠르 당락 여부에 가슴이 뛰기도 하는 등의 긴박감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음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그 의미는 뭘까 하는 생각이 소설을 읽으며 감정이입이 되어 등장인물을 통해 또는 함께 잠깐씩 생각해 보기도 했다.
2017 제14회 서점대상과 제156회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달성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걸맞는 소설!
장담컨대 이 작품을 읽는 이들은 모두 이 소설에 매료될 것 같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