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0 - 5부 5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0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 20권, 제 5부5권이다.

기나긴 장정의 마지막이라 시원섭섭함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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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에게서 나온 자신의 딸 양현의 출생을 알고 도망치듯 만주로 건너간 이상현. 그의 근황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다 이제 마지막 20권에 드디어 등장한다.
무소식이 희소식만은 아닌가보다. 그는 폐인처럼 살아 가고 있었다. 매일 술에, 시비에...
독립지사로서 큰 인물이었던 아버지의 그늘에 살아야 해서 그랬을까. 배운 학식에 그래도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해서 또 다른 그의 삶을 기대했거늘 그는 그리도 나약하고 한심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과거 서희와의 혼인 이야기가 틀어진 데서부터 그의 삶이 그리 어긋난 것일까. 가엾고 불쌍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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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조준구가 죽고 그제서야 편안한 듯한 삶을 사는 조병수. 곱추라서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하고 다른 이의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 왔던 눈이 맑은 사람 조병수.

조준구와 같은 사람에게서 어찌 그런 효자가 나왔는지 감동을 했었는데 마지막 그가 하는 말 또한 감동이란 말로도 모자라다.


" 불구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같이 살았을 것입니다. 화려한 날개를 뽐내고 꿀의 단맛에 취했을 것이며 세속적인 거짓과 허무를 모르고 살았을 것입니다. 내 이 불구의 몸은 나를 겸손하게 했고 겉보다 속을 그리워하게 했지요. 모든 것과 더불어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물과 더불어 살게 되었고 그리움 슬픔 기쁨까지 그 나뭇결에 위탁한 셈이지요. 그러고보면 내 시간이 그리 허술했다 할수 없고..."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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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형 김두수(거복)은 만주에서 일본 밀정을 하며 악행을 저지르며 살다가 이제는 나이가 들고, 할 일이 없어지자 조선으로 돌아왔다.
한때 독립운동에 일조를 하기도 한 한복은 또 형 김두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했다. 과거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멍에를 지고서도 끝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뿌리를 박고 꿋꿋히 살아내온 한복. 그 반대인 형 김두수와는 형제지만 너무나 판이하게 삶을 살아왔음을 보여 준다.
서울로 형을 만나러 간 한복.
김두수는 말한다.

" 내가 어째서 조선사람이야! 나는 벌써 옛날 옛적에 조선사람은 사양했다. 내가 이놈의 땅에서 받은게 뭐야? 천대와 학대, 배고픔뿐이었다. 그 서러운 세월은 내가 잊어? 못 잊는다! 내 마음속에는 저주와 미움밖에 없어! 너는 어릴적 일을 잊었나? 병신같은 놈아! 너는 어릴적 일을 다 잊었다 그 말가!"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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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영팔 노인이 죽음으로써 토지의 1세대 인물들은 이제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몽치, 양현, 찬하, 오가타, 영광의 이야기들...
해도사와 소지감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모임,
이홍의 딸 상의의 일본인 학교 생활 등 일제말의 현실이 적극적으로 그려짐으로써 이제 광복만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20권은 후일담 형태로 펼쳐지는 평사리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주요 인물들 간에 얽혔던 한들이 한겹씩 풀어짐을 보여준다.


1945년 8월 15일. 양현은 강가에 나갔다가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 서희에게 전한다.

1897년부터 반세기 가까이 달려온 토지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


아... 그 마지막 장면과 함께 숨죽이며 매 한 권 읽어 왔던 나 역시 긴 한숨으로 마무리 된다.


매주 한 권씩, 아껴아껴 읽어 왔던 <토지> 의 대장정이 끝났다. 많은 인물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지난 몇 개월이 꿈만 같다. 그들과 지난 그 세월을 함께 살아온 착각마저 든다.
토지에 빠져 지난 몇 달간은 다른 책을 읽어도 마음 속 깊이 느껴지지 못했고 , 토지에 취해 생활했던 것 같다.


한국인이라면 읽어야 할 한 책을 고르라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하겠다. 그러기에 또 언젠가 나는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것이며, 내 지인이, 내 아이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행복했다. 지나온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우리 민초들이 그 많은 한들을 지니면서도 우리 토지, 우리 땅을 지키며, 단지 '지키내며', '이겨내고', '살아 견뎌내 왔다' 는 그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그 후손이며 이 땅에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 수 있어 더욱 행복했다.


한동안 긴 여운으로 또 다른 책들을 읽으며 무언가를 찾듯 할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에게,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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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사람 2019-01-09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인라면 읽어야 한다는 도서후기 와 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