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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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자신을 다시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건가요?' 라는 주제로 한두 달 전에 열린책들 출판사 포스트 이벤트가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잠1,2> 출간을 맞아 내건 이벤트였다. 그 때 나는 20년 전 내가 짐작치 못했던 그 이후의 사건을 떠올리며 이후 후회하지 않도록 20년 전 나에게 충고를 해주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이벤트 당첨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 대출예약을 걸어 두고 추석 연휴에 나에게로 온 반가운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1,2> !!
언제나 그의 책은 상상력이 기발하고, 신비롭고, 가독성도 훌륭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크 클라인' 28세의 의대생이다. 아버지는 항해사였고 그가 열한 살 때 항해 중에 목숨을 잃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 클라인'은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고 있다.

카롤린은 아들 자크에게 어렸을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고, 자크는 그 영향으로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 자신만의 꿈 세계인 상상의 분홍 모래섬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는 데 까지 이르렀다.

카롤린은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었는데 이는 수면 6단계를 발견하려는 것으로, 이 단계는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근육은 이완되지만 뇌 활동은 훨씬 활발해지며, 시간의 지각도 달라지게 되는 단계. 그러나 실험 도중 사고로 피험자가 사망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이 일을 계기로 카롤린은 해고당한다. 그리고 카롤린은 그날 저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아들 자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나서고 꿈속의 분홍 모래섬에서 자신의 20년 뒤인 48세 자크를 만나게 된다. 48세의 자크는 어머니가 위급한 상황에 있으니 말레이시아로 갈 것을 재촉하고 자크는 두번의 같은 꿈속 만남을 가진 후에서야 그것을 믿고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 카롤린이 찾아갔다는 '꿈의 민족'으로 알려진 '세노이족'을 찾아 나선다.

이제 자크는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머니가 연구 중이었던 <비밀 프로젝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스포의 우려가 있어 이야기는 여기까지...)

20년 전으로 돌아가 젊었을 적의 자신을
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꿈속의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역시 소설의 본문 시작 전에 위의 문구가 있다.
소설의 내용이 조금은 예상이 된다 싶었다.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니었다. 작가의 기발하고 천재적인(?) 상상력과 실재인듯 허구인 과학적인듯 비과학적인 소재들...
가독성이 좋아 순식간에 읽어 내고 재미도 있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나의 첫 마디는 '후~~어렵다'였다. 잠이라는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이 어렵게 느껴졌던 걸까? ^^" (나만 그런걸로~~~)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 이 소설은 1980년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과학 전문 기자 시절에 썼던 자각몽자에 관한 르포에 뿌리를 두었다고 한다. 저자는 직접 스스로 자각몽 체험을 했고, 또 본인 역시 불면증으로 실제 스마트폰에 수면분석 프로그램을 깔아 활용했고, 여러가지 색다른 경험을 한 것을 소설에 활용을 했다.

잠, 죽음을 소재로 했다는 면에서는 과학적 영역을 다루었으나 소설의 내용의 전개를 보건대 육체에서 그 한계를 넘어 간 정신적 영역으로 풀어 낸 것은 저자가 실제 과학 연구와 허구를 잘 섞어 매치시킨 것 같다. 거기에 미지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잠', '무의식' 에 대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고, 작가의 입담까지 더해져 있으니 읽는 독자들을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


ㆍㆍㆍㆍㆍㆍ클라인의 병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최고의 역설은 바로 바깥이 안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외부가 내부로 통한다. 우리를 멀리 데려가는 길 끝에 이르러 우리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삶의 완숙기에 젊음의 문이 있다. - 2권 280쪽

소설에서 소재로 쓰인 '클라인의 병'과 이 소설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20대의 주인공이 40대가 된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도, 주인공의 지리적 여정도, 그의 내면의 여정도 말이다.

늘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을 때면 유쾌하고 재미있게 빠져 읽게 되고,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러면서도 다루는 소재나 내용은 다소 어렵다고 느껴지며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게 된다.

"상상력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은 현실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라는 소설 본문 속 문장이 어쩜 그렇게도 작가가 쓴 문장으로 잘 어울리는지.
마치 그가 내 귀에 대고 읊조리는 듯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오랜만에 읽는지라 읽으면서 몇 년 사이에 내 소설 취향이 많이 달라졌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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