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유쾌 발랄 활력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민숙 옮김, 에리히 라우쉔바흐 그림 / 은행나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저는 책제목만 보고 이 책을 골랐습니다. 제가 지방간이 있다고 진단받았기 때문에,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이 쉽고 재미있게 간에 관해 뭔가를 가르쳐 줄 거라 기대한 것이죠. 그런데 왠 걸요. 머리말에 해당되는 글부터 심상치 않네요. “머리말은 머저리도 읽지 않는다.” 저는 머저리가 되지 않으려고 휙 건너뛰었습니다. 처음부터 공중화장실의 센서에 관한 유머로 시작하네요. ‘어, 이런 책이었어?’하며 실망했는데, 세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자의 유머에 슬슬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의 신부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고, 단순하고 협동적인 일상을 살기 때문이라나요. 그리고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참으로 단순한 일이다. 다만 단순해지지가 어려울 뿐.” 요즘 유행하는 개그가 생각납니다. ‘행복하기 어렵지 않아요. 단지 단순해지기만 하면 되요. 아침 몇 시에 일어날까 고민하지 않으면 되요. 아침에 일어나 뭘 먹을까 뭘 입을까 고민하지 않으면 되요. 오늘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지 않으면 되요. 늙어서 편히 살기 위해 얼마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으면 되요. ~ ” 으이그! 과연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유머죠!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 침대 이불을 정리하지 않는 게 좋다고 넉살스레 말합니다. 이유는 매트리스가 차가와져 진드기가 아침부터 완전히 맛이 가 버리기 때문이라나요. 의사라서 그런지 병원과 의사에 관한 유머가 특히 재미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병원을 찾아가는데, 이로 인해 의사가 아니라 대기실 사람들이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다 알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대기실은 일종의 자조집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좋은 치료법인가요?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은근히 비꼬고 있군요.

   코감기에 걸려 콧물이 흐를 때, 어떻게 처치해야 할까요? 히르슈하우젠은 사람들이 코를 풀고는 자신의 손수건에 묻은 내용물을 슬프게 들여다보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리고는 최고의 처방전을 내립니다. “땅바닥에 코를 푸는 것이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바이러스가 추위와 무료함에 떨다가 결국 죽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땅바닥에 코를 푸는 것은 공동체를 위한 심오한 이타주의가 되는 것이죠. 문제는 사람들이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코 푸는 사람을 형편없는 인간으로 취급한다는 것! 하지만 당신은 코가 근질거리기 시작하면, 타의 모범이 되어 땅바닥에 코를 풀어 버릴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하하!

   감기에 대한 다른 유머. 콧물이 멈추지 않으면 사람들이 의사에게 쪼르르 달려가는데, 그건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약사에게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왜냐하면 약사는 플라시보 효과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없는 물건을 팔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기에 대해 이토록 많은 약이 존재하는 것은 그 중 어떤 약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증거 아닌가요? 그럼 어쩌라고?

   저자는 분명 코메디언입니다. 콜센터 전화연결 기다리기를 고대의 중국의 잔인한 고문과 연결시키고, 처음부터 닳아빠진 채 출시되는 스톤워시(Stone-washed) 청바지를 사 입는 것을 비꼽니다. 마지막에, 고급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하거나 마실 때는 거들먹거릴 필요가 있다나요. 분명히 명심할 것은 몸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양은 여자는 반 잔, 남자는 한 잔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을 의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무엇이든 마실 때마다 항상 생각하라. 간은 할 일이 많아질수록 커진다.”

 

   유머야 말로 의학적으로 치료를 돕는 약이라고 믿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이 이 책에서 제대로 의사역할을 했네요. 이 책은 ‘유머 건강처방전’ 맞습니다. 영양제 링거(ringer) 한 병 맞은 것보다 낫습니다. 이 책, 사과가 읽으면 풋사과가 되고, 바나나가 읽으면 ‘바나나킥’이 되겠는데요?!? 딸 녀석에게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실내화’는 영어로 자기를 어떻게 소개하는지 알아요?” “Excuse me(실내홥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마치 딸 녀석에게 이런 생뚱맞은 유머를 듣는 것과 같습니다. 유쾌해집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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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개정판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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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책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입니다. 이 책 안에는 책을 읽거나 책을 가까이 두고 있는 여자들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의 취미가 미술과 책읽기라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저의 취향에 딱 맞는 책이다 싶었습니다. 저의 눈과 머리와 마음 모두를 만족시켜줄 것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책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그림들을 재빠르게 넘겨보았습니다. 그림 안의 책 읽는 여인들이 매우 아름답고 친근하게만 느껴지는데, 왜 책 제목을 이렇게 강렬하게 달았을까요? <책 읽는 여자는 아름답다>다 더 근사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저자의 말’(pp.14~50)과 세 번에 걸친 ‘조이한 ․ 김정근의 책 읽기와 여자’ 글(pp. 82이하, 110이하, 174이하)을 읽으면서 제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13세기 이후 21세기까지의 독서의 역사, 특히 ‘여자의 독서가 의미하는 바’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모두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전에는 하나의 특권이었습니다. 계몽주의 이후 ‘그 책’(The Bible)의 절대적 권위가 상실되고, 책은 절대적 진리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자아 인식과 자아 해석을 위해 도구가 되었습니다. 확실히 책을 읽는 사람은 깊이 생각하고, 독자적인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여자들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핵심을 꿰뚫는 능력이 있기를 원치 않는 남자는 여자의 독서를 위험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추천의 말’을 쓴 엘케 하이덴라이히는 “여자는 책을 읽는 남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자는 책 읽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p. 254)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 자신감, 자기 생각에 대한 용기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분명, 책 속에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하! 그래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고 한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정확히 말하자면, ‘한 때, 남자들에게 책 읽는 여자는 위험했다’가 아닐까요?

   

 

   저는 여전히 이 책의 제목이 <책 읽는 여자는 아름답다>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 책의 그림에 나오는 책 읽는 여자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여인>을 보십시오. 저자가 잘 설명했듯, “화가는 독서의 순간에 보이는 두 개의 시선, 즉 주의 깊게 책의 행간에 고정된 시선과, 독서 때문에 생겨난 감정과 꿈속에서 자신을 잊은 채 자유롭게 떠다니는 시선을 포착하는 데 성공”(p. 100)했습니다. 그림속의 여인은 화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독서의 세계에 깊게 빠져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완전히 다른 세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위험한가요? 저에게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녀만의 세상에 머물러 있기에 쉽게 다가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깊은 사랑에 빠질 것 같습니다. 구스타프 아돌프 헤니히의 <독서하는 소녀>에는 독서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더 현대적으로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모든 것은 내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방금 세상에서 벗어난 것 같은 그녀의 분위기와 내면성은 독특한 매력을 발산”(p. 125) 합니다. 그림 속의 이 여인들이 무슨 책을 읽고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독서를 통해 전혀 다른 세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많은 작품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웬 존의 <회복기의 환자>,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작품, <본 지방의 병원>, 책 표지그림으로 쓰인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의 <무도회 이후>, 알베르 마르케의 <서 있는 여인의 나체화>,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 그리고 이브 아널드의 사진 작품인 <메릴린 먼로가 ‘율리시스’를 읽다> 등. 이 작품들을 보면서, 책 읽는 여인을 향한 화가의 시선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위험한 여자들과 대화하게 싶어졌습니다. 어느새 저는 그림에 나오는 책 읽는 여인들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아! 책 읽는 여자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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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10년의 기록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지음, 허완석 엮음, 정현철 감수 / 비타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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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이 병원에 검진 차 갔다가 암으로 판명 받는 일들이 너무 많이 생깁니다. 가족 중에도 간암으로 치료를 받았고, 가까운 지인 중에 암으로 고통 받는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에서 발간한 <암중 모색 :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은 저에게 너무나 귀중한 책입니다. 머리말에서 암은 “제대로 먹고, 운동하고, 치료하고, 긍정의 마음가짐으로써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p. 5)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마음에 쏙 들어왔습니다. 이 표현은 이 책의 목차를 그대로 문장으로 만든 것입니다.

 

   Part1 암중모색, 먹어야 산다(식이요법으로 암을 이긴 사람들)

   Part2 암중모색, 움직여야 산다(운동으로 암을 이긴 사람들)

   Part3 암중모색, 치료해야 산다(병원치료로 암을 이긴 사람들)

   Part4 암중모색, 사랑해야 산다(긍정의 힘으로 암을 이긴 사람들)

 

   이 목차만 기억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암 치료에 대해 균형 잡힌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식이요법에서 새롭게 배운 것은 무조건 채식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치료 중에는 잘 먹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체력과 체중을 유지해야 암 치료를 제대로 견디어 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항암식탁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현미와 콩의 항암효과, 그리고 채소와 과일에 있는 파이토케미컬 등의 항암효과가 매우 친절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운동에 대해서, 중강도 운동의 중요성도 유익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NK세포에 대해 무척이나 흥미롭고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이, 스트레스, 항암치료 같은 요인이 NK세포를 약하게 하지만, 중강도 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면역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줍니다.

   치료에 대해서, 현대 의학에서 개발된 많은 암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의사가 아닌 저로서는 한 가지 확실하게 명심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암이 발생했을 경우 의사와 상의하면서 적극적으로 치료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p. 161). 일반적으로 암이 발생했을 때,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받는데, 마지막 항암치료가 특히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더라도 중단하면 더욱 위험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마지막, 긍정의 힘에 대해서, 사실 저는 이 마지막 Part에서 가장 많은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심지어 자기 안에 있는 암까지도 사랑하며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특히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이희대 교수님(본인도 암환자임)이 가지고 있는 암을 보는 시선은 매우 신선합니다(p. 239). 첫째, 암은 내 몸에 사는 세입자입니다. 암도 적당한 크기면 몸의 면역력으로 함께 동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암 말기는 없습니다. 4기 다음에는 5기입니다. 셋째, 암환자는 절망감으로 죽는다는 것입니다. 24년째 자기 몸의 많은 암과 싸우는 일본 의사 오구라 쓰네코 박사도 말했습니다. “20세기가 암과 싸우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암과 공존하는 시대”입니다(p. 243).

 

   오래간만에 책 전체를 꼼꼼히 읽은 독서였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유익하고 실용적인 내용을 배웠습니다. 아내에게도 ‘반드시’ 읽게 하고, 주변에 암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선물해야 겠습니다. 이 책은 많은 희망을 줍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이 10주년을 맞이하여 세 권의 책을 펴냈더군요. <한국인의 100세 건강의 비밀>, <한국인 무병장수 밥상의 비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입니다. 앞의 두 책도 구입해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에게 큰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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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위대하지 않다 - 개정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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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 울타리 안에서 성장한 사람입니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에서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현상을 보고 두려움 속에서 신의 존재를 만들어 냈다’는 주장을 접하고 크게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을 공부하고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면서 나름대로 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었고,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계몽주의 시대에 철학자 볼테르는 유신론을 크게 공격하며 기독교와 성경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 단언했지만,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갖고 있습니다. 아마도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간의 이성(理性)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기술 문명사회, 특히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서 사람들은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계몽주의시대처럼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자연과 우주를 이해할 수 있고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오늘날 종교를 비판하는 자들은 한결같이 계몽주의 시대의 철학자들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도 초지일관 종교를 비판합니다. 과거 어리석은 인간이 두려움에서 신과 종교를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종교들은 이제 인류에 전혀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제1장, 좋게 말해서’에서 그는 종교에 반대하는 주장 중에 결코 물리칠 수 없는 것 네 가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종교가 인간과 우주의 기원을 완전히 잘못 설명하고 있다는 것, 이 첫 번째 잘못 때문에 최대한의 노예근성과 최대한의 유아독존을 결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종교가 위험스러운 성적 억압의 결과이자 원인이라는 것, 종교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희망사항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p. 16). 이것은 저자가 종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이해입니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그의 표현대로라면 “‘변성기도 겪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어린 시절 생각보다도 못한 자라는 조롱이 담겨있는 셈이죠. 저자는 종교에 대해 반감을 넘어 혐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종교 간의 싸움, 심지어 같은 종교 안의 분파들이 서로 상대방을 죽이는 모습을 보면서 ‘종교는 생명을 죽인다’라고 단언합니다. 그는 "종교는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종교는 문명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후렴구처럼 반복합니다. 물론 히친스는 자신도 종교인 중에서도 죽음의 종교에 맞서는 사제, 주교, 랍비, 이맘을 알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 때문이 아니라 인류애 때문“이라고 말합니다(p. 49). 히친스는 종교인들의 좋은 점들을 발견하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종교인들의 나쁜 점을 발견하면 그것은 그들이 믿는 종교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분명 논리적 일관성이 없는 주장입니다. 종교인들은 반대로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종교인들의 나쁜 점을 발견하면 그것은 그들이 믿는 종교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며, 종교인들의 좋은 점을 발견하면 그것은 그들의 종교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종교인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수없이 나열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런 현상으로 모든 종교를 불필요하고 심지어 악하다고 보는 것은 치졸한 주장입니다. 그것은 무신론 과학자들의 비윤리적이고 반도덕적인 모습들을 제시하면서, 그것은 인간의 이성 자체가 악하고 그 이성으로 과학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가 종교의 해악을 이야기하고 싶어 제시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런 식의 주장임을 저는 이 책 전체를 읽으면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인류 역사 속에서 종교인들의 엄청난 죄악과 잘못들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한 명의 기독교인으로 종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배타성과 도그마티즘에 대해 반성해야 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악행들이 종교 때문입니까? 종교를 가지지 않은 자들에 의한 악행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 책이 마지막 “결론: 새로운 계몽이 필요하다”에서,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인간의 이성을 최고의 잣대로 여기는 계몽주의자임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도 인간의 이성을 신(절대적인 것)으로 믿은 계몽주의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서’라기보다는 ‘감정적인 비난서’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히친스의 주장이 별로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차라리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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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 2012-02-0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으셨나요?
읽으셨다면 두 저자가 같은 부류, 또는 도킨스 쪽이 더 신랄하다는 평가가 당연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추천하지 않으시려면 '만들어진 신'에게 역시 마찬가지여야지요.
이 서평은 오히려 '만들어진 신'쪽에 쓰시는 게 더 적절해 보이네요.

life7joy 2012-02-09 09:1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의 말은 도킨스는 신의 존재에 대한 논증에서 토론 가능한 비판을 하는데, 히친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적으로 종교를 비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종교에 대해서는 심한 거부감과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오십보백보이지만요. 그래서 종교 비판에 관한 책을 읽으려면 차라리 히친스보다는 도킨스의 책이 조금은 설득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 (국내 최초 완역본) - 로렌스 형제의 시대를 뛰어넘는 불후의 명작
로렌스 형제 지음, 임종원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기독교 영성의 고전입니다. 브니엘 출판사에서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저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읽었습니다.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이 책이 번역되었는데, 주로 '편지‘ ’ 대화‘ ’ 조언(잠언)‘ 정도가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브니엘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로렌스 형제를 기리는 추모의 글과 로렌스 형제의 신앙과 삶에 관한 내용도 함께 번역해 놓았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 “국내 최초 완역본”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이 책은 로렌스 형제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노아이유의 보포르 대수도원장이 로렌스 형제가 쓴 편지를 수집하거나 로렌스 형제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입니다. 혹은 로렌스 형제의 유품에서 발견한 것들을 출판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브니엘 출판사에서 출판된 완역본은 로렌스 형제의 삶과 그가 추구했던 ’하나님의 임재연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보포르 대수도원장은 로렌스 형제가 고매한 도덕성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다정다감하고 친절했다고 회상합니다. “겉으로는 소탈하고 투박해 보이지만, 누구든 그 이면에서 빛나는 비범한 지혜, 가난한 시골뜨기 평수사를 훨씬 넘어서는 놀라운 자유, 그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 심오한 깊이를 발견하였습니다.”(pp. 182~183). 보포르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로렌스 형제가 보여준 또 다른 특성은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대담함을 보이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비범한 견고함이 있었습니다.”(p. 196). 수도원에서 하찮은 일들처럼 보이는 부엌의 허드렛일을 하고 낡은 신발을 수선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수도사가 어떻게 이런 영적 비범함과 고결한 인격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오직 그가 하나님만을 생각하고 온 마음을 다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만을 원하고 연습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자주 즉각적으로 마음을 하나님께 들어 올리는 훈련을 했습니다. 언제나 그리스도 안에 거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매 순간 하나님과 동행하며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로렌스 형제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것은 그저 또 하나의 종교적 규범이나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음의 태도이며 일상의 삶의 자세였습니다. 그는 삶 속에서 하나님과 실제적인 연합을 경험하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야 말로 신앙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두 번째 조언에서 일상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법에 대해 말한 것을 마음에 새겨 봅니다(pp. 86~89).

   첫째, 영성 생활에서 가장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필수적인 훈련은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자신의 모든 행위가 순결하고 단순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나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정진해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혼란스러운 영혼의 상태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성급함과 충동적인 태도 없이 차분하게 모든 행동을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넷째, 어떤 경건한 행위나 큰 소리로 기도하고 있는 동안이라도,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자주 잠깐 동안이라도 가만히 멈추어 서서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경배하면서 하나님 안에서 기쁨을 누려야 합니다.

   다섯째, 이 모든 예배 행위는 다음과 같은 믿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진리 안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속에 계신다는 믿음, 우리가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사랑하고 섬겨야 한다는 믿음,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모든 피조물 안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부 지각하고 계신다는 믿음입니다.

   여섯째,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은 무엇인지, 익히기에 가장 어려운 미덕은 무엇인지, 가장 흔히 빠져드는 죄악들은 어떤 것인지, 가장 자주 넘어지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저는 너무 복잡하게 살았고 하나님 외에 너무 생각하는 것이 많았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로렌스 형제처럼 단순하면서도 신앙의 본질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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