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개정판
슈테판 볼만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책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입니다. 이 책 안에는 책을 읽거나 책을 가까이 두고 있는 여자들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의 취미가 미술과 책읽기라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저의 취향에 딱 맞는 책이다 싶었습니다. 저의 눈과 머리와 마음 모두를 만족시켜줄 것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책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그림들을 재빠르게 넘겨보았습니다. 그림 안의 책 읽는 여인들이 매우 아름답고 친근하게만 느껴지는데, 왜 책 제목을 이렇게 강렬하게 달았을까요? <책 읽는 여자는 아름답다>다 더 근사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저자의 말’(pp.14~50)과 세 번에 걸친 ‘조이한 ․ 김정근의 책 읽기와 여자’ 글(pp. 82이하, 110이하, 174이하)을 읽으면서 제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13세기 이후 21세기까지의 독서의 역사, 특히 ‘여자의 독서가 의미하는 바’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모두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전에는 하나의 특권이었습니다. 계몽주의 이후 ‘그 책’(The Bible)의 절대적 권위가 상실되고, 책은 절대적 진리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자아 인식과 자아 해석을 위해 도구가 되었습니다. 확실히 책을 읽는 사람은 깊이 생각하고, 독자적인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여자들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핵심을 꿰뚫는 능력이 있기를 원치 않는 남자는 여자의 독서를 위험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추천의 말’을 쓴 엘케 하이덴라이히는 “여자는 책을 읽는 남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자는 책 읽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p. 254)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 자신감, 자기 생각에 대한 용기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분명, 책 속에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하! 그래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고 한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정확히 말하자면, ‘한 때, 남자들에게 책 읽는 여자는 위험했다’가 아닐까요?

   

 

   저는 여전히 이 책의 제목이 <책 읽는 여자는 아름답다>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 책의 그림에 나오는 책 읽는 여자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여인>을 보십시오. 저자가 잘 설명했듯, “화가는 독서의 순간에 보이는 두 개의 시선, 즉 주의 깊게 책의 행간에 고정된 시선과, 독서 때문에 생겨난 감정과 꿈속에서 자신을 잊은 채 자유롭게 떠다니는 시선을 포착하는 데 성공”(p. 100)했습니다. 그림속의 여인은 화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독서의 세계에 깊게 빠져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완전히 다른 세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위험한가요? 저에게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녀만의 세상에 머물러 있기에 쉽게 다가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깊은 사랑에 빠질 것 같습니다. 구스타프 아돌프 헤니히의 <독서하는 소녀>에는 독서하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더 현대적으로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모든 것은 내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방금 세상에서 벗어난 것 같은 그녀의 분위기와 내면성은 독특한 매력을 발산”(p. 125) 합니다. 그림 속의 이 여인들이 무슨 책을 읽고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독서를 통해 전혀 다른 세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많은 작품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웬 존의 <회복기의 환자>,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작품, <본 지방의 병원>, 책 표지그림으로 쓰인 라몬 카사스 이 카르보의 <무도회 이후>, 알베르 마르케의 <서 있는 여인의 나체화>,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 그리고 이브 아널드의 사진 작품인 <메릴린 먼로가 ‘율리시스’를 읽다> 등. 이 작품들을 보면서, 책 읽는 여인을 향한 화가의 시선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위험한 여자들과 대화하게 싶어졌습니다. 어느새 저는 그림에 나오는 책 읽는 여인들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아! 책 읽는 여자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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