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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유쾌 발랄 활력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민숙 옮김, 에리히 라우쉔바흐 그림 / 은행나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저는 책제목만 보고 이 책을 골랐습니다. 제가 지방간이 있다고 진단받았기 때문에,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이 쉽고 재미있게 간에 관해 뭔가를 가르쳐 줄 거라 기대한 것이죠. 그런데 왠 걸요. 머리말에 해당되는 글부터 심상치 않네요. “머리말은 머저리도 읽지 않는다.” 저는 머저리가 되지 않으려고 휙 건너뛰었습니다. 처음부터 공중화장실의 센서에 관한 유머로 시작하네요. ‘어, 이런 책이었어?’하며 실망했는데, 세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자의 유머에 슬슬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의 신부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고, 단순하고 협동적인 일상을 살기 때문이라나요. 그리고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참으로 단순한 일이다. 다만 단순해지지가 어려울 뿐.” 요즘 유행하는 개그가 생각납니다. ‘행복하기 어렵지 않아요. 단지 단순해지기만 하면 되요. 아침 몇 시에 일어날까 고민하지 않으면 되요. 아침에 일어나 뭘 먹을까 뭘 입을까 고민하지 않으면 되요. 오늘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지 않으면 되요. 늙어서 편히 살기 위해 얼마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으면 되요. ~ ” 으이그! 과연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유머죠!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 침대 이불을 정리하지 않는 게 좋다고 넉살스레 말합니다. 이유는 매트리스가 차가와져 진드기가 아침부터 완전히 맛이 가 버리기 때문이라나요. 의사라서 그런지 병원과 의사에 관한 유머가 특히 재미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병원을 찾아가는데, 이로 인해 의사가 아니라 대기실 사람들이 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다 알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대기실은 일종의 자조집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좋은 치료법인가요?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은근히 비꼬고 있군요.
코감기에 걸려 콧물이 흐를 때, 어떻게 처치해야 할까요? 히르슈하우젠은 사람들이 코를 풀고는 자신의 손수건에 묻은 내용물을 슬프게 들여다보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리고는 최고의 처방전을 내립니다. “땅바닥에 코를 푸는 것이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바이러스가 추위와 무료함에 떨다가 결국 죽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땅바닥에 코를 푸는 것은 공동체를 위한 심오한 이타주의가 되는 것이죠. 문제는 사람들이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코 푸는 사람을 형편없는 인간으로 취급한다는 것! 하지만 당신은 코가 근질거리기 시작하면, 타의 모범이 되어 땅바닥에 코를 풀어 버릴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하하!
감기에 대한 다른 유머. 콧물이 멈추지 않으면 사람들이 의사에게 쪼르르 달려가는데, 그건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약사에게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왜냐하면 약사는 플라시보 효과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없는 물건을 팔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기에 대해 이토록 많은 약이 존재하는 것은 그 중 어떤 약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증거 아닌가요? 그럼 어쩌라고?
저자는 분명 코메디언입니다. 콜센터 전화연결 기다리기를 고대의 중국의 잔인한 고문과 연결시키고, 처음부터 닳아빠진 채 출시되는 스톤워시(Stone-washed) 청바지를 사 입는 것을 비꼽니다. 마지막에, 고급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하거나 마실 때는 거들먹거릴 필요가 있다나요. 분명히 명심할 것은 몸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양은 여자는 반 잔, 남자는 한 잔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을 의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이 무엇이든 마실 때마다 항상 생각하라. 간은 할 일이 많아질수록 커진다.”
유머야 말로 의학적으로 치료를 돕는 약이라고 믿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이 이 책에서 제대로 의사역할을 했네요. 이 책은 ‘유머 건강처방전’ 맞습니다. 영양제 링거(ringer) 한 병 맞은 것보다 낫습니다. 이 책, 사과가 읽으면 풋사과가 되고, 바나나가 읽으면 ‘바나나킥’이 되겠는데요?!? 딸 녀석에게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빠, ‘실내화’는 영어로 자기를 어떻게 소개하는지 알아요?” “Excuse me(실내홥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마치 딸 녀석에게 이런 생뚱맞은 유머를 듣는 것과 같습니다. 유쾌해집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