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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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강상구의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흐름출판 刊, 2011. 7. 13)을 삼 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그 책 서문에서 나이가 들면서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커졌고 자신은 부쩍 작아졌다고 고백했던 저자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회색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상구의 그런 깨달음은 <장자>를 만나면서 활짝 꽃을 피운 듯하다. 사실 <손자병법>에 ‘노자’의 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을 나는 강상구에게서 배웠다. 이 책 <내 인생의 전환점, 그 때 장자를 만났다>는 단순히 <장자>를 해석하는 수준의 책이 아니다. 지금 이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장자와 노자의 차이점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노자나 장자 모두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하기는 했어도, 노자가 말하는 ‘무위’는 몽매한 백성을 다스리는 지배의 기술이고, 장자가 말하는 무위는 험한 세상 살아가는 피지배자의 삶의 기술이라는 것이다(p. 11).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쉽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강상구처럼 동서양의 인문학에 깊은 내공이 있는 사람만이 이렇게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동서양 철학자나 역사적 에피소드, 그리스 신화까지 소개된다. 열자, 선불교, 스토아 철학자들, 서양 역사, <그리스인 조르바>와 <몽테뉴의 수상록>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그의 박식함에 감탄하며 즐겁게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것은 장자의 이야기들을 한 번 더 뒤집어 생각하게 하는 사고(思考)의 유연함이었다. 예를 들어, ‘화살 잡는 원숭이’(p. 41)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대부분 원숭이처럼 잘난 척 하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다. 그런데 강상구는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진짜 교만한 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권력을 이용해 재주 많은 원숭이를 죽여 놓고선 그것으로 신하들을 협박한 왕이 아닐까?(p. 42).


어쨌든 이 세상과 우리네 삶은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다 다를 뿐 아니라, 다른 것만큼 모두 가치있다고 인정하며 살아야 한다. 장자의 사상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정신과 잘 어울린다. 세상에 대한 시선을 조금만 바꿔보면 보이는 게 많아진다. 너무 편리함과 안락함, 물질적 풍요로움만 추구할 때 세상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획일화하며 자유를 빼앗아 간다. 한 알만 먹으면 목이 마르지 않는 알약이 개발되면 편리하겠지만, 물 마시기 전의 욕망, 물 마시러 가는 그 기대, 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은 잃어버릴 것이다. 현재 지금의 삶을 충만하게 느끼며 살 일이다. 무엇인가를 의존해야 하면 의존하고, 그럴 필요가 없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여유로우면 여유로운 대로 살면 된다. 그것이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무위(無爲)의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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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 -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제대로 모르는 존재
황상민 지음 / 푸른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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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 꽤 흥미를 끄는 제목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이니 ‘나란 인간’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알고 싶지 않은 자가 없을 테니,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연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가 10여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황상민표 성격유형검사(WPI, Whang's Personality Inventory) 워크숍의 내용들을 모아 엮었다. WPI 성격검사를 먼저 받고 자신의 성격이 어떤 그래프의 유형에 속하는지 알고 이 책을 읽으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 책 마지막 부록2에 WPI 성격검사 체크리스트가 있고, 자가 진단은 웹사이트에서 유료로 확인해야 한다. 유료로 할 만큼 신뢰성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 우선 책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황교수는 일반 심리학에서처럼 단순히 ‘인간의 마음은 이렇다’는 것을 밝히는 것보다 콕 짚어서 나 본인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의 특성과 차이를 읽어내고 싶어서 WPI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그는 자기평가로 다섯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리얼리스트(realist), 로맨티스트(romantist), 휴머니스트(humanist), 아이디얼리스트(idealist), 에이전트(agent)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단순한 자기평가 못지않게 타인의 평가도 중요하다. 여기서 ‘타인의 평가’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스스로가 믿는 모습을 체크하는 것이다. 그것도 역시 다섯 가지로, 릴레이션(relation), 트러스트(trust), 매뉴얼(manual), 셀프(self), 컬처(culture)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의 관계다. 왜냐하면 성격은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가 결합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얼리스트인데 릴레이션이 낮게 나왔다면, 자기답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란 참 각양각색, ‘백 명이면 백 명 다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예를 들어, 착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리얼리스트는 자신이 잘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로맨티스트는 다소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휴머니스트는 자신이 썩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 좋아하지만, 아이디얼리스트는 자신이 바보취급 당하는 것처럼 여겨져 언짢아한다. 물론 에이전트는 자신이 일을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그리고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답게 산다는 게, 꼭 심리학에서 말하는 타고난 성격에 따라 사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성격이라는 것이 사회 속에서 계속 형성되어가는 것이라면, 내가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에 맞추어 살아갈 때 가장 자기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나는 아이디얼리스트이며 동시에 리얼리스트적인 성향이 강한 듯하다. 제대로 WPI 검사를 받아봐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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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김병조의 마음공부 - 전2권
범립본 지음, 김병조 옮김, 김현숙 그림 / 청어람M&B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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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여름방학 때 아버지의 권유로 아주 얇은 <명심보감>을 읽었다. 그 때 효행편(孝行篇)에 나와 있는 글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부모님이 부르시면 입에 음식이 있어도 얼른 뱉고 대답해야 하며, 어디를 가든지 반드시 알려드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내용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어쨌든 나에게 <명심보감>은 고리타분한 유교적 윤리를 말하는 한문책이라는 선입관이 있었다. 그런데 한 때 개그맨으로 입심을 과시한 ‘배추도사’ 김병조 교수가 20년간 공부한 <명심보감>을 해설한 책을 냈다. 개그맨 시절에도 그가 무척 박식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학자인 그의 부친으로부터 한학수업을 받았기 때문인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갑자기 <명심보감>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매우 두툼한 두 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 <김병조의 마음공부>는 <청주판 명심보감>을 기초로 한 연구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청주판 명심보감>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았다. 이 책 ‘상권(上卷)’ 앞부분에 김병조 교수의 연구논문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淸州版 明心寶鑑의 序文과 跋文에 관한 硏究>! <명심보감>은 누가 기록했는지 조선 땅에서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이 논문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밝히고 있다. <명심보감>의 원 저자로 秋適 先生, 명나라의 范立本, 그리고 西山大師가 각각 거론되지만, 范立本이 저자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조선 땅에서 <명심보감>의 발간 역사다. 이 책은 조선시대 발간 후 왜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고, 초략본(抄略本)이 나오게 되었는가? 김병조 교수는 이것이 계유정란(癸酉靖亂)과 관계가 있음을 밝힌다.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시키는 혼란기에 <청주판 명심보감>이 발간되었다. 발간 목적은 분명했다. 계유정란으로 땅에 떨어진 강상(綱常, 사람이 지켜야 할 삼강오상의 도리)과 전도된 인륜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 책은 집권세력인 수양대군 측에서 볼 때는 매우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따라서 집권세력은 <청주판 명심보감>을 모두 회수했고, 그 후 <명심보감>은 집권세력에 의해 편집(編輯), 초략(抄略)되었다는 것이다. 오! 무척이나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학생시절 배운 <명심보감>은 세조세력(世祖勢力)에 의해 편집된 초략본의 일부였던 것이다.


<청주판 명심보감>은 방대했다. 명심보감의 원저자 범립본(范立本)의 서문을 처음 읽었다. 성현의 가르침을 따라 도(道)를 이루는 것, 즉 인격을 갖춘 성인군자(聖人君子)가 되는 것이 이 책의 제일 목표라고 밝힌다(p. 43). 따라서 선인들과 부처님의 가르침 중 좋은 말을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p. 45). 그러고 보니 <명심보감>은 유교의 가르침뿐 아니라 유불선의 정수를 포괄하는 매우 폭넓고 깊이 있는 명문집(名文集)이다. “人不知學 譬如牛羊”(사람이 배울줄 모르면 비유컨대 소나 양과 같다)(戒性篇 10)라는 문구를 마음에 새기고, 좋은 인격수양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날마다 조금씩 선인들의 가르침을 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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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세로 읽기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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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성의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가로읽기>를 읽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 어렵고도 방대한 인문학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렇게 쉽게 쓰다니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주현성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을 집필했고, 그 책은 단기간에 30만부 넘게 팔렸단다. 그의 또 다른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세로 읽기’가 나왔을 때, 나는 서슴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특히 ‘세로읽기’에는 내가 잘 모르는 동양사, 동양철학과 한국철학을 비교한 장들(chapters)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동양사 도입부에 인문학에서 역사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특히 우리가 속한 기반인 동양의 역사, 그 중에서도 중국의 역사는 결코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나는 단숨에 중국역사를 읽어냈고, ‘세로 생각’에서 정리해 놓은 연표(pp. 232~233)를 통해 한국사와 중국사를 연결해 정리했다. 나에게 가장 유익한 부분은 ‘제4장, 우리 사상의 뿌리, 동양과 한국의 철학’이었다. 제자백가에 대해서는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처럼 쉽게 정리해 놓은 것은 없었다. 혼란스런 춘추전국시대에 공자는 주공시대의 예악과 법도를 다시 세워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pp. 238~239). 중국역사가 정리되어 있으니, 주나라의 무왕과 강태공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이런 문장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놀랍게도 병가도 강태공으로부터 시작되었단다. 중국의 불교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정리할 수 있었다. 경전과 교리를 중시하는 교종(敎宗)에는 <법화종>을 중심으로 한 천태종과 <화엄경>을 중심으로 한 화엄종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표적인 불교는 참선과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선종(禪宗)이다. 이 책의 저자 주현성은 여기서 달마와 신광의 대화를 들려주고, 이후 선종이 6대에 이르러 선종의 북종(北宗)과 혜능의 남종(南宗)으로 나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북종은 돈오점수(頓悟漸修, 깨달은 후 지속적인 수양을 해서 부처가 된다), 남종은 돈오돈수(頓悟頓修, 깨달은 후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로 요약될 수 있다. 오랜 수양을 요구하지 않는 남종의 사상은 교종이나 북종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이후 성리학의 등장으로 중국의 불교는 쇠퇴했다. 한편, 송나라의 주희(朱熹)는 유학에 도가와 불교를 접목한 성리학이라는 신유학(新儒學)을 내놓았다. 후에 왕수인은 마음이 곧 이치임을 주장하는 양명학(陽明學)을 주창했다. 후에 한반도에서 어떻게 불교가 쇠퇴하고 조선시대 때 성리학 이외의 학문은 철저히 배격 당했는지, 그리고 나중에는 왜 실학(實學)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아주 쉽게 설명한다.


독서하는 동안 동양 역사와 사상 속으로 깊게 빠졌다. 그리고 어느새 동양철학을 넘어 현대철학에 대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해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생각했다. 주현성의 <청소년을 위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가로읽기와 세로읽기는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번쯤을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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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 이어령의 첫 번째 영성문학 강의
이어령 지음 / 포이에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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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어령 선생이 기독교에 입문한 뒤 펴낸 책들을 즐겁게 읽었다. 때로 교회에서 외쳐지는 상투적인 가르침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기독교의 본질을 발견하게 하는 그의 글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가 양화진 문화원에서 행한 목요강좌 <소설로 찾는 영성순례>를 듣지 못해 아쉬웠는데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참으로 반갑고 기뻤다.

이어령 선생은 이 책에서 다섯 편의 소설을 기독교적 시각으로 평론했다.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에서는 성서의 이야기 ‘가나의 혼인 잔치’와 연결해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발견한다. 우리는 죄 많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형제들, 그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종교인이 목숨을 걸고 지켰던 종교적 교리보다 비천한 삶의 현실 속에서 신의 은총이 임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삶에 빛을 비춰준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를 통해서는 외면적 생활에 갇혀 있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내면을 탐구하도록 도전한다. 그러고 보니 나의 믿음 생활은 내면의 탐구보다 외적인 성공과 축복에 방향이 설정되어 있었다. 신의 절대적인 힘을 의지해 삶의 성공과 풍요를 구하는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려고만 했다. 진정한 영성은 내면의 성찰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말이다.

앙드레 지드의 <탕자, 돌아오다>는 성서 누가복음15장의 탕자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으로, 이어령 선생은 결국 인간은 신에게로 돌아올 때만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집을 떠난 사람만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듯, 신을 떠난 인간은 신의 은총이라는 구원의 빛을 발견해야 한다.

이 선생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배경 아래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의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낸다. 빅토르 위고는 이 소설을 통해 혁명을 초월하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의 기치인, ‘자유, 평등, 박애’에서 ‘박애(프라테르니테)’는 본래 보편적 사랑이 아니라 ‘형제애’를 뜻하는 단어로, 형제란 혁명에 가담한 자들을 의미한다. 그러니 혁명의 이름으로 형제들이 아닌 자들을 수없이 숙청했던 것이다. 혁명이 일어나면 생명과 사랑은 도외시된다. 이러할 때, 빅토르 위고는 예수님처럼 가난한 자, 세리, 창녀 같은 자들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혁명을 완수할 수 있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에서는 ‘생명력’을 화두로 삼는다. 벵골 호랑이와 주인공 을 관통하는 것은 ‘생명, 생명애’라는 것이다. 호랑이와 주인공은 서로 라이벌이다. 호랑이는 생명에 위협을 주는 존재이지만 그 호랑이가 살아있기에 주인공도 살아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생명은 죽음보다 강하다. 생명력을 잃기 쉬운 물질문명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이 소설은 도전하고 있다.

이번 독서로 이어령 선생과 함께 <소설로 떠나는 영성 순례>의 길을 걸어보았다. 신학의 언어가 아니라 문학의 언어를 통해 신과 인간,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땅에서 하늘의 세계, 즉 초월적 세계를 이해하려면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어령 선생은 다섯 편의 소설의 평론을 통해 빈약한 나의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기도나 신학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서도 신을 경험하고 구원과 초월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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