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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김병조의 마음공부 - 전2권
범립본 지음, 김병조 옮김, 김현숙 그림 / 청어람M&B / 2014년 10월
평점 :
나는 중학교 여름방학 때 아버지의 권유로 아주 얇은 <명심보감>을 읽었다. 그 때 효행편(孝行篇)에 나와 있는 글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부모님이 부르시면 입에 음식이 있어도 얼른 뱉고 대답해야 하며, 어디를 가든지 반드시 알려드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내용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어쨌든 나에게 <명심보감>은 고리타분한 유교적 윤리를 말하는 한문책이라는 선입관이 있었다. 그런데 한 때 개그맨으로 입심을 과시한 ‘배추도사’ 김병조 교수가 20년간 공부한 <명심보감>을 해설한 책을 냈다. 개그맨 시절에도 그가 무척 박식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학자인 그의 부친으로부터 한학수업을 받았기 때문인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갑자기 <명심보감>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매우 두툼한 두 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 <김병조의 마음공부>는 <청주판 명심보감>을 기초로 한 연구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청주판 명심보감>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았다. 이 책 ‘상권(上卷)’ 앞부분에 김병조 교수의 연구논문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淸州版 明心寶鑑의 序文과 跋文에 관한 硏究>! <명심보감>은 누가 기록했는지 조선 땅에서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이 논문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밝히고 있다. <명심보감>의 원 저자로 秋適 先生, 명나라의 范立本, 그리고 西山大師가 각각 거론되지만, 范立本이 저자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조선 땅에서 <명심보감>의 발간 역사다. 이 책은 조선시대 발간 후 왜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고, 초략본(抄略本)이 나오게 되었는가? 김병조 교수는 이것이 계유정란(癸酉靖亂)과 관계가 있음을 밝힌다.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시키는 혼란기에 <청주판 명심보감>이 발간되었다. 발간 목적은 분명했다. 계유정란으로 땅에 떨어진 강상(綱常, 사람이 지켜야 할 삼강오상의 도리)과 전도된 인륜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 책은 집권세력인 수양대군 측에서 볼 때는 매우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따라서 집권세력은 <청주판 명심보감>을 모두 회수했고, 그 후 <명심보감>은 집권세력에 의해 편집(編輯), 초략(抄略)되었다는 것이다. 오! 무척이나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학생시절 배운 <명심보감>은 세조세력(世祖勢力)에 의해 편집된 초략본의 일부였던 것이다.
<청주판 명심보감>은 방대했다. 명심보감의 원저자 범립본(范立本)의 서문을 처음 읽었다. 성현의 가르침을 따라 도(道)를 이루는 것, 즉 인격을 갖춘 성인군자(聖人君子)가 되는 것이 이 책의 제일 목표라고 밝힌다(p. 43). 따라서 선인들과 부처님의 가르침 중 좋은 말을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p. 45). 그러고 보니 <명심보감>은 유교의 가르침뿐 아니라 유불선의 정수를 포괄하는 매우 폭넓고 깊이 있는 명문집(名文集)이다. “人不知學 譬如牛羊”(사람이 배울줄 모르면 비유컨대 소나 양과 같다)(戒性篇 10)라는 문구를 마음에 새기고, 좋은 인격수양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날마다 조금씩 선인들의 가르침을 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