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커피
마이클 와이즈먼 지음, 유필문.이정기 옮김 / 광문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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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d in a Cup>, ‘잔 안에 있는 신’! 참 매력적인 제목입니다. 이 말은 ‘마운틴 커피’에서 품질관리 매니저로 일하는 단 할리가 2006년 파나마 커피대회에서 처음으로 에스멜랄다를 맛보고, “마치 컵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p. 62)고 말한 데서 따온 제목인 듯합니다. 제프 와츠는 에스멜라다 커피가 너무 상큼해서 마치 한 줄기의 빛이 커피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답니다.

  이 책은 카운터 컬처(Counter Culture)의 피터 줄리아노(Peter Giuliano), 인텔리젠시아 커피(Intelligentsia)의 제프 와츠(Geoff Watts), 그리고 스텀프 타운(Stumptown)의 듀안 소렌슨(Duane Sorenson) 등, 커피를 열렬히 사랑하는 자들이 한 잔의 최고의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열정과 희생을 드렸는지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커피의 역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질 나쁜 커피를 대중화시켰던 제 1의 물결 시대를 지나 고급 품질의 커피가 유행하는 제 2의 물결 시대가 있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스타벅스가 미식가의 커피를 지나치게 산업화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1990년대 중반에 출현한 제 3의 물결! 제 3의 물결 커피쟁이들은 세계의 커피 원산지를 더 많이 찾아다니며 스페셜티 시장을 급속히 성장시켰고, 그것은 커피 농부들에게도 작은 희망이 되었습니다. 아, 이런 상식도 얻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의 원재료는 로부스타(Robusta)라는 질 낮은 원두이며, 고품질의 커피는 아라비카 종이라고 하네요.

  우리 앞에 한 잔의 스페셜티 커피가 놓이기까지 커피에 미친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자를 비롯해서 커피에 미친 이들이 커피와 관련해서 한 말들은 커피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심미적인지 잘 보여줍니다. “당신은 당신의 마음만으로는 사랑을 이해할 수 없다. 마음과 감각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p. 61). “커피는 식어감에 따라 풍미도 잃는다. 그것은 커피가 지닌 아름다움의 소실이다”(p. 81). “풍미(flavor)란 혀가 감지해낸 맛(taste)과 비강에서 느껴지는 향기와의 결합이다”(p. 86). “사랑은, 당신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당신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이 그 다음인지-에 영향을 미친다”(p. 117). “우리는 기쁜 일들을 찾도록 위임받고, 기쁨이란 우리 삶에 있어서 지배적인 힘이 되고 있습니다. … 나는 어떤 범위에서 향락주의를 사랑합니다”(p. 314).

  저자는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바리스타 챔피언십의 우승자인 헤더 페리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죠. “나는 이 대회를 위해 연습하는데 수백 갤런의 우유를 사용했어요. 감정이 고갈되고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좌절로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잘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어요”(pp. 282~283).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잔의 스페셜티 커피에는 사랑과 열정 그리고 철학과 가치가 담겨있으며, 무엇보다도 문화가 담겨있음을 느낍니다. 집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하거나 사무실에서 드립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커피가 창조할 수 있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커피 한잔의 아름다움은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피에 관한한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책,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책입니다. 커피 매니아들에게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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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 : 근현대 - 한 권으로 읽는 쉽고 재미있는 한국사 여행 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
박광일.최태성 지음 / 씨앤아이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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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역사는 수많은 연대와 사람 이름들, 그리고 뜻도 모르는 단어들을 외우고 또 외우는 지루한 과목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외우지 못하면 교묘히 뒤틀어 낸 사지선다형 문제를 제대로 찍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런 식의 역사 공부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 장년이 되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통해 우리네 삶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는 역사적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말 좋은 책입니다. 총 22장(chapter)으로 구성된 이 책은 황사영 백서 사건부터 6.15남북공동선언까지 너무나 좋은 짜임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도입부부터 서술하고자 하는 역사적 사건의 본질을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다양한 사진들과 함께 역사적 사건들을 매우 흥미롭게 전개하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길 따라 배우는 역사’에서 현재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를 사진과 함께 알려줍니다. 각 장마다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합니다.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아무 생각 없이 스쳐지나가던 역사적 장소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현재의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의 최고의 미덕은 역사를 공부하는 자들에게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하고 오늘날의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사영 백서 사건에서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고민”(p. 22)하도록 도전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던 강화도 조약 당시의 백성들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달아야 하지 않을까?”(p. 75)라고 질문합니다. 독립협회의 활동을 서술하면서, “독립과 자주의 차이”(p. 157)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을사오적의 이름을 외우고 그 이름에 침을 뱉으면서, “우리 역시 현재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그 선택이 역사적으로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보게 될 것”(p. 186)이라고 말합니다.

  근현대 한국사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많은 논란을 낳습니다. 저자의 역사관에 따라 인물과 사건 해석에 대한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지나치게 한 쪽으로 편향되지 않은 역사관을 가지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역사해석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라는 타이틀로 흥미를 끄는 이 역사책은 ‘교과서’로도 어느 정도 손색없는 책이지 싶습니다. 역사학을 전공한 두 사람, 박광일, 최태성 님은 각각 여러 권의 역사 도서를 집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이 힘을 합쳐 이렇게 멋진 <한국사 - 근현대편>을 내놨으니, 이들에 의한 다른 시대의 한국사책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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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꼬치 일본관찰 지식의 비타민 1
지식활동가그룹21 지음 / 문화발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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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전 세계 많은 나라를 쏘다녔습니다만 일본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괜히 일본이 얄밉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일본을 ‘쪽바리’라 비하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서 그런가요? 그들이 우리를 식민지로 만든 역사 때문에 자격지심에서 그들을 싫어하게 된 것일까요? 아니면 현재 그들이 아시아 국가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한심하고 얄밉기 때문일까요?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마음으로는 먼 나라가 되어 버린 일본, 이젠 조금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이 책은 ‘지식활동가 그룹21’이 잡학상식의 보물창고를 자처하면서 내놓은 것입니다. 이 모임은 퀴즈프로그램 구성작가, 여성잡지 편집장, 회사 홍보책임자, 일간신문 기자 등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1은 아마도 21세기를 뜻하는 듯합니다. ‘지식의 비타민 시리즈’ 첫 번째로, 일본에 관한 키워드(keyword) 208가지를 7가지 주제로 묶어 놓았군요. 부담 없이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 볼만 합니다.

  소소한 상식들을 너무 거창하지 않고 담백하게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지 싶습니다. 철도여행의 즐거움인 기차도시락 ‘에끼벤’은 유통시간이 3시간 이내라는 것, 생선초밥 한 접시에 초밥이 딱 두 개 나오는 이유는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흥미롭습니다. 기억에 남는 상식들이 있습니다. 일본 동네 목욕탕인 ‘센토우’는 에도 시대 때 생겨났고, 오늘날 남녀혼탕은 거의 없지만 주인은 남녀구별 없이 갑자기 들어오기도 한답니다. 어릴 적 배탈 약으로 많이 먹었던 정로환(正露丸)이 1904년 러일 전쟁 때문에 만들어졌고, 본래 이름은 ‘러시아(露)를 정복하는(征) 약’이라는 뜻이었다는 군요.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에 정복당한 일본은 러시아인들을 의식해서 ‘정복할 정(征)’자를 얼른 ‘바를 정(正)’자로 바꾸었답니다. 약삭빠른 건가요, 지혜로운 건가요? 우리가 애창곡을 ‘18번’이라고 부르는 것은 본래 일본의 전통 예능인 ‘가부키 18번’에서 나왔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카메라 기업인 캐논(Canon)이 본래 ‘관음(觀音, Kwanon)’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명도 처음 접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일본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식탁에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올 겨울에 짬을 내어 이삼일 간 일본 온천 여행을 한번 해 볼까?” 아내가 두 손 높이 들고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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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바리스타 안재혁, 유연주의 커피 수업
안재혁.유연주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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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직접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려 먹기 시작한 다음부터 커피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커피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찾아 읽었죠. <커피의 거의 모든 것> <커피 수첩> <따라하고 싶은 라떼아트> 그리고 지금 막 읽기를 끝낸 <커피 수업>과 사무실 책상 위에 놓아 둔 <신의 커피(God in a Cup)>까지. 그리고 사무실 앞 커피 전문점에 들어가면 비치되어 있는 커피에 관한 몇 권의 책들도 뒤적거립니다. 지금까지 읽은 몇 권되지 않는 커피책 중에서 이 책 <커피 수업>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꼼꼼하게 형광펜을 칠하며 하나도 빠짐없이 공부하듯 읽었습니다. 그 결과 커피에 대한 정말 많은 정보를 얻었을 뿐 아니라 커피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격한(?) 애정이 생겼습니다.

  커피의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소개해 준 책이 또 있을까요? 한국 최고의 바리스타인 안재혁 씨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얼마나 커피를 무한히 사랑하는지 커피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증명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커피는 어떻게 예멘으로 넘어가 모카라 불리는 커피가 되었는지, 오늘날 카페 모카라는 용어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친절하고도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반 고흐가 사랑했던 모카 마타리 이야기도 흥미를 끄네요. 인도네시아는 어떻게 모카 커피의 최대 생산국이 되었고, 모카 자바가 현재까지도 블렌딩 커피의 대표주자가 되었는지도 알려 줍니다. 만델링(Mandheling) 커피와 코피 루왁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또 브라질의 사랑과 열정의 커피, 콜롬비아 수프리모, 코스타리카 커피, 과테말라 커피의 특성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지구 한바퀴를 돌아서 온 케냐 커피 더불에이(AA)까지 주요커피는 모두 언급하며 역사와 특성을 가르쳐 줍니다. 중간 중간 들어간 사진도 수준급입니다.

  게다가 각 커피 이야기가 끝나면, 바리스타답게 각 커피의 맛을 분석해서 사진과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저처럼 원두커피를 구입해서 먹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가지고 다양한 커피를 주문하게 됩니다. 또 안재혁 님과 유연주 님의 커피에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커피에 대한 상식과 애정을 갖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마지막 TIP도 무척이나 유용한 정보들을 줍니다. 커피 구입과 보관, 커피 도구 구입, ‘이럴 때 이런 커피’, ‘죽기전에 가 봐야 할 카페’ 등 모두 신기하고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아내에게 커피 바치는 남자로서, 집 안을 커피 향으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 이런 커피’를 참조해 아내에게 시기적절한(?) 커피를 대령할까 합니다. 가만있자, 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는 ‘아이리쉬 커피’라! 아이고, ‘아이리쉬 커피 만드는 법’을 검색해 봐야겠네요. 이 책 <커피 수업>, 제목답게 커피에 관해 알고 싶은 사람, 커피를 사랑하게 된 모든 사람의 교과서로 손색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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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변화한다 - 모옌 자전에세이
모옌 지음, 문현선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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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변화한다>는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모옌의 자서전적 에세이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기보다 <모두 변화한다>라는 제목에 끌려 단숨에 읽게 된 책이죠. 잔잔하게 물결 흐르듯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변화무쌍한 인생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너스로 중국의 사회, 경제의 변화도 느끼게 합니다.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자다운 필력입니다. 사실 모옌은 지난 30년 간의 중국에서 일어난 변화와 관련된 글을 써달라는 인도의 출판사 편집인의 원고청탁을 받았지만 너무 광범위해서 거절했답니다. 그러다 또다시 작가 마음 가는대로 아무것이라도 써달라는 부탁에 쓰게 된 작품이 이 에세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밝혔듯 ‘무엇을 쓰든 내 마음대로’ 쓸 수 없었고, 결국 이 자전적 에세이는 중국사회의 엄청난 변화 속에 예측 불허하는 개개인의 삶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문화혁명이 소용돌이치는 1969년, 그러니까 저자의 초등학교 시절을 회고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입 큰 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류선생, 여학생 루원리, 소련제 고물 승용차 가즈51을 모는 루원리의 아버지, 모옌에게 십 위안을 빌려 타지로 떠나는 친구 허즈우. 마치 어린 시절의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듯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모옌은 문화혁명이 막을 내리는 1976년 해방군에 입대합니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요. 그가 처음 베이징에 가 톈안먼(天安門) 마오 주석 기념관에서 마오 주석의 얼굴을 보고, 톈탄(天壇) 공원, 구궁(古宮), 이허위안(頤和園), 왕푸징(王府井) 거리를 구경하는 모습을 읽으면서, 중국을 떠올려 봅니다. 나도 십오년 전에 중국을 방문하고 작년에 또 다시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 엄청난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고의 작가의 반열에 오른 모옌, 그 주위 사람들, 중국 사회 모두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마지막 루원리가 모옌을 찾아와 딸의 입상을 부탁하는 장면은 삶의 애수(哀愁)를 불러일으킵니다.

  나의 삶을 돌아봅니다. 초등학교 시절 서울 시내에 들어와 화신 백화점, 신신백화점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었죠. 참 촌스러웠는데... 대학교 시절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다 경험했듯, 유신 정권 시절의 통행금지, 장발 단속, 교련과 학도호국단 훈련 등, 많이도 구속받으며 살았습니다. 사회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하루가 다르게 변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네 삶도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모옌의 말처럼,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합니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살아냅니다. “세월(이 책의 마지막 목차), 아! 세월”하고 신음이 나옵니다. 살아온 삶에 대해 자부심과 동시에 애잔함을 느낍니다. 갑자기 영화 <붉은 수수밭>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여주인공 추알은 일본군의 기관총에 죽고, 수수밭은 온통 화염에 쌓여 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대지 위에 우뚝 선 추알의 남편과 아들 머리 위로 붉은 태양이 이글거립니다. 삶이란 이런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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