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1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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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팍팍합니다. 먹고 사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문제 때문에요. 내성적이라서 그런가요. 홀로 있는 게 좋습니다. 때로는 모든 게 귀찮아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집니다. 힘들 때마다 박광수 작가를 붙잡아 주었던 시들, 작가의 짧은 에세이와 일러스트가 나에게도 힘이 되어 줄까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박광수는 서문에서 말합니다. “살면서 내가 잘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금껏 내가 무슨 짓을 했건 간에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한참을 이 문장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 찬바람처럼 쌀쌀맞은 내 곁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네요. 아내, 아이들, 몇 몇 친구들. 이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여전히 내 곁에 있을까요?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내가 그들 곁에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야 나는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겠죠.

 

생각해 보니 지금 내 곁에 있는 자들이 소중합니다. 특히 나의 아이들! 메리 보탐 호위트의 시(詩), <신이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 신이 우리에게 아이들을 보낸 까닭은 / 신께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p. 176). 옆 페이지에 박광수의 그림이 있네요. 구름 사이로 아이들이 날고 있는 것인가요? 가족 특히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입니다.

 

정현종의 <방문객>도 인상적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p. 192). 내가 가끔 떠나고 싶었던 주변의 사람들이 내 삶에 얼마나 소중한 자들인지 새삼 느껴집니다.

 

인간관계로 힘들어 할 때 그리고 때로 홀로 있어 외로울 때 이 시집은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이 책 제목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참 잘 잡았습니다. 글씨체도 예쁘고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두툼한 책이 아닌데도 하드 카버로 되어 있어 고급스럽습니다. 여행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좋네요. 2월 초 휴가를 내서 여행을 갑니다. 특별한 목적이나 테마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이 책이 제격이네요. 한적한 식당이나 카페 테이블에서 시를 읽겠습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 어디 한두 번이랴 /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 오늘 일을 잠시라도 /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p. 233). 이 시집이 나에게 ‘닻’이 되어 주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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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는 명화를 남긴다! -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에서 만나는 명화 이야기
윤영숙 외 지음, 김이한 그림 / 핵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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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화는 명화를 남긴다>는 프랑스의 삼대 미술관인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센터의 주요 작품들을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책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 어른들에게 종종 더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보았습니다. 오! 각 미술관의 역사가 잘 설명되어 있네요. 본래 루브르 박물관은 궁전이었고,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이었군요. 퐁피두센타는 예술센터 건림에 열정을 가졌던 대통령 조루주 퐁피두의 이름을 딴 것이랍니다.

 

루브르의 리슐리외관을 따라가 봅니다. 메소포타미아 유물도 보고, 장 푸케의 <샤를 7세의 초상>과 장 클루에의 <프랑수아 1세의 초상>을 봅니다. 오른쪽 페이지(p. 27)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백년전쟁’과 ‘르네상스’에 대한 설명이 있네요. 드농관에서는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작인 <밀로의 비너스>, <니케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산드로 보티첼리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들,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하루 머물다 왔습니다. 그 큰 미술관을 다 보겠다는 욕심으로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남는 것은 ‘피곤~’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그 당시 눈도장만 찍었던 작품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오르낭의 매장>이 어떤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지 친절한 설명에 무릎을 치게되네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줍기>와 <만종>,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피리 부는 소년>, 인상주의 화가들인 모네, 드가, 폴 세잔, 반 고흐, 폴 고갱, 조르주 쇠라의 작품까지 소개된 작품마다 너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퐁피두 미술관에서는 20세기의 화가들, 앙리 마티스, 모리스 드 블라맹크, 조르주 브라크,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칸딘스키와 몬드리아의 작품, 초현실주의의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 마르셀 뒤샹의 작품까지 정말 중요하고 유명한 작품들은 다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모습 중 하나는 일곱 번에 걸친 ‘명화는 명화를 남긴다’ 섹션이었습니다. 특히 반 고흐는 ‘따라쟁이’였네요. 그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착한 사마리아인>과 <피에타>, 프랑수아 밀레의 <낮잠>, 고갱의 그림을 따라 그렸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다른 위대한 예술가를 알아보고, 동경하며, 또 모방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세워나가나 봅니다. 지금까지 그림을 좋아해서 꽤 많은 미술책을 접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는 딸을 위해서도 초등학교 때부터 많은 미술책을 선물했습니다. 덕분에 나도 나름대로 많은 미술지식도 얻게 되었고요. 사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대부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독서에서처럼 그 유명한 작품들이 친근하게 다가온 적이 없습니다. 단언컨대 어린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멋진 미술교육 책은 없습니다. 최곱니다! 학부모들에게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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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멋 흥 한국에 취하다
정목일 지음 / 청조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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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갑니다. 요즘 서예를 하고 있습니다. 해서체(楷書體)를 시작으로 다양한 글씨체를 연습해보고, 조만간 사군자와 수묵화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학창시절 미술 선생님에게 서예를 배우고 난(蘭)을 치고 죽(竹)을 그리는 법을 배웠는데, 나이드니 이런 것에 마음이 더욱 끌립니다. 이제는 동양화의 흑백과 여백이 화려한 서양의 채색보다 더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맛 멋 흥 한국에 취하다>는 한국 것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 그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수필집입니다. 저자 장목일 선생은 연세가 올해 70인 수필가로, 한국 서정 수필의 계승과 한국미의 발견과 음미에 전념하시는 분이군요. 작가의 글에 서정적인 아름다음이 그득 묻어있습니다. 그는 달항아리에서 비어 있음의 아름다움을 말합니다. 온전한 원형이 아닌, 약간 비뚤어진 곡선에서 미완의 넉넉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비어 있기에 보이고, 미완이기에 오히려 우리 마음을 넉넉히 담을 공간이 있는 것이겠죠. ‘백자 항아리를 쳐다보며 어떤 꽃을 꽂을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미(美)의 경지이며, 매화가 피었을 때 어떤 가지를 꺾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선(禪)의 경지’(p. 27)라는 글귀를 보면서, 나는 어느새 홍매가 꽂혀 있는 백자의 그림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한국인의 독특한 맛과 멋과 흥을 잘 표현해 냈습니다. 막걸리에서 우리네 신명을, 산나물에서 근심걱정을 잊게 하는 맛의 미소(微笑)를, 김치에서 자기의 모든 것을 녹여 발효된 어머니의 사랑을 말합니다. 그는 호박꽃에서 아침을 여는 종소리를 듣고, 넓은 아량과 넉넉한 인정을 봅니다. 저자에 따르면, 호박꽃은 농부들의 별이 되어 피어납니다(p. 149). 민들레꽃에서 해의 얼굴을, 무궁화에서 순교자의 숭고한 정신을, 작은 풀꽃들에서 소박함과 소외당한 자들을 향한 따스한 손길을 발견합니다. 저자는 매 월마다 독특한 정서와 연결시켜 1월은 설렘, 2월은 겸허, 6월은 성숙과 미소, 11월은 결별, 12월은 성찰과 확신, 등에 대해 잔잔한 울림이 있는 글을 썼습니다. 멋집니다. 이 아름다운 수필을 따라 한국의 맛, 멋, 흥을 느끼고, 한국의 것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기 시작했나 봅니다. 조금은 성숙하고 조금은 여유로워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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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시의 나라 - 중국 땅 12,500Km를 누빈 대장정, '당시'라는 보물을 찾아 떠나다
김준연 지음 / 궁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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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때의 시인들로 이백, 두보, 백거이, 두목, 왕유, 등이 생각납니다. 학창시절 이들의 시를 소개받고 한두 편 외우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물가물합니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김준연 교수가 중국 땅 만 이천 킬로미터 를 직접 누비며 접했던 ‘당시(唐詩)’를 소개한 책 <중국, 당시의 나라>는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장장 65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접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책을 펼치니,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에서부터 저자의 발걸음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곡강지(曲江池)에서 왕유의 시와 백거이의 시를 소개해 놓았네요. 곡강지유직공원에 세워진 백거이 동상 사진(p. 31)과 함께 그의 시 <곡강정만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설을 실어놓았습니다. 덕분에 장안의 ‘곡강지’가 눈에 선하게 들어옵니다. 화청궁(華淸宮)에서는 백거이가 현종과 양귀비의 이야기를 노래한 장편 서사시 <장한가> 전문을 번역해 놓았습니다(pp. 52~57). 화청지에 있는 <양귀비 상>과 양귀비가 목욕했다는 <해당탕> 사진이 흥미를 돋웁니다. 또 진시황릉에 찾아가는 여정과 그곳 모습을 자세히 묘사한 뒤에, 이백의 <예스런 풍격(古風)> 연작시 중 59수 중 셋째 수를 소개합니다(pp. 64~65). 이백은 진시황이 인생무상의 진리를 깨닫지 못한 것을 잘 표현했습니다.

 

이 책, 이런 식입니다. 오래된 중국의 당시가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수도 ‘장안(지금의 서안)’을 시작으로 서쪽의 ‘돈황’과 남쪽의 ‘계림’을 순례합니다. 또 당나라 제 2의 수도인 ‘낙양(洛陽)’에서 ‘태산’과 ‘북경’, ‘승덕’까지 다녀옵니다. 그 뒤 ‘성도’와 ‘중경’ ‘수향’을 두루 돌아옵니다. 그리고 여행의 대미로 ‘남경(南京)’에서 ‘항주(杭州)’까지 다녀옵니다. 태산에서 인용한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사천성 성도(成都 )의 두보초당과 함께 소개된 두보의 시들, 두보를 배웅하며 썼던 이백의 시 등, 이 책이 아니면 접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시들을 제대로 감상하였습니다. 양주성에서 소개한 신라의 최치원(崔致遠)에 관한 글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치원의 <討黃巢檄文>과 <수재 양섬의 송별시에 화답하여(酬楊膽秀才送別)>도 처음 접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시들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점 한 가지는 시 원문을 책 뒤에다 따로 두었다는 것입니다. 원문과 해석을 나란히 두었으면 시를 감상하는 데 더 편리했을 것입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당시(唐詩)를 조금 더 접하고 싶어 책을 들었다가 저자와 함께 중국 전역을 여행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언젠가 이 책을 들고 집적 중국 땅을 다녀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한문 공부에 박차를 가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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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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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의 <디아스포라 기행>을 읽으면서 국가와 개인의 삶,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읽어보겠다고 하다 지금까지 미루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접하게 되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는 여러 현대 화가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작품 자체뿐 아니라 항상 화가라는 인간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룬 미술작품과 작가는 이쾌대와 신윤복 두 사람을 빼 놓고는 모두 저자가 직접 만났습니다. 서경식은 자신이 일본에 삶의 터를 잡은 한인 디아스포라로서 미술가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 혹은 ‘민족’이라는 주제에 집중합니다. 이 주제는 ‘가족’이라는 주제와도 연결되어 있죠. 이 책에서 여러 작가들과의 대화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마치 독자인 내가 그들의 대화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합니다.

 

서경석은 신경호가 5.18 광주민중항쟁의 현장에 있었지만 자신이 증언자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자문한다는 점에서 프리모 레비(Primo Levi)를 떠올립니다. 신경호의 <넋이라도 있고 없고: 초혼>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듭니다. 치안 당국은 대나무에 걸린 빨간 치마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한 것으로 보았답니다. 어쨌든 신경호 작가의 작품은 철저히 리얼리즘을 지향합니다. 그의 리얼리즘은 사실주의(寫實主義)가 아닌 사실주의(事實主義), 다른 말로 현실주의(現實主義)입니다. 그는 진정한 “예술적 삶은 함께 현실을 아파하고, 같이 뛰어넘고자 하며, 더불어 치열하게 사랑하는 삶”(p. 57)라고 말합니다. 서경식은 신경호의 마음속에 펄럭이며 나부끼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빨간 깃발이 아니라 가난한 여인의 치마라고 단언합니다.

 

서경식은 윤석남의 작품을 토템으로서의 예술이란 관점으로 설명하고, 그녀의 작품들, 특히 <어머니>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말합니다. 그리고 윤석남은 미리 어떤 이념을 가지고 그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을 소중하게 다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쾌대에 관해, 그의 <군상>과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은 같은 화가의 작품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인상을 줍니다. 집단과 개인, 서양화의 정통적 묘사와 조선의 민족적 묘사, 이 두 가지가 한 사람 속에 분열된 채 상극(相剋)하고 있고, 이 분열된 존재가 바로 이쾌대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화가 이쾌대는 분명 민족의 분열이라는 콘테스트에서만이 제대로 이해되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서경식은 김홍도의 풍속화첩을 보고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피터르 브뤼헐을 떠올렸듯, 신윤복을 네덜란드의 화가 페르메이르라고 느낍니다. 그것은 신윤복의 그림에 엿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는 신윤복이 주인공인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원작자 이정명 작가와 신육복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합니다. 결론으로 서경식은 신윤복의 <미인도>가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상상, ‘성별’조차 넘나드는 상상으로 이끌어준다고 말합니다.

 

이 책, 이런 식입니다. 서경식 작가가 미술가들을 만나 나누었던 본질에 관한 대화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은 독자로 하여금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합니다. 읽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인내하며 읽어낼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서경석은 언제나 나를 깊은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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