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팍팍합니다. 먹고 사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문제 때문에요. 내성적이라서 그런가요. 홀로 있는 게 좋습니다. 때로는 모든 게 귀찮아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집니다. 힘들 때마다 박광수 작가를 붙잡아 주었던 시들, 작가의 짧은 에세이와 일러스트가 나에게도 힘이 되어 줄까요?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박광수는 서문에서 말합니다. “살면서 내가 잘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금껏 내가 무슨 짓을 했건 간에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한참을 이 문장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 찬바람처럼 쌀쌀맞은 내 곁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네요. 아내, 아이들, 몇 몇 친구들. 이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여전히 내 곁에 있을까요?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내가 그들 곁에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야 나는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겠죠.
생각해 보니 지금 내 곁에 있는 자들이 소중합니다. 특히 나의 아이들! 메리 보탐 호위트의 시(詩), <신이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 신이 우리에게 아이들을 보낸 까닭은 / 신께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p. 176). 옆 페이지에 박광수의 그림이 있네요. 구름 사이로 아이들이 날고 있는 것인가요? 가족 특히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입니다.
정현종의 <방문객>도 인상적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p. 192). 내가 가끔 떠나고 싶었던 주변의 사람들이 내 삶에 얼마나 소중한 자들인지 새삼 느껴집니다.
인간관계로 힘들어 할 때 그리고 때로 홀로 있어 외로울 때 이 시집은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이 책 제목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참 잘 잡았습니다. 글씨체도 예쁘고 표지 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두툼한 책이 아닌데도 하드 카버로 되어 있어 고급스럽습니다. 여행가방에 쏙 넣고 다니기 좋네요. 2월 초 휴가를 내서 여행을 갑니다. 특별한 목적이나 테마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이 책이 제격이네요. 한적한 식당이나 카페 테이블에서 시를 읽겠습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 어디 한두 번이랴 /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 오늘 일을 잠시라도 /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p. 233). 이 시집이 나에게 ‘닻’이 되어 주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