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예술 찾기 - 예술 도시를 말하다 Newyork
조이한 지음 / 현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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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이력이 흥미롭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노동자 문화운동연합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유학해서 미술사와 젠더학을 공부했다. 그녀는 13년간의 유학을 바탕으로 이미 <베를린, 젊은 예술가의 천국>을 집필했다. 저자가 읽어낸 뉴욕의 예술, 조금은 참신하고 진솔한 면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이 책과 함께 매력적인 도시 뉴욕의 거리와 미술관으로 떠나본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림을 관람하는 사람들을 찍은 여러 장의 사진 덕에 미술관이 더 친숙히 다가온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조이한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현대미술작품으로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을 소개한다. 자연사박물관이나 수족관에 있어야 될듯한 작품이 얼마에 팔려 이곳 미술관까지 왔는지 재미있게 소개한다. 이 작품의 의미는 현대판 ‘메멘토 모리’? 저자는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이 작품 앞에서 신기해하며 둘러본다. 제목이 지시하는 ‘죽음’에 대한 상념보다는 이런 것도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훨씬 더 신기해하면서 말이다. 혹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현대미술의 죽음’이었을까?”(p. 59). 참 재치 있고 솔직한 관람 평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뉴욕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관 입구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몬드리안과 마티스의 작품이 있는 방을 보여주고, 팝아트의 거장들을 소개한다. 재스퍼 존스의 <성조기>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시리즈, 재프 쿤스의 <아트 매거진 애즈>와 <뉴 후버, 디럭스 샴푸 폴리셔> 등, 어떤 작품들인지 익히 알고 있지만 직접 뉴욕의 분위기를 경험하지 않으면 이런 작품들이 예술작품으로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알기에 뉴욕 도시의 거리를 곳곳에 소개한다. 저자는 머리에서 가슴까지 ‘더 원해’(I want more and more)로 가득 찬 그림을 뉴욕 거리의 어느 갤러리에서 보았다고 소개한다. 그 그림처럼 소비함으로 존재하는 도시 뉴욕에 팝 아트 거장들의 그림은 제격이다.  

이 책, 이런 식이다. 뉴욕에 있는 프릭 컬렉션, 브루클린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디아 비콘, 노이에 갤러리, 그 밖의 미술관과 갤러리를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은 벌써 뉴욕으로 날아가고 있다. 프릭 컬렉션에 가서 베르메르, 렘브란트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 그리고 하루 미술관 여행을 마치면 해질녘 차이나타운의 윌리암스버그 거리를 서성여 보고 싶다. 저자는 이곳이 더 이상 위험지역이 아니라고 자신하니까 말이다! 오래전 시카고에서 하렘지역을 운전한 일이 있었다. 유리창들은 거의 다 깨지고 흑인들이 어슬렁거리는 길을 운전하면서 나도 모르게 창문을 모두 올리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조심조심 빠져나왔던 적이 있다.  

아! 무엇보다도 휘트니 미술관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을 감상하고 싶다. 사실, 나는 그의 작품을 좋아해 책과 사진으로 많이 접했다. 사실주의 화가인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고독감이 몰려오면서도 뭔가 시원한 바람 같은 것이 텅 빈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듯하다. 외로운 도시인의 마음에 알 수 없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싶다. 아마도 나는 오래 호퍼의 작품 앞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젊은 작가의 안내로 좋은 미술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뉴욕, 이전보다 더 친숙해졌다. 이런, 나의 마음은 아직도 뉴욕의 미술관과 거리에서 서성이고 있다. 언젠가 그곳에 갈 것이다. 그 때는 조이한의 이 책, <뉴욕에서 예술찾기>,를 꼭 챙길 것이다. 그곳에 가면 낯익은 도시 뉴욕에서 낯익은 작품들 뿐 아니라 낯선 예술 작품도 수없이 조우(遭遇)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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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1-11-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내 몸을 알고 싶다
스티븐 주안 지음, 홍수정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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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인류학자, 교육학자, 저널리스트인 전방위적 지식인 스티븐 주안(Stephen Juan)이 쓴 이 책의 원제목은 <Can Kissing Make You Live Longer?>이다. <키스하면 더 오래살 수 있을까?> 혹은 <키스는 우리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 책, 재미있다. 우리 몸에 관해 궁금한 모든 잡동사니 질문들을 다 모아놓고, 그 질문들에 대해 때로는 일목요연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답을 달아 놓았다. 저자 자신이 다음과 같은 질문의 답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먼저 남자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때는 언제인지, 임신 중에는 왜 입덧을 하는지 … 왜 후춧가루는 재채기를 나게 하는지 …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 … 오페라 가수가 대부분 뚱뚱한 이유 …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질병 …”(p. 10). 

나는 먼저 키스가 정말 우리 수명을 연장시켜주는지 답을 알고 싶었다. 정답은 예스다! “스트레스 정도가 낮고, 적정 콜레스테롤을 유지하며, 배우자와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졌다. 키스를 하면 이 3가지를 모두 성취할 수 있다!”(p. 131). 이 글 앞에는 ‘인간은 왜 키스를 할까’라는 제목으로 키스는 낙하산 강하, 번지 점프,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와 같은 뇌 부위를 자극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좋은(?) 키스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내용 50가지를 나열한다(pp. 126~130). 재미있는 내용 몇 가지를 나열해 보자. 1분 동안 키스하면 109킬로줄(26칼로리)을 소모한다. 보통 사람들은 일생 동안 키스하는 데 336시간을 보낸다. 키스보다는 악수로 감기를 옮을 가능성이 더 많다. 아침에 자신의 아내에게 굿바이 키스를 하는 남자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번다. 등등. 와! 키스가 이렇게 좋다니, 다이어트에도, 돈을 버는 데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도 효력이 있다. 한국문화상황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을 밝혀야겠다. 키스의 효력을 보려면 반드시 배우자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에 관한 다양한 상식들, 그저 그런 상식이 아니라 인류학, 심리학, 역사학 등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꼭 필요한 몸의 지식들을 알려준다. 머리, 눈, 코, 귀, 입, 피부, 체모와 손발톱, 뼈와 치아, 심장과 혈액, 소화기관, 그 외의 인체에 관한 것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13장이지 싶다. ‘인간 행동의 원천과 죽음에 관한 모든 지식’이 나열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에 대해, 왜 사람들이 도박을 그토록 즐기는지에 대해, 테러보다 땅콩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대해 말한다. 이 책,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이 책은 몸에 관한 작은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저곳 흥미로운 부분을 들추어 보았다. EBS교육방송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저녁, 아내가 식탁을 준비하는 동안 펼쳐지는 대로 하나씩 읽으면 괜찮겠다 싶다. 집 거실 탁자에 놓아두기에 제격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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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4
닐 웬본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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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그 삶과 음악>은PHONO의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작곡가의 연대기적인 삶 속에 그의 작품들을 배열하고 설명함으로써, 그런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역사적 배경 아래서 음악을 이해하고 감상하게 해 준다. 이 시리즈의 책을 읽음으로써, 위대한 음악가의 작품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멘델스존의 작품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의 집안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저자는 다음 문장으로 독자에게 확실히 각인 시킨다 “그 가문은 문화계의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가문의 역사와 전통은 멘델스존의 자기인식과 세계관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p. 21). 이 책은 멘델스존의 할아버지 모세 멘델스존, 아버지 아브라함 멘델스존 뿐 아니라 큰 고모 브렌델, 누나 파니 등을 이야기하며 대단한 가문의 신동 멘델스존을 소개한다. 한편, 그가 신동임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처럼 알려지지 않음은 그의 가문이 너무나 대단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부모는 모차르트가 신동임을 선전함으로 재정적 도움을 많이 받아내야 했지만, 멘델스존의 집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펠릭스 멘델스존이 15세에 외조모 벨라 잘로몬으로부터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선물로 받았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다. 그가 신동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펠릭스가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 계속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멘델스존의 삶에서 1825~1829년을 ‘성숙기로의 도약’ 시기로 잡은 것은 매우 적절하다. 멘델스존의 가족이 19개의 방이 딸린 정원 주택(Gartenhaus)로 이사한 후 펠릭스는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며, <한 여름 밤의 꿈>을 작곡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은 데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 집에서 누린 가족과의 행복한 시절과 더 관련이 깊을 것이다. <한 여름 밤의 꿈>의 서곡(overture)은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연 작품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나올 멘델스존의 다른 작품은 이 장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작품 안에 있는 스케르초(Scherzo), 야상곡(Notturno), 결혼 행진곡(Wedding March)를 들어보라. 생명력 넘치는 기운과 함께 고상한 기품을 느낄 수 있다. 

‘대여행가(Grand Tuourist, 1829~1832년)’ 시기는 멘델스존이 ‘묘사적 음악’의 가능성을 새롭게 탐구하기 시작한 때였다. 확실히 <헤브리디스, Hebriden>(핑갈의 동굴)은 문학작품에 대한 음악적 반응이 아니라, 어떤 장소의 정신을 환기시킨다(p. 122). 그는 이 시기에 <무언가(Songs Without words)>의 첫 번째 모음집을 완성한다. 그의 주장대로 “음악은 말보다 천 배는 더 나은 내용을 영혼을 채워준다”(p. 124). 이 후부터 펠릭스의 나이 28세에 세실 장르노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우울했던 멘델스존에게 세실과의 관계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여섯 개의 프렐류드와 푸가>(Preludes and Fugues, Op. 35)를 작곡했다. 이 작품은 <무언가>의 살롱적인 우아함과 달리 풍부하고 안정적인 면이 강하며, 고전주의 작품과의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멘델스존의 능력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어머니 레아의 죽음으로 멘델스존 일가의 친밀한 삶은 종결된다. 이 때 그는 <무언가> E단조(장송행진곡, Trauermarsch)를 작곡한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나이 34세에 쓴 <한 여름 밤의 꿈>에 달린 부수음악, Op61은 그의 작품 중 최고일뿐 아니라 음악사 전체에서도 놀라만한 작업이었다. 열일곱에 작곡했던 서곡에 열세 곡을 추가하여 연극 자체에 어울리는 마법을 발휘해 오래전에 방문했던 세계를 재창조해 낸 것이다(pp. 207~208). 이후 멘델스존의 명성은 정점에 있었지만, 그는 그 때 대중의 요구와 사적 창작적 생황의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과중한 업무와 작업으로 멘델스존은 지쳤지만 어려서부터 항상 활동적이 되도록 교육받은 그는 열정이 부족할수록 오히려 시간을 쏟아 부어야 했을 것이다. 과로로 탈진상태에 이른데다 누이 파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멘델스존은 큰 충격을 받고 끝내 회복되지 못한다. 그의 작품 <현악사중주 6번 F단조, Op. 80>은 멘델스존의 고통스런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도 누이처럼 갑작스런 발작으로 3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나는 멘델스존의 개인사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부록 CD 두 장에 수록된 곡들을 빠짐없이 들었다. 그가 한없이 가깝게 다가왔다. 그리고 멘델스존이 현재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보다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한 번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 64>을 듣는다. 내가 제일 즐겨듣는 멘델스존의 작품 중 하나다. 이 책의 저자도 지적했듯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무리 자주 들어도 그 참신함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 희귀한 작품이다.”(p. 214).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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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사진 - 사진으로 기록한 현대사의 맨 얼굴, 퓰리처상 사진 부문 70년간의 연대기
핼 부엘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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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을 받기 위한 필수요건은 전년도 미국 일간신문에 실린 사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어떤 명확한 수상 규정이 없다. 그야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들은 현대사의 한 장면을 독자에게 깊이 각인시킨다. 엄청나게 다양한 사진들, 100만분의 1초에 역사를 정시킨 사진을 통해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고 많은 교훈을 얻는다. 기사화된 글보다 사진 한 장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읽어내기도 하고 깊은 감동이나 충격을 받기도 한다.  

<퓰리처상 사진(The Pulitzer Prize-winning Photographs 1942~2011)>은 AP의 사진국장으로 일했던 핼 부엘(Hal Buell)이 1942년부터 2011년까지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들을 다섯 기로 나누어 정리하고 설명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엄청나게 다양한 사진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 다큐멘터리다. 저자는 이런 사진들이 시기별로 어떤 카메라로 촬영되었고, 각 시기별 특징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라플렉스카메라에서 스피드그래픽으로, 다시 35mm카메라로, 이제는 디지털과 휴대용 위성전화 등으로 사진 기술이 변화하면서 시기별로 퓰리처상 사진들이 어떤 특징을 이루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초기(1942~1961) 퓰리처상 수상작은 대부분 강렬하고 단순하며 마치 포스터 같다.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이오섬의 성조기’가 대표적인 예다.   

제2기(1962~1969)에는 35mm카메라 덕분에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까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기술적으로 넓은 범위를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와 멀리 떨어진 곳을 찍을 수 있는 망원렌즈 덕에 창의적인 사진기자들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장면이나 사람을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특종사진뿐 아니라 특집사진도 수상하게 되었다. 사카이 도시오의 사진, <Quiet Rain, Quiet Time>은 특집사진의 진수를 잘 보여준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전쟁은 일시적으로 멈추고, 한 병사는 벙커의 모래주머니 위에 앉아 있고, 뒤에는 또 다른 병사가 총을 들고 조용히 앉아 망을 보고 있다. 폭우로 적의 공격은 멈추었지만, 언제 갑자기 공격이 시작될지 모른다. 격렬한 교전 중 정적이 감돌고 있지만 이보다 전쟁의 긴장을 잘 표현한 사진이 있을까?   

제3기(1970~1980)에 특집사진 부문은 ‘뉴스’와는 점점 거리를 두고, 스토리를 들려주는 기사를 추구하게 된다. 댈러스 키니의 <계절노동자들의 물결>은 당시 미국 계절노동자들의 가난한 생활을 카메라 앵글에 잘 담아냈다. 그들은 형편없는 보수에 심한 질병을 앓고 있으며, 노동자 가족들은 시골 뒤안길에 숨어 눈에도 잘 띄지 않았다.   

제4기(1981~2002)는 칼러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아프리카 사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에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용 위성전화가 등장한 덕이다. 스탠 그로스펠드의 에티오피아의 <기아>,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 AP사진팀의 <르완다: 죽음의 마을> 등은 이미 신문지상을 통해 우리의 기억의 망막에 깊게 각인된 사진들이다. 이제 제5기(2003~2011)는 진보한 디지털 기술로 그 어느 때보다 지역과 관계없이 더 많은 사진을 더 신속하게 보내게 되었다. 이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가 숙제로 남았다. 너무 쉽게 사진을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세계 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퓰리처상 수상작들 대부분을 결코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없었다. 인류역사는 전쟁과 투쟁, 갈등, 가난과 질병, 자연재해와 사고, 화재 등 수많은 고통과 아픔으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특종사진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연약함과 악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몇 몇 특집사진들을 통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인생은 여전히 살만하고 아름다움과 희망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르네 바이어는 소아암의 일종인 신경아세포종을 앓는 데릭의 투병기를 취재했다. 일자리를 잃은 가난한 가족이지만 심각한 질병 앞에서 온 가족이 단단히 뭉치는 휴먼드라마를 보여준다. 또 프레스턴 개너웨이는 간암으로 죽어가는 캐럴린이 가족들과 함께한 삶을 기록으로 남겼다. 생명의 탄생, 가족, 사랑, 우정, 용기, 헌신 등과 같은 삶의 미덕들이 있기에, 우리네 삶은 고통 속에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삶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특집사진들이 더 많이 신문에 실리고 퓰리처상을 수상해서,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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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소녀 아키아나 - 그녀의 삶, 그림, 에세이
아키아나 크라마리크 지음, 유정희 옮김 / 크리스천석세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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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아키아나를 ‘천재소녀’라고 부른다. 아키아나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고, ABC 방송, CNN 방송에 소개되었을 뿐 아니라, 미국 수정교회(Crystal Catherdral)에도 초청받았다. 현재 세계 20대 화가에 선정되었고, 그의 작품은 작품 당 6억원의 가치가 있단다. 갑자기 등장한 아키아나, 우리는 그녀와 그녀의 작품(그림과 시)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대양’이라는 뜻을 담은 아키아나(Akiane), 이 소녀는 4살 때인 어느 날 엄마에게 하나님을 만났다고 말하고는 천국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하나님이 자신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림 그리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키아나의 가족은 신앙의 분위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여러 가지 이유로 아키아나는 일반 교육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키아나는 직접 시까지 썼다. 그림뿐 아니라 시도 어디서 배운 적이 없기에 놀라운 일이었다. 또 그림과 시에 탁월한 아키아나지만 다른 사람의 그림이나 시에는 전혀 관심도 갖지 않았다. 도대체 그녀의 그림과 글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냥 타고난 재능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 자신, 사람들이 작품의 영감을 어디에서 주로 얻는지 질문할 때, 분명하게 말한다. “하나님에게서요!”(p. 79).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들도 자신들이 가르치거나 어디서 배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한다. 아키아나가 사실주의 미술과 시의 분야에서 최연소 영재로 인정받았을 때, 그의 부모들은 고백한다. “놀랍게도 우리가 보상을 받은 것은 열성적인 노력이 아니라 인내와 지속적인 기도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돕기 위해 아키아나의 사명을 진전시키려고 애쓸 때마다 항상 문이 닫혔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노력을 멈추면,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문을 열어주시고 우리에게 복을 내려주셨다.. 가장 좋은 기회들은 항상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때와 방법을 통해서 왔다.”(pp. 98~99). "우리 딸의 사명에 동참하는 것은 복된 일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아무것도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된 것이 없기 때문에 무얼 내세우거나 자랑할 것은 하나도 없다.“(p. 102). 

그러고 보니,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천재 소녀, 아키아나>로 착각하고 있었다. ‘천재 소녀’가 아니라, ‘천국 소녀’가 맞다. 아키아나의 재능은 타고난 재능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불충분하다. 그는 특별한 사명으로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천국 소녀’다. 그녀의 고백처럼,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이 하나님께 향하고 또 자신의 시를 통해 사람들이 계속 하나님께 주목하게 하는 것이 그녀의 사명인 것이다(pp. 96~97). 이것은 그의 작품이 증명한다. 그녀가 8살에 그린 <평화의 왕자>를 보라.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항상 상대를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불과 40시간 만에 완성한 것이란다. 젖니 4개가 빠져나가도 모를 정도로 몰입한 그림이다. 이것을 어찌 8살의 어린 소녀의 단순히 타고난 재능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천국 소녀다! 이 책은 단순히 아키아나의 삶과 그림, 에세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과 인생, 인생의 사명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인생의 신비에 대해 많이 놀라고, 삶의 의미와 사명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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