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4
닐 웬본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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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그 삶과 음악>은PHONO의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작곡가의 연대기적인 삶 속에 그의 작품들을 배열하고 설명함으로써, 그런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역사적 배경 아래서 음악을 이해하고 감상하게 해 준다. 이 시리즈의 책을 읽음으로써, 위대한 음악가의 작품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멘델스존의 작품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의 집안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저자는 다음 문장으로 독자에게 확실히 각인 시킨다 “그 가문은 문화계의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가문의 역사와 전통은 멘델스존의 자기인식과 세계관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p. 21). 이 책은 멘델스존의 할아버지 모세 멘델스존, 아버지 아브라함 멘델스존 뿐 아니라 큰 고모 브렌델, 누나 파니 등을 이야기하며 대단한 가문의 신동 멘델스존을 소개한다. 한편, 그가 신동임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처럼 알려지지 않음은 그의 가문이 너무나 대단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부모는 모차르트가 신동임을 선전함으로 재정적 도움을 많이 받아내야 했지만, 멘델스존의 집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펠릭스 멘델스존이 15세에 외조모 벨라 잘로몬으로부터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선물로 받았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다. 그가 신동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펠릭스가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 계속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가 멘델스존의 삶에서 1825~1829년을 ‘성숙기로의 도약’ 시기로 잡은 것은 매우 적절하다. 멘델스존의 가족이 19개의 방이 딸린 정원 주택(Gartenhaus)로 이사한 후 펠릭스는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며, <한 여름 밤의 꿈>을 작곡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은 데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 집에서 누린 가족과의 행복한 시절과 더 관련이 깊을 것이다. <한 여름 밤의 꿈>의 서곡(overture)은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연 작품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나올 멘델스존의 다른 작품은 이 장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작품 안에 있는 스케르초(Scherzo), 야상곡(Notturno), 결혼 행진곡(Wedding March)를 들어보라. 생명력 넘치는 기운과 함께 고상한 기품을 느낄 수 있다. 

‘대여행가(Grand Tuourist, 1829~1832년)’ 시기는 멘델스존이 ‘묘사적 음악’의 가능성을 새롭게 탐구하기 시작한 때였다. 확실히 <헤브리디스, Hebriden>(핑갈의 동굴)은 문학작품에 대한 음악적 반응이 아니라, 어떤 장소의 정신을 환기시킨다(p. 122). 그는 이 시기에 <무언가(Songs Without words)>의 첫 번째 모음집을 완성한다. 그의 주장대로 “음악은 말보다 천 배는 더 나은 내용을 영혼을 채워준다”(p. 124). 이 후부터 펠릭스의 나이 28세에 세실 장르노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우울했던 멘델스존에게 세실과의 관계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여섯 개의 프렐류드와 푸가>(Preludes and Fugues, Op. 35)를 작곡했다. 이 작품은 <무언가>의 살롱적인 우아함과 달리 풍부하고 안정적인 면이 강하며, 고전주의 작품과의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멘델스존의 능력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어머니 레아의 죽음으로 멘델스존 일가의 친밀한 삶은 종결된다. 이 때 그는 <무언가> E단조(장송행진곡, Trauermarsch)를 작곡한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나이 34세에 쓴 <한 여름 밤의 꿈>에 달린 부수음악, Op61은 그의 작품 중 최고일뿐 아니라 음악사 전체에서도 놀라만한 작업이었다. 열일곱에 작곡했던 서곡에 열세 곡을 추가하여 연극 자체에 어울리는 마법을 발휘해 오래전에 방문했던 세계를 재창조해 낸 것이다(pp. 207~208). 이후 멘델스존의 명성은 정점에 있었지만, 그는 그 때 대중의 요구와 사적 창작적 생황의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과중한 업무와 작업으로 멘델스존은 지쳤지만 어려서부터 항상 활동적이 되도록 교육받은 그는 열정이 부족할수록 오히려 시간을 쏟아 부어야 했을 것이다. 과로로 탈진상태에 이른데다 누이 파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멘델스존은 큰 충격을 받고 끝내 회복되지 못한다. 그의 작품 <현악사중주 6번 F단조, Op. 80>은 멘델스존의 고통스런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도 누이처럼 갑작스런 발작으로 3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나는 멘델스존의 개인사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부록 CD 두 장에 수록된 곡들을 빠짐없이 들었다. 그가 한없이 가깝게 다가왔다. 그리고 멘델스존이 현재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보다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한 번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 64>을 듣는다. 내가 제일 즐겨듣는 멘델스존의 작품 중 하나다. 이 책의 저자도 지적했듯 “이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무리 자주 들어도 그 참신함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 희귀한 작품이다.”(p. 214).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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