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 시가 되라 - 달털주 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詩 수업 이야기
주상태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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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은 학교 다닐 때 시를 읽고 시가 너무 좋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시 때문에 문예 창작학과를 전공하고 국어 선생님이 되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으로 국어를 가르치는 것에 큰 자부심을 엿보게 됩니다.

 

선생님은 중학교 학생 아이들에게 자신의 첫 수업시간에 시를 한 편 읽어 주고 수업을 시작합니다. 시가 죽었다지만 그의 수업시간에는 시가 죽지 않았던 거나 진배없습니다. 아이들이 무심히 들려주는 시에 무슨 반응을 보였는지, 혹은 어떤 내면이 꿈틀거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때로는 시처럼 들리는 날도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시를 읽히고 시를 쓰게 할 수 있는 것은 자발적이지 않으면 시를 가까이 갈 수 없을 느낍니다. 자신도 시를 좋아했듯이 학생들도 비슷한 감동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선생님은 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시를 읽고 시를 지을 수 있는 것의 촉매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이겠지요. 그런데 여기에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여기에 시를 붙이도록 하는 형식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진을 보고 사진에서 시를 추출하는 학습을 하게 된 것이겠지요.

 

사진에서 시의 진액을 추출하는 것. 바로 사진이 주는 즉시성과 현실성의 힘이 시적인 은유로 화학반응을 하고 다시 아이들 가슴에 내재되어 역으로 시로 나올 수 있다는 발견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시가 자칫 아무리 감수성이 뛰어난 여학생들이지만 시는 여전히 난해하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만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도록 할 것인지는 어렵습니다. 시를 어떻게 써야 할 것이지도 선생님이 가르치기에도 벅찬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아이들 자신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이것을 보고 시로 짜내고자 하는 고안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주 근사한 방법이었습니다.

 

각자가 주어진 사진 한 장씩 고르고 나서 이 사진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단어를 뽑아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단어들을 은유하고 압축할 수 있는 기교를 넣었습니다. 또 이 기교에 단어 숫자를 적절히 배합해서 운율이 나오도록 합니다. 이렇게 나온 사진 글이 바로 독립적인 시 한 편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진은 단지 이 시를 액기스화 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사진으로 훈련하고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 사진이 없이, 직접 사물을 보고 단어를 떠올리고 마치 사진처럼 보고 시상을 심상으로 전이 시킬 수 있다는 원리가 선생님은 주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진의 인도가 결국 시의 도출로 나오게 된 것이니까요.

 

문학의 힘이라는 것이 전방위적이라서 힘이 있습니다. 문학이 무슨 물리적인 힘은 하나도 없지만 문학으로 통해서 사유가 나오고 이 사유가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흔듭니다. 흔들린 마음은 갈등과 용기를 만들고 결국 사회의 나가는 방향을 바꾸는, 배로 말하면 키를 움직이는 명령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시와 결합되어서 나타날 수 있는 각각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각각 가지고 있는 단점을 상쇄시키며 이른바 궁합은 이렇게 융합으로 발전하는 경험을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이유겠지요.

 

인류의 역사는 머무름의 역사가 아니라 변화의 역사였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겠지요. 끝없이 다른 무엇으로 변화하고 이 변화가 욕망의 실타래를 풀어 왔습니다. 원 재료에서 무엇과 무엇이 합쳐지고 뒤섞여서 새로운 발견을 만나서 상호 간에 시너지효과와 상승의 효과로 나온 것이 변화의 욕망이었습니다. 항상 어떤 것이든 기득에 안주할 때 이미 안주함으로써 변화가 멈추었을 때 물이 썩어가듯이 문학도 고여서 정체된다면 외면받기 일쑤 일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이란 영원한 변화의 갈구입니다. 무엇이든 예술이 예술로써 규정될 때 또 다른 예술은 기존의 예술을 뒤엎어 새로이 추구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고 문학의 본질입니다. 이 변화에는 사고의 힘이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동력으로 필요합니다. 누구는 가난하고 누구는 지식이 없고 누구는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이를 극복하였길래 변화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기존의 힘은 막강했습니다. 억제와 저항의 힘의 균형은 늘 아슬아슬합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변화를 멈추지 않았던 것은 억제보다 저항의 힘이 약하니 끈질기게 시도되어 결국은 전복시켜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문학은 바로 저항에 온기와 긴 호흡의 숨결을 불어 넣어 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문학은 새로웠을 때만 그 존재 가치가 있어 왔던 이유겠지요.

 

어느 시대이든 태평성대를 논할 때 항상 문화가 융성했던 시대였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학이 죽어갈 때 그 사회는 위기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 위기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 이것이 문학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누군 그럽니다. 시 나부랭이 해서 돈이 나와?, 밥이 나와?라고 질타합니다만,

 

"이봐요. 자네 조상들이 진짜 양반이었다면 넌 조상님에게 한 대 맞았을 거외다. 그분들이 다 글로써 시를 지었던 문인들이었거든요. 하다못해 칼 들고 전쟁에 나가는 장군들까지도 출정 시를 지었답니다. _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응? _ 하기야 노비들이 마당이나 쓸어도 시를 쓸리는 없을 것이구먼. 그 노비의 유전자가 당신의 시심을 방해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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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0-15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춘기때 감수성의 발현에
국어선생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말 행복하세요^^;


yureka01 2016-10-15 20:48   좋아요 1 | URL
아마 저도 국어선생님이 시인이었다면 인생 진로가 바꿨을듯.ㅎㅎㅎ
그러게요..감사합니다..

2016-10-15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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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5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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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6 2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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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10-15 2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가 죽어가는 이 시대의 감성이 안타까운 것도 어쩌면 기성세대의 감상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시가 밥먹여주던 시대가 분명 어느 시절엔 있었다고 봤을때 지금 이 시대는 슬픔도 울분도 말라버린 콘크리트 그 자체니까요ㅠㅠ

yureka01 2016-10-16 00:03   좋아요 1 | URL
시의 소비가 동결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매해 신춘문예에 시 투고작품은 계속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더군요..

보는 사람은 갈수록 적어지는데 생산력만 왕성한 시대인가 봅니다.
결국 단절의 시대에 제각각의 윤활유가 없는 건조한 개개인만 남은 거같네요...

마르케스 찾기 2016-10-15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윤동주의 부끄러움의 미학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머리싸메고 외워야 하는 나라, 이육사의 울분과 의지를 오지선다형 문제로 풀어내는 나라에 그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우니,,, 시를 읽는다는 것이 여유의 시작이 아니라 공부의 연장으로 인식되어서,,, 안타깝습니다.
생각난 김에 윤동주 시집을 다시 꺼내 봐야 겠어요ㅋ
얼마전 ˝동주˝ 영화보고 돌아와서, 오래전 사놓은 낡은 윤동주 시집을 다시 찾아 앞 줄에 꽂아 뒀었는 데,,,

사진이 그림보다 더,,,
시같을 때가 있는 거 같아요 ^^

yureka01 2016-10-16 00:05   좋아요 0 | URL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시험에 상관없는 시 감상 시간..시해설시간...필요한듯 합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을 내면 수험뫄 관계없다고 아예 처다보 안보고 다른 공부하기 바쁘니...

네 시가 사진이 서로를 닮았더라구요..ㅎㅎㅎ

2016-10-16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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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6 2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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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7 1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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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erjoo 2017-09-03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에 알라딘에서 내 책으로 들어왔다가 리뷰를 보게되었습니다.
유레카의 사진처럼 읽는 서재!
시의 한 구절을 읽는 느낌을 받습니다.

시를 좋아하기 이전에 사진에 미쳐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반가워 글을 남깁니다. <닭털주>


yureka01 2017-09-04 08:50   좋아요 0 | URL
와우..저자 선생님께서 직접 찾아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네 사진..미칠만 하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