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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 - 근대 유럽을 만든 중세의 모든 순간들
페르디난트 자입트 지음, 차용구 옮김 / 현실문화 / 2013년 3월
평점 :
이 책은 서구 유럽의 중세 기간을 다룬 역사서이다. 역사서이기는 하나 저자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은 쉽게 느끼지 못하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죽 나열해 놓은 인상을 받았다. 따라서 저자의 의견이 배제된 기분이 들어서 뭐라 딱히 부언하여 왈가왈부할 거리는 없는 거 같았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하여 몇 가지 의문점이 들어서 리뷰라는 형식을 빌려 따져 보고 싶었다. 중세 역사에 대해 그리 깊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중세 역사 전반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이해가 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책의 경과 과정 :
이 책은 오래전 알라딘 유저의 소개가 있었고 근대를 지나 현대 오늘날은 사회가 중세에 그 당시의 사회에서 비롯되고 태어난 결과였으므로 중세의 사회적 환경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었던 적이 있있다. 따라서 그런 일환의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하였고 작년에 이 책을 구입하고 책장에 처박아두기만 했었다. 알게 모르게 사놓고 읽지 않아서 뭐랄까, 일종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작용한 탓도 있다. 읽지도 않는 책을 사놓고 장식용처럼 취급하기는 싫었던 이유에서 이번에 밀린 숙제하는 기분으로 책을 펼쳤고 문장 위를 달려 보기로 했던 것이다. 물론 딸아이가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라 옆에서 대기하라는 모드를 요구했고 이왕 옆에서 지켜보느니 아빠도 함께 공부한다는 자세?로 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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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책의 뒷날개 부분( 위 사진 참고)의 홍보성 문구가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읽기를 자극하기까지 했다. 휴일 오전에 잠깐 사진 찍고 들어와서 오후 내내 이 책을 읽었는데 역사서 치고는 첫 페이지부터 흥미가 점점 떨어지는 경우였다. 하여간 두께가 두꺼운 책의 일반적인 특징은 내용이 중구난방 같은 기분이랄까, 하여간 뭔가 정리되지 못한 복잡한 황제들의 사설만 들입다 흩어 놓았구나라는 걸 느꼈다. (저만의 기분이 그랬다는 거니 오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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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보시면, 이게 첫 페이지이다. 아 대체 중세를 누가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을까? 게다가 신비의 중세라고까지 하니 조금은 의아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중세를 살아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는 않다고 토로한다. 이때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중세의 이미지는 암흑기라고 알고 있었고 역사적으로도 가장 비참한 천년의 시기가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렇게 비극적이지도 않았다는 논지를 견지한다. 그럼 살아 볼 만도 하지 않을까라고 하고 해도 저자도 역시 살아보지 않아서 아쉽다고는 하지 않았다. 이게 나의 첫 번째 의문스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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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첫번째 챕터에서는 중세 유럽의 시작을 "황제권"이라고 하는 절대 군주의 권력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규정하였다. 로마시대로부터 이어진 황제라는 권력의 서술이 첫 번째의 챕터를 전부를 할애했다. 여기서부터 읽기가 상당히 꺼려지기 시작했다. 흥미는 도저히 일어나지 않았다. 참고로 저자에 대해 찾아 본 바, 왜 중세의 황제, 왕들의 이야기가 주야장천 나오게 된 이유가 있었다. 저자는 중세사 연구에서 권력자들의 연구자였던 거다. 그러니 황제와 왕들의 이야기가 줄기차게 나오는 이유이다. 중세의 역사가 황제들의 권력. 왕들의 지역분할 영주와 영지로써 만으로 중세 역사를 다 아우를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이게 나의 두 번째 의문이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황제와 왕들의 중심으로 기록한 글이 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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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작은 인간이 살기 너무 어려울 때, 그리고 어려워 도저히 견디기 아주 힘들 때 혁명은 일어난다. 마치 불씨가 불똥을 튀울만한 임계점 아래에서는 불이 일어나더라도 번지기 어렵다. 그러나 중세는 르네상스라는 불씨를 튀우고 종교개혁을 이루고 급기야 근대로 넘어갈 수 있는 산업혁명의 밑거름이자 토양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중세는 암흑기라는 극한의 비등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한 반영이 결국은 중세의 봉건의 반 휴머니즘를 허무는 혁명의 시기로 이어진 것이다.
중세의 페스트, 즉 전염병이 온 유럽을 휩쓸 때마다 인간의 생과 사에서 변화의 바람은 시작되는 것이고, 교황의 권력으로부터 발생된 교회의 권력은 타락하고 급기야 천국에 가는 면죄부까지 파는 등의 물질적 정신적인 횡포가 종교개혁의 시작이었다. 또한 십자군 전쟁 등으로 유럽은 이교와 싸움에서 백성들은 착취당하고 심지어 무엇인가에 잠재된 사회적인 불만이 유대인의 학살과 마냐 사냥, 종교재판 등으로 야기되면서 그 억제된 세태의 불만이 수백 년간 누적되어 텨져 나오는 것도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장황하게 긴 황제와 왕들의 이야기에 비해 세가리 좃마나게 언급되고 지나쳐 버린다. 역시 사진에서처럼 왕들의 이야기가 주구 장창이다. 이게 세 번째 의문. 자꾸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만큼 자주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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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 제목이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이다. 중세 천년의 빛은 무엇이고 그림자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저자가 중세의 권력자를 연구한 사람임으로 빛이란 당연히 권력자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림자를 빛에 비해 더무니없이 적게 다루었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결국 사회의 변혁과 개혁은 그림자를 통해서 빛을 갈아치우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두께가 780페이지이다. 왕들 이야기 빼면 남는 게 얼마 없다.
네 번째 의문이다. 빛의 이야기는 너무 디테일하고 장황하고 길게 서술 되었지만 기사들, 영주들,농민들,농노들, 여성들, 어린이들.교회와 수도사와 신앙에 대하여, 그리고 르네상스에 대해 주마간산 겉할기 식으로 서너장씩만 언급하고 지나쳐 버렸다. 왕들의 이야기는 수시로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차라리 중세의 왕으로 태어난지 못한 일반 백성과 주민들의 삶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중세의 세계관이 황제들만의 세계관은 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아 자주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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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중세의 일대의 사건들의 원인과 사건을 통하여 나타난 난 결과, 그리고 그런 결과가 또 다른 원인으로 영향을 주게 되는지 등의 전체적인 맥락과 의미는 전혀 집약되지 않게 보였다. 그저 황제와 왕들의 권력자들 이야기만 여름철 장맛비 내리듯 문장을 적시고야 만다. 다 읽고 나면 대체 내가 뭘 읽은 거냐 되묻게 되더라. 이거 봐서 중세의 의미를 되짚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단적인 예로 페스트라는 질병이 중세 국가 전반에 미치게 된 영향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기에 접어들고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가는 도저히 개념이 잡히지는 않았다.
참고로 아닌 게 아니라, 저자는 카를 4세를 연구도 많이 했다고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되었다.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역사서가 아니라 자기 연구를 토대로 황제들의 연대기에 집중되어 상당히 편중되어 있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이 책은 2000년도에 절판된 책을 2013년도에 다시 복간해서 표지 디자인을 달리했고 출판사가 바뀐건지 출판사 이름만 바뀐건지, 다시 출간한 책이었다. 네, 이 책 역시 비추이다. 아 책보면 중세의 전반적인 흐름과 이 흐름으로 인해서 역사적인 스토리와 의미, 및 그 영향과 진행 양상으로써의 정리가 어렵다.
우리가 왜 지난 과거의 역사를 연구하고 알아야 하고 배우려 하는가? 에 대한 역사 배움의 본질을 꼭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되묻는다. 이게 다섯 번째의 의문이다.
딸아이가 옆에서 "아빠, 참 고생하시네요. 그 책 보기만 해도 경끼 나겠어요." 라고 한마디 던졌다. 아 깨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