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에 주영헌 시인님에게서 시집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상당히 부끄럽고 미안했다.
대체 나에게서 무얼 보고 시집을 직접 보냈을까 생각하니 자꾸 얼굴이 화끈 거린다.
하다 못해 글이라도 간들어지게 쓸 수 있는 능력이라도 되든가,
하다 못해 시집을 읽고 재대로 음미할 수 있는 깜량이라도 되든가,
이것도 아니라면 무슨 시라도 맛깔나게 읽는 재주라도 있든가,
이것도 아니라면 문학의 배움이라도 높이 다져져서 유희라도 있든가,
이도 저도 아닌 노가다 판에서 생짜배기 조빠지게 흐느적 거리는 놈에게
시라도 읽어라고 시인이 직접 주니 미칠 노릇이다.
시인은 타고난 천부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난 이에 걸맞는 훌륭한 독자라도 되고 싶었으나, 도저히 어렵기만하다.
그런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있어도 이렇게 신간 시집의 채마르지도 않는 잉크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모쪼록 열심히 읽고 감상하고 느껴 보도록 하겠습니다.시집 고맙게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