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 - 힘껏 굴러가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
최필조 지음 / 알파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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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목은 사진을 오랫동안 찍어 왔던 경력이라야 표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장이다. 많은 사진을 찍었고, 찍은 사진에 어쭙잖은 글을 덧댔던 게 사진과 글이 각각의 한계를 자인한다. 사진만으로 전부를 다 말할 수 없었던 한계, 사진만으로 전부를 표현하지 못한 자기 부족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사진으로 전부를 보여 줄 수 없어서, 사진에 사족처럼 글로 보완하는 지속적인 미련이 더해졌다. 사진은 사진 프레임 속에서 현장의 제한적인 면적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 제한적 면적은 그대로 표현의 제한으로 연결되고, 표현에 대한 의도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그 제한적 표현을 글로 표현의 부족함을 채우려 했다. 사진으로도, 글로도 완성되지 않는, 미완의 여운이 항상 따라다닌다. 전부를 다 보여줄 수도 없고 전부를 모두 서술할 수 없는 한계는 늘 타협을 만든다. 이를 우리 삶의 내면적 제한이라고 하자. 즉 무한의 불가능성이라고도 하자. 어쩌면 사진과 글은 유한한 우리들이 가진 무한의 도전성의 오기스러운 내포는 아닐까. 사진은 빼기라고는 했지만, 글은 더하기가 된 셈이다. 빼기와 더하기의 중화작용이라 그럴싸한 핑계를 댄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자기표현을 할 수 없으면 살아 있다 말할 수도 없다. 소통은 표현에서부터 출발한다. 완벽한 소통의 차단이 곧 불소통이며 비록 전부를 다 표현할 수 없다 해도, 인간의 역사는 끝없는 유한적인 표현을 했던 타협의 소통 역사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다. 이나마 정도의 표현으로 소통에 이해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원인 때문으로 살아왔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진은 사진 이 자체가 목적일까, 아니면 수단일까? 사진 자체만으로 표현의 목적으로 삼는다면 사진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배척하고자 할 것이고, 사진이 단지 표현적 수단의 일종이라 삼는다면 사진에 다른 어떤 매체를 추가시킨다 해도 표현의 목적에 비추어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나는 사진을 목적으로 보는가?, 수단으로 보는가에 따른 견해는 무엇일까? 결과론적으로 이때까지 사진은 수단이었다. 표현, 소통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대화가 목적이었고 이 목적을 위한 표현으로써 살아 있음의 소통이였던 것.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했다. 살아 있는 자도 말이 없다면? 살았다 말할 수 없다는 전제가 그래서 성립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사진은 대체적으로 먹먹한 담백함이다. 옅은 파스텔 톤의 흑백 사진들이 주를 이루니 색채의 화려함이 다소 적었다. 사진 스타일이 간혹 흑백 아닌 컬러 스타일도 있지만 주류는 아니었다. 글 또한 미려한 문장으로 화려하게 수식하지도 않는다는 느낌이 은은하게 들었다. 그야말로 표현에서 첨가된 양념보다 피사체 재료, 이 자체의 맛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몇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표현된 장편 드라마 같은 구성을 이어 낸다. 때로는 밋밋하기도 하고 때론 소박하기도 한, 간이 덜된 피사체는 하나같이 시간의 늙음을 익음으로 나타내려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일부 사진작가들은 사진 주체나 화두를 하나의 공간에서 만들어 낸다.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대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 그 속에서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정한 공간적 시간적 거리을 기록하는 르포 형식으로써 그 면면의 깊이 있는 탐색을 의도하려 한다. 같은 곳에서 매번 찾아갔을 때마다 발견되는 또 다른 면모의 사진은 그래서 익숙함에서 낯섬을 발견하는 상이점이다. 상이한 차이와 미세한 균열의 피사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까지 보게 된다. 매번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그때마다 달라지는 삶의 표정의 차이와 삶의 분위기를 읽는 것. 이게 사진을 더 심도를 더해가는 주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처음 만난 낯선 이가 자주 찾아와서 대화의 물꼬를 트고 급기야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을 때, 사진은 인위적인 것을 벗어나서 부담 없는 자연스러움 표정을 읽을 수 있다. 그만큼 사진가의 노력과 열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피상적으로 한 번으로 쭉 주마간산처럼 흩고 지나가버리는 일회성의 사진이 아니라 자주 찾아서 그 속의 속속들이를 보고 싶은 의도. 이게 외형으로 다가가서 내형으로 전이하는 것. 사진은 모름지기 깊이 있게 작업해야만 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이자 작가주의의 모습이다. 시류에 따라 떠돌아다니는 유행 타는 사진이 아니라, 몇 가지의 카테고리를 자신의 사진 작업의 화두를 삼아 추구하는 자세가 그러하고 그런 태도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무장해제된 표정을 보이기 마련이다. 자주 찾아와서 안부를 묻고 삶의 대화 상대가 되어 줄 때 나오는 자연스럽게 옮아가는 감정의 이입은 꾸미지 않는 사진의 솔직함을 만나게 해주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사진의 지속성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누구나 꾸준하게 작업하는 것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사진작가의 집념이 보이는 부분을 높이 평가할만하다. 따라서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과 얼마나 많은 소통이 필요했을까라는 질문에 사진의 표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인류의 역사는 부족하지만 이 결핍이라는 한계 속에서 끝없이 소통하려 했고, 표현하려 했고, 대화하여 그 뜻을 이해하려 했다. 세계의 이해는 소통에서 비롯된다. 마찬가지로 사진도 피사체의 대상들과의 소통이다. 사진 속에 사람이 있다면 사람과 소통이 필요하고, 자연이라면 나무나 숲이라면 그것과 소통해야 한다. 소통의 방식은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고 교류로써 교감이 이루어져야 솔직해진다. 솔직해야 우리는 즐겁게 안심할 수 있는 본능적인 존재인 까닭이다. 나와 세계와의 소통. 이해와 교감으로 공감으로 확대 생산되는 선순환을 만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소통의 수단인 매체는 나날이 다양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수단이 발전될수록 소통을 통한 공감력이 떨어진다. 수단은 기술적으로 높아졌으나 소통의 질은 손편지만도 못할 때가 있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이해의 바탕이 되는 전과 후의 전제를 알지 못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세계와의 단절을 느끼고 외로움을 만들어 내고, 이는 사람들이 제각각의 파편화되어 버리는 결과로 연결된다. 다들 외로운 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각자가 공감 불능 시대의 각자도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외롭다고는 해도 누군가 다가와 주기를 바라기만 했지 먼저 손 내밀며 소통의 적극성은 주저한다. 이런 점에서 이 사진 책의 작가는 카메라로 사진을 담으면서 자신의 손을 먼저 내밀었다는 것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제일 좋은 방법은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나의 세계로 손을 먼저 내밀어 볼 일이다. 작가의 사진은 손 내밀기와 손잡기이다. 손잡기 사진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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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0-13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과 글 또는 다른 어떤 수단으로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리고 상대가 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훌륭한 의사전달,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언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이를 통해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사상 흐름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어 역시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에 불과하니까요.^^:)

yureka01 2019-10-13 22:13   좋아요 2 | URL
오해없이 완전한 전달이 사실은 어떤 수단이라도 불가능하죠..
그런 점에서 완전함과 불완전함의 그 어떤 지점에서 있으니까요..^^..
그러니 다양하고 많은 표현이 풍부할수록 오해가 이해로 바뀌겠지요~~~

2019-10-13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3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10-13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이 책을 사야겠어요.
이달의 리뷰 당선금으로다가 ^^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은 저도 한번 찍어보고 싶었던 소재들이네요.

yureka01 2019-10-13 22:15   좋아요 1 | URL
사진이 아주 따뜻하면서도 느껴지는 사진 스타일입니다..
글도 좋더군요..
사진 참고 많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cyrus 2019-10-14 0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찍기를 ‘손 내밀기’와 ‘손잡기’로 비유하는 내용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사진들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

yureka01 2019-10-14 09:13   좋아요 1 | URL
대화할려면 일단은 악수부터 하고 시작해야 물꼬를 쉽게 틀수 있는 거 같아요..^^..

강옥 2019-10-14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사상 10월호를 읽었는데요
나태주 시인이 올해의 소월시문학상을 받으셨더군요
시인은 I love 보다 I need you 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노시인에게 시는 인생 그 자체였다고 하네요. 간절하고 간절했다고.....
어느 방면으로 명성을 얻은 사람들은 그 내면에 사랑보다 필요가 간절했던 게 아닌가 싶고.
글로 못다한 얘기 사진으로, 사진으로 못다한 얘기 글로.....저도 이런 게 좋은데
어떤 사진가들은 사진에 글 붙이는 걸 질색하더라구요. 사진만으로 승부해아 한다나요? ㅎㅎ

yureka01 2019-10-14 09:13   좋아요 1 | URL
시인의 감수성으로 치면 더더욱 간절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런지요..

사진을 수단으로 삼느냐 사진을 목적으로 삼느냐 그 차이겠지요..
전 사진도 일종의 수단이라고 봅니다.
글도 수단이죠.
사진 이 자체의 완성도라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2019-10-18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8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