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책을 펼쳤더니 눈이 쑤시고 쓰려서 눈물이 차올랐다. 슬퍼서가 아니라 눈의 피로감 때문인지 따끔거렸다. 문장의 감옥은 일단 눈부터 혹사시켜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휴일 아침 일찍 일어나, 구입만 해놓고 못 읽은 책의 부채감 때문에 집어 든 게 하루 내내 눈을 학대하듯이 읽었다. 시력이 떨어지고 어른어른 거리고 초점이 안 잡히고 욱신 거렸다. 이게 뭐라고 책을 덮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달렸었나 싶었다. 그나저나 한번 열었던 책을 중간에 덮기를 포기가 안되는 몰입감이 들었다. 읽으면서도 "사진 찍으러 나가야 하는데"라는 미련이 남아 짜증이 올라왔다. 아니지 빨리 읽고 오후에라도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더 집중해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역사서를 다루는 책인데 사실 나는 역사를 그다지 깊게는 모른다. 역사를 심도 있게 배운 적도 없고 공부해야 할 필요성도 없고, 하다못해 무슨 시험 치려고 국사를 공부하려 한 적도 없다. 그런데 왠 역사냐. 이건 순전히 저자의 역사관에 대한 피력이 담긴 책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부끄럽게도 이 책에 소개되거나 참고한 책들 대부분 읽은 적도 없다. 최근에 나온 유발 하라리의 저서(호모 데우스, 사피엔스)와 제랄드 다이아몬드의 저서(총 균 쇠)를 제외하면 거의 읽지 않았다. 읽어야 할 만큼 동기 부여도 되지 않았다. 흔히 역사에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열쇠를 역사에서 찾는다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겠으나, 역사는 결국 돌고 도는 식이라는 비관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전쟁을 교훈 삼았다는 현재의 현상은 그야말로 모순이다. 역사의 양상은 달라졌다 하나 인간들 간의 싸움이야 오늘도 진행형이고 보면 인류는 과연 과거 역사에서 무슨 교훈을 배운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긴 마찬가지다. 이 책에 소개된 역사서를 다 읽어 볼 생각은 없다. 심도 있게 알아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그런 측면에서는 역사서를 다 못봐도 줄거리와 의도만 알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역사의 해석을 욕망으로 보았다. 그렇다, 유전자적인 그 본질의 욕망. 역사 서술의 대부분은 욕망의 충돌로 야기된 갈등의 양상를 서술하고 이 욕망의 충돌에서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점인가 한다. 바라는 것의 사건이나 혹은 사고와 예정한 이벤트들이 모여서 역사를 구성한다. 바라는 게 없다면 발생하지도 않는 것이지만 일단은 욕망이 역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보는 동력이라는 관점에 의한 해석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전쟁이든 이루고자 하는 것들과 구축하고자 하는 욕방의 여정이 바로 역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인간이 원하는 바가 살아온 것의 행위로 나타날 뿐이다. 고대 왕국을 구성한 권력자에서부터 연대적인 선거로 구축된 권력자에서부터, 직접 전투에 참가한 일개의 병사까지 그 바라는 요건의 방식은 비록 양상이야 다를지라도 근본적인 원인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과는 너무나도 천차만별의 의도였을지는 모르나 바라는 바는 제각각의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욕망의 목표가 무엇이었든 간에 유도하는 목적은 의도했든 아니든 다 있었고 욕망의 달성과 실폐의 시간들로 이어져 왔던 것은 아닐까 했다. 토인비의 역사관인 도전과 응전이란 축약된 의미도 결국은 생존의 도전이자 응전으로 달리 표현된 역사관으로 볼 수도 있다. 생존에 끝없는 위협으로부터 응전하고, 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끝없이 하고 했던 것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게 개인이었든 개인이 모인 국가의 집단이든 그 작동원리는 욕망과 결부되어 있을 것이다. 욕망이 거세된 상태에서는 어떤 시도도, 그 어떤 응전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보면, 인간의 행태가 그 어떤 원인과 결과에서 관여된 욕망의 상관성이다.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얼마나 욕망으로 점철될 것인지에 따른 파생된 필연성과 우연성적인 결과들이 인류가 오늘날까지 작동된 본질이라 볼 수 있다. 2000년 전의 전쟁이나 오늘날의 전쟁이나 그 갈등적인 요소에서 인간은 이 욕망으로부터 하나도 변한 것은 없다. 갈등과 합의. 침략과 약탈, 배신과 동조 등등 이런 자원의 모집과 해체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쟁은 과히 인류가 오늘날까지 쟁취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그 욕망의 맹목적인 합일이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는 과거가 낳은 의도하지 못한 사생아와 같은 것. 최근 들어 요즘 일본과의 무역에 관한 제재 갈등 문제로 양국의 대응과 응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이 이슈이다. 역시 과거의 36년간의 피식민지에 대한 경험은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진행형과 다름없다. 피식민지 국민들의 욕망은 무엇이었으며 한 국가를 양도받은 식민지를 삼은 침략국은 또 그 욕망이 무엇이었을까 따져 보게 된다. 식민국가의 영향과 반응이 오늘날까지 우리의 일상에서 파급된 관점이다. 역사적으로도 여러 민족의 성립과 번영, 그리고 패망하여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버린 것은 비단 어느 지역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역사서 서술된 이래로 그동안에도 수많은 민족이나 국가가 명멸했다. 영원히 지속되는 민족도 없었고 영원히 번영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도에서부터 좌절된 민족도 있었고 번영하다가 사라진 민족의 역사도 있었다. 과연 역사는 어느 관점에서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행위는 같은데 해석은 제각각이었다. 여기에서 역사서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가 책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를 배우고 역사의 교훈으로 지금의 세계적인 인류사의 현상에 어떤 가르침을 내세우고 있을까? 미래 학자들이 경고하는 지구의 온난화 문제나 에너지 고갈 문제, 난민들의 문제와 국가 간의 경제적인 다툼과 항시적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역사학자들은 무엇이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알고는 있지만 실천적인 행동력이 어렵다는 것. 역사학자들이나 역사가들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2000년 전의 로마시대에 제왕들의 업적과 행적을 일일이 다 쫓으며 배울 수야 없으나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의 행동 양태에서 그 파장에 대한 연구는 다시 오늘날 새롭게 이입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없지는 않다는 거다. 물론 이 책으로 역사서를 어떤 견해로 해석할 방향을 저자가 자기 나름의 판단을 내려 준다는 점에서 학자로서의 연구가 아니라, 일반교양적 차원에서 역사를 어떻게 서술한 사람들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는 점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운 일중에 하나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오류를 가졌고 불완전한 게 인간이다. 이 오류가 과거의 개인적이든 국가적이든 에러를 반복하지 않고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무엇이 손해날 짓이었는지 시간의 대차표를 분석하여 미래에 반영하는 것이, 실수나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법론일 것이다. 사기당해서 돈 잃고 나서 또다시 사기당하지는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역사를 모르는 인간은 현재를 실수를 재판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 지금의 에러와 실수를 모른 체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역사학은 이처럼 우리 인간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행동주의 학문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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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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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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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2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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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2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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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9-07-08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사책을 좋아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제대로 역사를 가르치지 않고,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나라에서는
올바른 역사를 아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용은 읽고 싶은 책이네요. ㅎㅎ

yureka01 2019-07-08 23:47   좋아요 1 | URL
역사학자셨던 박은식 선생의 조선통사에 대한 해설이 나오더군요.
통사..즉 아픈 역사라는 의미가 ...

다시는 아픔을 겪지 않으려는 역사를 신채호 선생의 책의 해석이 참 절절한 느낌이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9-07-09 0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께서 말씀하신 욕망이 거창한 것이 아닌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yureka01 2019-07-09 08:54   좋아요 2 | URL
그럼요..직접적인 동기이든 간접적인 동기이든 어떤 욕구와 욕망의 마음이 강렬할수록 인간을 움직이게 하죠..^^..

2019-07-09 0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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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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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0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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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0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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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7-09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바라보거나 해석할 때 개인의 욕망이 반영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어떤 이는 자신의 정체성 또는 자신이 믿고 있는 이념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그 정체성/이데올로기의 근원이 될 만한 역사를 찾으려고 하죠. 문제는 각 개인의 정체성과 이념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데, 역사를 통해 개인을 설명하려는 욕망이 너무 강하면 타인의 정체성/이데올로기를 자신이 믿는 역사라는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합니다. 타인의 정체성/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타인만이 생각하는 역사마저 부정해버립니다.

yureka01 2019-07-09 12:03   좋아요 0 | URL
자신의 욕망이 강렬할수록..타인의 욕망을 빼앗으려 하죠..사람은 타자의 욕망이 자아의 욕망화되기도 하지만
늘 자신의 욕망 때문에 타의 누군가의 욕망을 주저 앉게 하는 경우..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라서요...
역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에는 욕망을 좀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책을 찾아 봐야 겠습니다..
메슬로우의 존재 심리학..이 책도 주문했습니다.....

2019-07-10 1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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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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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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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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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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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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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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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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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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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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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9-07-11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국사, 세계사 시간이 지겨웠어요.
태종태세문단세, 암기식 역사교육에 진절머리가 났으니까요.
오래된 미래- 역사는 그런 거라고 합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미래가 보인다죠.
미국과 중국의 파워게임에서 누가 이길까, 우리나라는 어느 쪽에 붙어야 유리할까
한일 갈등은 어떻게 해소될까, 우리나라는 왜 맨날 여기 저기서 얻어터질까
뉴스를 보면서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시름이 해소될까요?

yureka01 2019-07-12 09:11   좋아요 1 | URL
역사가 참 재미난 이야기인데요..옛날 옛적엔...이런 이야기들...

주입식 고욕이 문제였죠..
얼마든지 흥미롭게 풀어갈 수 있는 역사를 주입식으로 외우게 만들고자 했으니 까요..

ㅎㅎㅎ 더 답답해지기도 해요..ㅎ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