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갑자기 운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로서는 너무나도 "갑!짜!기!"였다. 그러나 와이프는 오래전 부터 운전을 배우고 싶어 했었지만 운전할 엄두도 내지 않았으나, 주위의 직장 동료들 또는 친구들의 운전 권유에 이제서야 용기를 내고 싶었던 타이밍이었던 모양이다. 이 때까지 조수석에서만 앉았던 와이프가 핸들을 잡겠다고 하니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와이프보다 지켜보는 내가 더 미칠 지경이라는 거였다. 운동 감각이 별로 없는 와이프가 자동차의 속도를 제어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는 능력이 과연 습득할 수 있을까. 혹은 물론 누구나 익히는 대로 연습하면 습득이 되겠지만 편안하고 불안하지 않게 운전하게 될 때까지 또 얼마나 초보운전의 아슬아슬함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인지 까마득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연휴 내내 운전 연습을 시켰다. 너무 피곤했다. 운전 때문에 이렇게 위험 노출된 높은 피로감은 녹초로 만들었다. 차를 몰아야겠다는 생각은 대부분은 운전을 해야만 하는 어떤 절박한 이유가 있어야 빨리 습득이 된다. 취직을 했는데 직장이 멀다면 차가 필요하다던가 혹은 운전을 꼭 해야 하는 상황에서 빨리 차를 몰아야 하는 이유들이 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까지 와이프는 운전을 직접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했던 것이 결국 내가 운전을 못하게 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차가 필요하면 거의 대부분은 내가 태워다 주었고 근무 특성상 대형 마트의 늦은 퇴근 시간에는 거의 퇴근시키러 데리러 갔었다. 멀리 볼 일을 본다든가 하면 거의 태워다 주었으니 직접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도 크다.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시골로 내려가려고 마음먹고부터 내가 옆에 없으면 어떻게 다닐 수 있을까라는 나의 부재가 결국 와이프의 운전 동기유발이 되었던 셈이다. 혼자 운전을 하며 시골에도 가고 친정집에도 가고 이동의 자유를 늘 상상만 했던 것을 이번 기회로 한번 시도해보겠다고 운전대를 잡고 싶었던 거다. "더 늦기 전" 이라는 걸로는 그리 절박한 느낌이 없었는데 운전 바람이 와이프가 운전대를 잡겠다고 나선 이유이다.   


이왕 운전을 하겠다고 운전 학원에 도로 연수를 신청하고 일주일간 몇 시간 동안 연습을 했다. 이왕 운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 와이프에게 차를 사주었다. 와이프가 가지고 싶은 차를 알아보고 새 차나 중고차를 검색해보고 가격을 보고 새 차는 자신이 없었던지 중고차로 일단 몰아 보고 싶다고 했다. 새 차의 흉터에 가슴 졸이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내비쳤으니 그나마 지역의 중고차 상사에서 운행거리가 굉장히 짧은 믿을 만한 곳에서 바로 차를 구입까지 했다. 차에 편의 장치 옵션이 없어서 가격이 싼 승용차라서 내부 운전 편의 시설 옵션까지 모두 달았다. 내비게이션도 달아 주었고 블랙박스도 달았고 주차의 안정성 때문에 후방 카메라까지. 그러니 통장 잔고가 비어가니 딸랑딸랑 경고음이 들렸다. 게다가 보험까지, 아이고....


마침 추석 명절 때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며 그동안 학원에서 연습하며 익혔던 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와이프가 운전대를 잡아 봤다. 아니나 다를까 핸들을 잡고 익힌 대로 배운 대로 운전은 그리 쉬울 리가 없었다. 초보 운전의 제일 큰 난관은 자동차의 운전 요령이 아니었다. 바로 운전대를 잡고 달리며 발생하는 이 속도의 제어를 체감이 안되는 상태에 따른 속도감의 두려움이 제일 컸다. 그동안 조수석에 앉아서 타고 다녔던 차가 자신이 직접 제어해야 할 속도에 대해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감으로 초보가 가지는 속도에 주눅 들어 원하는 바대로 운전에 항상 걸림돌이었다.


특히 무엇보다도 학원 운전 연습할 때 운전 강사는 한 번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편안하게 가르쳐 주는데 왜 남편이란 놈은 소리부터 지르고 난리인 것처럼 광분스러운 지적질인지에 대해 무척 섭섭해했다. 운전 때문에 부부싸움의 원인이 바로 이런 거다. 옆에서 가르치며 보는 나도 돌아버릴 것만 같아서였다. 조수석에 앉아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전의 운전으로 알려주면 바로바로 적용시킬 수가 없는 자신의 속도에 대한 불안감으로 차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은 바로 사고로 직결되는 불안감이다. 순간 순간 핸들링 조작이 불안하고 차선의 유도 방향대로 주행하지 않고 도로에서 나오는 각종 신호를 무시하게 되면 사고의 위험성은 극대화된다. 속도의 두려움이 두 손에 힘이 들어가고 정보를 차단시키며 오로지 전방에만 주시하는 등 백미러도 안 보고 사이드 미러도 보지 않고 등등등... 이른바 운전은 속도의 종합적인 멀티 정보의 인지력으로 차를 제어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도착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것이 전혀 안되는 거였다. 속도감의 두려움을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대체 운전 학원에서 무얼 배웠나 싶었다.


자동차 운전 연습 학원에서 자동차는 일반 승용차와 다르다. 운전석에 연습자가 탑승하고 조수석에는 강사가 탑승하는데 강사의 조수석에도 브레이크와 악셀 페달이 똑같이 듀얼로 장착되어 있다. 이는 운전 중에 돌발할 위험으로부터 강사가 유사시에 대처할 수단이 있기 때문에 강사가 소리 지를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일반 자동차는 강사가 아닌 동승자가 있을 뿐이다. 흔히 가족에게 운전을 배우지 말라고 하는 말이 왜 생기는지 바로 운전 연습에 있어서 자동차의 연습에서 일반 승용차가 전혀 맞지 않는다. 일반 승용차로는 연습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승자가 운전을 가르치게 되면 그래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이다. 동승자가 위험으로부터 제어할 수 없어 그 불안한 운전을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공포는 그래서 싸움으로 번지는 요인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운전 학원의 연습용 차량이 아니라 일반 승용차였으니 순간순간 사고의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되니 내가 스트레스 안 받을 수가 없었다. 타박하는 소리가 자동으로 나오고 큰 소리가 와이프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악감정을 유발하게 된다. 차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서 부딛히는 위험을 눈으로 뻔히 뜨고 지켜 보라는 고통은 비명처럼 나오기 마련이다. 내가 무슨 자해 공갈단처럼 달리는 차에 달려들겠다는 게 아니라 위험을 피하고 싶은 본능이라는 점이다. 동승자인 내가 조절할 수 없고 운전자가 이를 인지를 빨리 못하니 어떻게 비명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상태이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한 번의 실수와 오류를 빨리 캐치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와 오류가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데 계속 습관처럼 재발하는 경우에는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다행히 실수해도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행운일 뿐, 어디 도로에서 차선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위험은 사고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이다.


운전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초보 시절을 겪는다. 달리 말하자면, 초보운전이란 바로 차의 속도감을 체감하고 익히는 연습 기간을 말한다. 차의 속도를 제어하는 것은 악셀과 브레이크일 텐데 이 속도의 제어는 악셀과 브레이크의 조작 감각에 따른다. 그런데 이 속도에 편안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브레이크와 악셀의 감각부터 익히고 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순간순간 몸으로 체감돼야 한다. 물론 좌우의 방향은 핸들의 조작으로 이루어지고 그래서 주행과 멈춤은 악셀과 브레이크이며 전진과 후진은 기어로, 좌우 방향은 핸들이 담당한다. 차는 이런 기계적인 조작감으로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도구이다. 운전대 조작으로 속도를 체감하고 차의 흐름과 상대방의 속도의 상대속도에 나의 속도를 비교하며 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조작감에 유기적인 흐름의 약속이 운전 법률로 정해진 것이 곧 자동차 운전이다. 그러나 초보는 이 속도감의 체감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니 차의 속도에 대한 조작감으로 빨리 익히는 연습을 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게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둔해도 너무 둔한 이 버벅거림을 어떻게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싶었다.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달리는 모든 차는 속도의 흉기이다. 즉 운전이란 이 흉기 같은 속도를 가진 차를 어떻게 이기로 바꾸는 것인가 이게 운전의 핵심일 것이다. 빨리 속도의 불안을 떨쳐내야 하는 것. 바로 용기일 것이다. 속도가 무서우니 이 공포가 운전대 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고 핸들링 조작을 뻑뻑하게 한다. 가벼워야 할 핸들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고 차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속도에 대한 적응은 누가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남편인 나로서의 결정적인 한계일 수밖에 없다. 이걸 대신해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와이프가 차 운전 미숙으로 다치거나 또는 나에게 있어서 거금을 들인 차가 손상 입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당장 다음 주 월요일 출근부터 차를 끌고 나가겠다는데 벌써부터 내 마음이 조마조마한 것도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어떻게 빨리 이 속도감에 자신감을 붙일 수 있을까. 어제는 유튜브에 운전 연습을 동영상 강의하는 걸 내내 지켜봤다.

듀얼 운전대라도 있으면 가르치지도 너무 쉬울 텐데....지금은 와이프의 운전은 안전이 확보된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어떻게 빨리 운전 스킬을 익히게 만들 것인지, 자신의 속도감의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게 만들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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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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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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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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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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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1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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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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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8-09-27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스틱이라 무조건 저만...ㅎㅎ

yureka01 2018-09-27 13:05   좋아요 1 | URL
앗 수동기어...이게 또 드라이빙의 묘미가 있죠...
초보는 수동기어 차를 운전하기 꾀 어렵죠.
클러지와 기어 조작 서툴면 시동 꺼버러기 일쑤라서요..ㅎㅎㅎㅎ

stella.K 2018-09-27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안 봐도 알 것 같습니다.
와이프님께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가장 못 믿을 사람이라는 걸
아신 거죠.ㅋㅋㅋㅋ
그게 아니더라도 남자와 여자는 나이들면 바뀐다잖아요.
여자는 대범해지고, 와일드해지고.

와이프님께서 지금 한창 차와 연애에 빠지셨나 봅니다.
그냥 지켜보시고 도와주시죠.^^

yureka01 2018-09-27 14:57   좋아요 2 | URL
ㅎㅎㅎ 그런가 봅니다...^^.
일단 연습을 많이 시켜서 적응되도록 해야겠습니다~

수퍼남매맘 2018-09-27 15: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부간에 가르치는 거 진짜 서로에게 스트레스라고 하던데...
그래도 아내분이 많이 서운해 하시니 도 닦는다 생각하시고 조근조근 가르쳐 주세요. ㅋㅎㅎ
전 옆지기가 운전면허가 없답니다. 대박이죠? 제가 운전사.

yureka01 2018-09-27 15:36   좋아요 1 | URL
우아..어마무시하게 부럽습니다....ㅎㅎㅎㅎ

앞에 눈 뻔히 뜨고 위험을 지켜보는 마음이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자제하며 알려 주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스톱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와서 미치겠더군요..ㅎㅎㅎㅎ

2018-09-27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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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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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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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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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8-09-27 1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좀 늦었다 싶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한 게 다행입니다
나이들소록 순발력이 떨어져서 한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해야지요.
차는 날개예요. 언제 어디라도 갈수 있는 자유로운 도구 ㅎㅎ
건너편 차가 다 내게로 오는 듯한 착각, 작은 접촉사고로 인한 두려움
그런 것만 극복하면 훌륭한 드라이버가 되실듯.

저 운전 배울때 남편이 하도 옆에서 소리를 지르니까 울 아들이
뒷좌석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엄마, 클러치 밟고~~~˝ 같이 소리지르던 생각이.... ㅎㅎ

yureka01 2018-09-28 08:5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좀 더 일찍 운전 하게 했더라면 제가 더 편했을 거예요..ㅎㅎㅎㅎ

동승자가 위험한 상황에 차를 제어 할 수 없을 때 나오는 비명같은 소리는
어쩔 수가 없었더라구요..아고야....ㅎㅎㅎㅎ미치겠습니다..~

2018-09-27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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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0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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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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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9 08: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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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06: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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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30 16: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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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2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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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3 0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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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4 0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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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4 2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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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5 0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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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5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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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04: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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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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