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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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면서 닯은 글이 떠올랐다. 의외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단편들이었다.

 <  리가타 미스테리>에 들어있는 두 단편 내용과 비슷했다. 어떤 논리적인 설명으로도 풀어지지 않는 기묘한 사건과 상황전개, 그리고 갑작스런 엔딩. 어쩌면 나중에 태어난 아가사 크리스티는 이 작품의 구성을 흉내내었는지도 모르지만 영국은 코난 도일을 비롯하여 이런 작풍이 한동안 유행한 듯도 싶다.

 그러나 아름다운 소년으로 묘사되는 마일스와 가정교사의 대화는 미묘하다. 말투는 우아하고 다정하고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한데도 그 한 마디 한 마디 말은 아무 내용도 없고 무엇을 말하는 지 최소한 선의인지 적의인지 조차도 분명하지가 않다.

  " 글쎄요 아시잖아요"

  " 다 아시잖아요 그렇고말고요"

 모든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 넌 잠들지 않았구나"

"눈을 뜨고 누워 생각을 했거든요" 

"네가 생각하는 게 뭔데?"

 "선생님에 관한 생각이 아니라면 달리 뭐겠어요?"

 "글쎄요....아시겠지만 전 우리 사이에 생긴 괴상한 일을 생각해요"

 "뭐가 괴상하다는거니,마일스?"

 "선생님이 절 가르치시는 방법말이에요 그리고 나머지 모든 일들도"

 "나머지 모든 일이라니?"

 "다 아시면서요 그렇고말고요"

 어린 여동생 플로라를 돌보는 것이 원래의 가정교사의 일이지만 어쩐일인지 대화는 주로 플로라의 오빠인 마일스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대화는 미묘하고 모호하고 그 대화만으로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가정교사 역시 마찬가지로 말이 막히고 또한 이 대화가 마일스의 비난이라고 느끼게 되지만 실제로 이게 비난인지 조차도 알수가 없고 또 무엇에 대한 비난인지 조차 알 수 가 없다.

 갑작스런 엔딩과 최초의 도입부의 설명은 가정교사가 자신의 직업생활을 계속 해나간다는 뜻이겠지만 과연 가해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지 또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조차도 모호해진다.

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라고 하면서 빠르고 진행되는 스토리를 정신없이 쫓아가는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낭떠러지 같은 급작스런 결말은 두 배쯤 당황스럽다.그야말로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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