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들에게 주는 지침 평사리 클래식 2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 평사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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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졸라의 <나나>가 계속 생각났었다. 나나는 가난한 하층민 출신으로 오로지 미모 - 금발과 흰 피부에 풍만한 몸매가 당시의 미모의 기준이었던 듯 싶다 - 하나만으로 극장의 인기 가수가 된다. 물론 노래도 춤도 절대 그 수준이 못되었지만 그 당시에도 "비디오가수"의 범주가 있었던 듯 그녀는 삽시간에 스타가 된다. 수많은 팬들과 찬미가들과 애인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값비싼 선물을 산처럼 퍼부어대어 그녀는 곧 사치스런 집과 생활에 젖어들게 된다.

  그러나 결국 약지도 현명하지도 못했던 나나는 그녀의 재산이 요리사와 시중드는 하녀와 집사와 수많은 하인들에게 야금야금 털리고 인기가 떨어져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자 결국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음을 맞게된다는 얘기이다. 여기의 하인들은 딱 이 책에 나오는 지침을 철저히 학습한 듯 싶다. 파티 열리기 얼마전에 나타나 요리사는 그만두겠다고 협박을 하고 하녀는 울면서 투정을 부려서 월급을 올려받고 여기저기서 나나의 재산을 훔치고 빼돌리고 속여낸다. 어린 마음에 읽으면서도 하인이 많으면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_-00 (내가 하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할 것을 보니 공주병은 그때부텨였나보다.) 

 하지만 솔직히 이 책을 읽을 생각이 든 것은 예전에 잠깐 읽은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언> ‹š문이었다. 아일랜드의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아기를 먹자는 제안을 어찌나 공포스럽도록 논리적으로 서술했는지 그 충격은 십년이 넘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위트를 이번 작품에서도 기대했는데 어쩌면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는 키득거리면서 동감을 얻었을지도 모르는 세세한 사실들의 종합이 어쩐지 시공을 넘은 보편성까지는 획득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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