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시종 1
페르도 J. 페르난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읽을지 말지를 많이 고민했다. 침대 옆에 쌓아둔 책이 위험수위를 넘어가고 있었고 자다가 책벼락에 코뼈라도 부러지지 않을까를 걱정할 지경에 굳이 두권짜리 저 책을 읽어야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스페인 여행이 취소될 것을 몰랐기때문에 아마도 과감히 손에 들었던 것 같다.

   이 독서의 목적은 독서의 즐거움 자체보다는 - 물론 그게 가장 중요한 거지만 - 스페인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역사물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싶다는 목적이 더 컸다. 그런데 이 얘기는 처음 읽을 때부터 뭔가가 이상했다. 

  일단 갑자기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나왔다. 이 길은 순례자의 길로서 유명하고 현재는 관광상품화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여행하는 코스의 일부이다. 이 길을 걸어서 - 특히 7월25일이 일요일인 해에 - 7월25일경에 도착하여 미사를 드리고 고해성사를 하면 좋다라는 속설까지 퍼져있다고 했고 나는 이 길에 대한 얘기를 다른 곳에서 이미 한 번 들었던 터라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에서는 그 전통적 유래에서 부터 가는 길의 여정을 상세히 적어놓아서 비주얼만 곁들였다면 거의 관광홍보서나 여행책자 노릇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책의 주요 선전 내용인 "사건"은 어쩌면 돈키호테 속에 나오는 연인들의 사건 분량 만큼 안된다. 다시 말해 그 "추리소설"적 요소는 10%정도 밖에 안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점점 더 나의 흥미를 끌어내고 있었다. 그건 이 책이 13세기를 배경으로 했을 뿐 아니라 씌여진 방식도 13세기 적어도 돈키호테 정도의 방식으로 씌여져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라울 신부가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로맨스와 중세에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 거리들과 중세 스페인의 사회 문화 이야기들이 뒤범벅되어 지극히 21세기적인 인물인 라울신부의 시점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기전에 까치사에서 나온 <스페인 제국사. - 끝까지는 아니라도 반 정도는 읽거나 돈키호테 정도는 읽어주고 스페인 지도와 중세의 기본 역사의 배경을 알고 난후에 본다면 훨씬 더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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