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에어>는 내가 거의 처음 읽은 어른의 책이었다. 그러니까 집에 꽂혀있는 세로줄로 씌여지고 두단으로 편집된 까만장정의 하드커버본 전집물 중에서 처음으로 꺼내 읽은 책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일어중역본이었을터이지만 19세기에 씌여질뻡한 길고 긴 문체와 한문으로 번역된 수많은 이상한 언어들과 대화방법, 그리고 모르는 지명, 인명, 사물명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었다.
그 때가 중학생이었으니까 나는 제법 조숙한 독서를 하고 있었던 듯도 하지만 제인에어가 그렇게 나이많은 여자도 아니었고 어느 정도 나는 그녀의 교육내용이나 생활에도 동조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 숙모의 집에서 구박을 받을 떄도 그녀의 도피공간은 서재였다. 구석에 웅크려 커튼으로 보호공간을 확보한채로 <걸리버 여행기>나 <로마제국 쇠망사>를 10살 정도의 나이에 읽었다고 하니 그녀 역시 상당히 조숙한 꼬마였나보다 ^^;; 뭐 슬쩍 훏어보았다는 얘기일 수도...
사실 제인이 가장 좋아한 <걸리버 여행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완역본이 출판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 기억에 가장 선명한 내용은 소인국 사람들이 달걀 껍질을 어느 방향으로 깨야하는가에 대해 파가 갈려 엄청난 논쟁을 일으켰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의 정치는 대부분 이런 일 아니었던가? -_-0 그리고 내가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인 스위프트의 글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책들의 전쟁>에 수록되어 있는 아일랜드 기근에 대한 햬결책에 대한 얘기였다. 그 해결 방법은 어린아이를 식용으로 사용하자는 얘기였는데 처음으로 내가 그 글을 읽은 것은 학생때였기 떄문에 그게 진심인줄 알고 - 나는 그당시 풍자글 같은 걸 이해하기에는 좀 어렸나보다 -_-0 - 정말로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 보댜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내용 전개가 어찌나 논리적이었던지 반박할 여지가 없어서 심지어 이성적인 행위로 까지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전 11권이 우리나라에도 완역되어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 읽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 아직도 못읽고 있다 제인은 자신을 괴롭히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는 사촌을 로마폭군황제로 비유햇는데 이 책은 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로마황제들의 사생활이나 기벽 묘사에도 충실하다고 했다 ^^;;
그 이후에 제인의 독서량은 그다지 늘지 않았던 듯하고 별로 책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놀이문화는 독어 번역하기, 그림그리기(그녀가 그렸다고 묘사되는 그림은 매우 색채가 선명하고 기묘한 내용이었다. 파도에 휩쓸려 가라앉는 배와 대비되는 바다속에 가라앉은 시체의 희디힌 손목과 그 손목에 걸린 반짝이는 금팔찌...라니... 쉽게 그리기도 힘든 장면이다 -_-00) 였고 로체스터와 헤어지고 빈 손으로 집을 나와도 곧 교사자리를 구해 일을 해서 생활을 꾸릴만큼 자립적이기도 했다. 로체스터집에서 가정생활을 할 때 파티에 나온 부인들의 의상묘사와 음식묘사는 어린 내 상상력을 많이 자극하기도 했다.
결국 >제인에어>는 내게 종합교양지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