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책 빌린 책 내 책
윤택수 지음 / 아라크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요리에서 에피타이저는 메인 요리의 입맛을 돋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에피타이저로 배가 차버린다면 안먹는게 나을 것이다. 아페리티프는 식전에 식욕을 돋구는 술이지만 제법 독한 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같이 술 약한 사람이 빈 속에 한 잔이라도 마셨다가는 식사는 포기하고 자러 들어가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이미 고인이다. 서문은 그의 후배이자 편집자가 썼다. 작가는 책만 읽고 살았고 학원 강사부터 배도 타고 출판사도 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후배들 사이에서는 전설이 되어있었다. 그가 읽은 책을 쭈욱 펼치면 어디까지 닿고 초판이 절판본이 될 책(그러니까 지나치게 좋은 책)은 꼬옥 사줘야한다고 월급의 반이상을 책값으로 쓴다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결국은 마흔즈음에 결혼하지 않은 채 갑자기 죽었다고했다.  그렇게 책을 사랑한 사람이 쓴 책이니까 기대할 만 하다고생각했는데 초반은 그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고향 사람들 얘기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어머니"얘기말고는 모두 좀 부담스러웠다. 마치 "글은 솔직하게 써야한다"는 대명제를 지키기위해 고백성사를 하듯 풀어냈다고 할까? 그러니까 독자를 생각하지 않는 독백이란 느낌이었다. 뜸들지 않은 밥처럼 보기에나쁘지 않으나 잘 씹히지 않고 목으로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일찍 떠난 사람을 아깝다고 하나보다. 그는 뜸뜰일 만큼의 시간이 부족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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