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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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는 엄청난 수의 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통 학자들에게는 평판이 좋지 않은 듯하다. 평판이 좋지 않다기보다는 tv등에 나오는 유명한 영어강사에게 "그정도 영어실력으로 강사라고 설치냐"라는 눈빛을 보내는 동시통역사급들의 눈빛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일반인에게 역사책이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했느냐가 그 책의 판단 근거는 아니다. 물론 허위사실을 써놓고 이게 진실이다라고 떠드는 정도의 몰지각성은 안되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마추어이고 그러니까 이정도의 추론이나 내 생각을 반영하는 건 괜찮지요?"라고 하는 작가의 책이 보다 손에 들기 만만하고 기억에도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마키아벨리"를 즐겁게 읽은 내가 "로마인이야기"를 이제서야 들게 된것은 "로마"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추석 연휴가 아니었더라면 이제서라도 굳이 들지는 않았겠지만 요즘 들어 아주 조금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나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다시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것과도 무관치는 않다.

  어쨌거나 작가는 언제나처럼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가장 지루한 시대 - 폭군 황제도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밋밋한 시대를 흥미롭게 묘사해내는 문장력은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특히 티로스와 그의 부하와의 대화에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대화는 요즘도 mba의 조언이라는 형태로 복원되어있다. ^^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로마의 원로원 세 명이 로마의 혼란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를 방문하는 부분이었다. 그 때 그리스는 페리클레스의 시대를 맞아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부분에서

   "그들은 아테네의 민주정치도 스파르타의 왕정제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런 제도를 바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역시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이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현재 기업이나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어떤 회사가 발전했거나 어떤 국가가 잘 나가고 있다면 그 점에 대해 언론은 집중적으로 보도를 한다. 그러면 회사든 국가이든 이를 빨리 따라하거나 또는 비슷한 다른 것을 빨리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장 무능한 취급을 받는다 이로 인해 고유의 주체성없이 아무 제도나 기법을 아무생각없이 받아들여서 진행하다가 중도에 결국 중단되거나 실패로 끝난 사례가 무수히 많다.

 로마의  원로원 세 명이 그리스 전 지역을 1년간이나 방문하고 돌아와서 로마에서 아무런 반영정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이 세 명의 시찰이 헛되었다거나 로마가 역시 가장 잘났다거나  다른 정적들이 그들을 방해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로마인들은 로마인들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내는데 있어 결코 서두르지 않았을 뿐인것이다.

  이런 여유와 자신들에 대한 자긍심- 당장 따라하지 않으면 안될거라는 불안감이 없는 - 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 이 시대에 과연 몇 명이나 존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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