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는 겨울철 여행이 최고로 꼽힌다. 일년내내 살인적인 더위에 시달리다 그나마 겨울철에는 기온이 비교적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환상을 갖고 떠났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겨울철에도 기온은 절대 영하로 내려가지 않지만 추위는 속살을 파고들어 체감온도는 영하 5도 이상이다. 또한 우기에 접어들면서 비까지 자주 내려 낭만적인 날씨만을 상상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인천일보는 지난 1월11일∼22일까지 11박12일동안 인천시의회와 공동으로 스페인·터키·그리스·이집트 등 지중해 연안 4개국을 탐방했다. 지금 지중해는 어떤 모습인가. 모두 4회에 걸쳐 각 나라별 관광·경제·문화 등에 대한 소식을 전한다.
(1)스페인
 태양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전국에 관광명소가 흩어져 있다.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각 지방마다 인상이 다르기 때문에 스페인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스페인 전역을 다 둘러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지역별로 테마를 정해 떠나는 것이 좋다.
 ▲마드리드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 중앙부는 메세타라고 부르는 해발 600∼750m고지에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비행기에서 내리면 머리가 띵한 약간의 고산증세에 시달리게 된다. 마드리드는 옛 스페인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마드리드 거리에는 볼 것이 많다. 우선 중심부에 있는 스페인왕궁은 그 웅장함에 겉모습만 보고도 넋을 잃게 된다. 이 왕궁터는 원래 1083년 그리스도교도가 마드리드를 탈환할 때까지 이슬람교도의 성채가 있던 자리다. 그후 왕궁으로 탈바꿈했지만 1734년 크리스마스때 화재가 발생해 많은 미술품과 함께 소실되고 말았다. 지금의 왕궁은 이탈리아 건축가 사케티에 의해 1764년 완공됐다. 주 건축양식은 고전주의 바로크 양식이다.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을 본떠 만들었다. 왕궁과 알무데나 대성당 사이에 끼어 있는 아르메리아광장이나 발코니는 프랑스 풍이고, 내부는 이탈리아풍이다. 현재 국왕일가는 교외의 사르수엘라 궁에 거처하고 있어 공식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일반에게 공개된다.
 왕궁 북쪽으로 10분쯤 걸어올라가면 스페인광장이 나온다. 이 곳에 가면 광장 중앙에 돈키호테 작가 세르반테스와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노새, 산초 판사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세르반테스 사후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곳이다. 관광객을 노리는 소매치기 소굴로도 악명 높다.
 스페인은 예술방면에서도 매우 뛰어난 나라다. 그를 상징하는 것이 프라도 미술관이다. 8천여점이 넘는 방대한 소장품들의 높은 예술적 수준을 인정받아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프라도 미술관은 1785년 카를로스 3세에 의해 건설됐다. 당시에는 자연과학박물관으로 지어졌으나, 나폴레옹과 전쟁 이후 스페인 왕가의 미술품을 소장하는 미술관으로 탈바꿈 했다. 전시작품은 스페인회화의 3대 거장인 엘 그레코와 고야, 벨라스케스를 비롯해 16∼17세기 활약했던 회화 황금시대 걸작들이 걸려있다. 엘 그레코의 ‘성 삼위일체’를 비롯해 고야의 ‘옷을 벗은 마야’와 같은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피카소가 그림 앞에서 100번을 더 스케치 했다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도 이 미술관이 자랑하는 작품이다. 이 곳 회화들은 거의 다 그림안에 작가의 서명이 들어 있지 않다. 이유는 당시 대가들이 워낙 알려져 있어 따로 서명이 필요 없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당시 회화들은 화가 혼자서 도맡아 그리지 않고 제자들과 공동작업 한 경우가 많아 그렇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화가들은 그림에 서명대신 자신의 모습을 직접 그려 넣기도 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등에는 자신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 프로축구팀을 갖고 있다. 그 유명한 레알마드리드 팀이다. 여기에는 호나우도와 지단, 베컴, 피구 등 세계 톱스타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이들이 전용구장으로 쓰는 싼티아고 베르나베우 축구장은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관광자원 가운데 하나다.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7유로(1유로당 1천450원선)를 받고 관광객을 입장시킨다.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가 관중석과 선수 벤치에도 앉아 볼 수 있다. 선수들이 경기후 몸을 씻는 락커룸까지 모두 공개한다. 다만 운동장 잔디는 절대 밟아 볼 수 없다.
 ▲바르셀로나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주는 북쪽은 프랑스와 국경을 이루고, 남쪽은 지중해와 접해있다. 예로부터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지니고 있어, 독립정신과 민족의식이 매우 강하다. 바르셀로나는 그 중심에 있다. 우리에게는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가 토혼을 불사른 몬주익 언덕이 제일먼저 생각나는 곳이다.
 바르셀로나는 강렬한 태양과 건축가 가우디가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 가우디의 독창성이 배 있는 건축물이 즐비하다. 구엘공원은 그중 대표가운데 하나다. 가우디가 설계·시공한 공원인데, 독특함에 매료돼 시간이 지나도 쉽게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 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에우세비 구엘(Eusebi Guell)의 부탁에 의해 15だ?땅에 조성된 것이다. 중앙광장은 형형색색의 깨진 타일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긴 의자를 만들었고, 담장은 구불구불 기어가는 뱀모양으로 표현했다. 바르셀로나 시가지와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게 인천의 월미공원과 흡사하다. 도마뱀분수와 헨델과 그레텔에 나오는 초콜릿집 등은 단연 압권이다. 엄청난 양의 타일은 의뢰인(구엘)이 타일제조업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의 상징은 누가뭐래도 단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설계자인 가우디 이름을 따 가우디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1882년 프란시스코 델 비야르가 계획했고, 그 다음해 당시 31세이던 가우디가 인수받았다. 가우디는 성당을 라틴 십자형으로 바깥쪽에는 그리스도 탄생-수난-영광을 테마별로 표현했고, 모두 12개의 종탑을 세워 12제자를 나타내고자 했다. 가우디가 생전에 완성한 것은 지하성당과 현재 세워진 8개의 종탑중 1개가 전부였다. 이 종탑은 현재 관람용 엘리베이터가 운행되고 있다. 꼭대기에 올라서면 밑이 훤히 보이도록 시공돼 있어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앞이 아찔해진다. 성당의 오묘한 구조를 체험해 보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단을 따라 직접 걸어 올라가 보는 것도 괞찬을 듯 싶다. 이 성당은 지금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대형 타워클레인을 동원해 종탑 쌓기가 한창이고, 내부에 들어가면 석공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언제 완공될지는 오직 하느님 만이 알고 있다는게 그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스페인정부는 마냥 느긋하다. 아직 미완성 건축물인데도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까닭이다.
 이 성당은 주변에 여유부지가 전혀 없어 조망하기가 아주 불편하다. 사진을 찍기도 나쁘다. 따라서 스페인정부는 최근 주변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를 모두 철거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몇년 후에는 월등히 좋은 조망권에서 성당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에는 피카소 초기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피카소미술관이 있다. 중세분위기를 가장 짙게 풍기는 귀족저택이 늘어서 있는 몬타나거리 한 모퉁이에 있다. 좁은 골목을 한참 들어가야 비로소 미술관이 나온다. 1963년 개관했다. 피카소 초기와 말년 작품이 주로 전시돼 있다. 프라도미술관에 있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영감을 얻어 그린 50여점의 연작과 판화, 도자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중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은 초등학생이 그린 것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엉성하지만, 분명 피카소만의 매력은 잃지 않고 있다.
 1992년 올림픽 스타디움이 있는 몬주익언덕은 카탈루냐 미술관 우측으로 향해 뻗어 있다. 얕은 오르막길이 500여m 이어지는데 한국인 가이드가 ‘뒤쳐져 있던 황영조 선수가 여기서 일본선수를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간 곳’이라며 갑자기 흥분한다. 10년이 더 지난 일인데도 매번 한국관광객들을 안내할 때 마다 울컥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단다. 관광버스에서 내려 직접 뛰어보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덧붙인다. 올림픽 주경기장에 들어서면 황영조 선수의 골인 순간이 오버랩된다. 우리에게는 두고두고 특별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남블라스 거리를 빼 놓을 수 없다. 카탈루냐 광장부터 콜롬버스 동상까지 1.2㎞ 거리다. 이곳은 꽃과 새, 화가 등 모두 6개 거리로 나뉘어져 있다. 관광객이 끊이질 않아 늘 활기가 넘쳐 흐른다. 거리 화가들은 모두 주 정부가 인정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지 자존심이 매우 강해 절대로 그림값을 깎아주지 않는다. 거리 중간에 옆길로 빠지면 재래시장이 나온다. 돼지 뒷다리를 말려 만든 하몽과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후 4시쯤이면 상가들이 거의 문을 닫는데, 몇 몇 군데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주점에 들러 맥주 한잔을 시켰는데, 안주로 올리브 기름에 쪄낸 쭈꾸미가 나온다. 약간 짭짜름 하지만 그런대로 맞은 괞찬은 편이다.
 거리 끝자락은 지중해 몰 데스파냐로 이어진다. 그 곳의 해변은 겨울철에도 선텐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모두 독일·프랑스 등 햇볕이 귀한 이웃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로 인한 관광수입도 짭짤하다. 스페인은 이래저래 축복받은 나라가 아닐 수 없다. /글·사진=백종환기자 blog.itimes.co.kr/k2
종이신문정보 : 20050211일자 1판 13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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