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침묵 블랙 캣(Black Cat) 11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미정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 미스테리도 난립을 하니까 시들한 느낌이 들고 반전에 역점을 둔 일본 미스테리나 가학적 소재에도 염증이 날 때가 있다. 아무리 추리소설팬이고 독서 이외의 잡기에는 재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끔은 산해진미에도 식욕이 동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럴때 종종 햅쌀로 지은 윤기나는 하얀 쌀밥과 같은 존재가 있다. 나한테는 경찰소설이 주로 그렇다. 직장인이라는 동질감 - 경찰 이외의 주인공은 항상 과음후에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훈장처럼 차고 다닌다. 그러나 그런 흉내는 주말에나 한 번씩 내볼 수 있는 직장인에게는 때때로 시샘나는 일이기도 하다. - 때문인지 마치 우리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업무를 파악하고 상사의 지시에 허둥거리며 뛰어나가고 골치 아픈 업무를 쳐다보며 한숨 쉬듯이 그들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때때로 내 직장생활을 보는 듯한 익숙함과 친근감을 준다.

에를렌두르는 이혼남이고 직장에서는 제법 까칠한 경력차이다. 그러니까 젋고 명석한 어린 후배에게는 살짝 치이고 말 안통하는 상사 밑에서 제법 멋대로 굴기도 하지만 마약중독자인 임산부딸을 걱정하고 자신의 건강 걱정도 하는 중년의 직장인인것이다.아이슬랜드 중년 직장인 에를렌두르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도 제법 재미가 있다.

물론 사건은 훨씬 음울하고 어둡다. 어린 아기가 장남감 대신 물고 있던 것은 사람의 뼈였고 그건 근처의 공사장에서 나온 것이었다. 한 가족의 우울하고 슬프고 잔혹했던 과거사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과연 이미 끝난 과거의 사건을 다시 헤집어내어야만 하는 이유는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은 계속된다. 에를렌두르의 임산부딸의 건강도 매우 위험해지고 있는데도 그녀는 마약을 끊지 못하면서도 계속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세상은 아이슬랜드 날씨처럼 어둡고 냉랭하며 미래는 불투명하다.그럼에도 우리는 아침이 되면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채비를 하고 다시 세상으로 문을 열고 나가야만 한다. 때떄로 그 단순반복적인 행위 자체가 우리에게는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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