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피 블랙 캣(Black Cat) 13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제목은 아가사 크리스티에서 빌려왔다. 어디서 나온 건지는 잊어버렸지만 영국 속담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맥긴티 부인의 죽음>에서 탐정 포와로는 "이전까지 모든 얘기는 피해자에게 나왔다"고 했다. 즉, 피해자의 과거, 주변, 현재, 생활을 알게되면 범인은 그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맥긴티부인"에게는 이런 것이 없었다. 하루종일 남의 집안일을 해주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홀로 저녁을 먹고 고양이와 둘이 저녁시간을 보내고 이따금 가쉽 잡지 같은 것을 읽곤했다. 주변에 친구도 없었고 일년에 한번쯤 만나는 조카 부부가 있었고 약간의 연금 재산이 있을 뿐이었다. 

 포와로는 항상 돈많은 부자노인의 살해사건(범인은 당연히 유산을 노린 가족 중 하나!!), 아름답고 인기많은 여배우의 살해사건(원인은 질투에 찬 남편, 애인, 아니면 애인을 뺏긴 다른 여자!?)같은 멋진 피해자들이 사라진것을 한탄한 것이겠지만 이제는 그런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범인에게서 나온다고 한 것이다. 물론 현대물 중 많은 얘기들은 연쇄 살인범의 범행 수법과 그들의 과거가 어떻게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얘기라는 점에서 맞아들어가기도 한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매우 전통적이다.

 나이많은 노인이 자신의 집안에서 살해되었다. 머리에 둔기를 맞고서.

 그의 과거를 - 전과 조회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지만 - 살펴보니 강간죄로 기소된 적이 있었고 그는 무죄로 풀려났지만 그는 오히려 그 일을 자랑하고 다녔다. 한마디로 살해될 만한 원한 정도는 넘칠만큼 뿌리고 다닌 셈이었다. 그러나, 그 원한을 품고 살았을 상대는 살아있지 않았다. 이미 30년전에 일어난 사건이었고 피해자였던 여성은 자살했다. 그녀의 유일한 가족인 언니는 알리바이가 확실히 있었고 또다른 희생자가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점차 범인의 윤곽이 나오기 시작한다.

 범죄는 어쩌면 그의 죄과인지도 모른다. 그는 평생을 형편없는 인간이었고 전혀 후회하거나 뉘우치거나 자신이 행한 행위의 결과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 그의 죽음은  죄과가 아니라 단순히 결과-그의 과거의 죄라는 시작점이 필연적으로 도달하게되는 종점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그의 집과 그의 과거와 그의 주변- 교우관계라고 할 수 있다면 - 과 그의 전과를 뒤져서 그 시작점을 찾아내고 그 이후의 행적을 찾아가고 있다.

아이슬랜드라는 배경 속에서 나온 "경찰소설"이라는 점이 가장 내 취향에 맞았지만 추리소설의 기초에도 충실하다. 트릭, 밀실이 아니라 "누구에게 무슨 일이 왜 생겨났는가?"라는 것이 추리 소설의 기초라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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