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절판


이 책은 도착하기 전부터 나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책이다. '여성과 책의 문화사' 관련해서 내가 읽기에 즐거워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는 듯했다. 거기에 더불어 책과 관련된 많은 명화들을 만날수 있었으니. 읽는 내내 행복했고, 아껴아껴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여성들에게 책이 금지되었던 그 시기에 애초부터 책에 대해서 남자들과 동등한 권리가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여성은 아마 조금 더 빨리 남자들과 평등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조금 더 지금과는 많은 것들에 평등이라는 권리를 내세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시작해 다양한 시대와 숨겨진 문화 속 여성들의 책과 관련된 이야기와 아주 많은 명화들이 선보여지고, 그 명화에 대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한다. 당연히 명화 속 주인공은 책을 든 여인이다. 오직 집 안에서만. 그리고 여자는 살림만 하고 남편을 내조하며 자녀를 잘 키우는 것만이 여성의 본분이라고 믿었던 시대. 그리고 그러한 편견을 넘어 여성이 그들만의 권리를 되찾고 책을 읽으며, 조금씩 달라져간 여성들과 책의 이야기. 다 읽고 난 뒤에도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여성들이 책을 읽지 못했던 시절에, 그림에 여성들이 책을 들고 등장하는 그림조차도 상당한 이슈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림 속 여성들의 책 읽기를 통해 그녀의 사회적 위치와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여성이 책을 손에 들고 읽기까지의 4000년의 역사를 읽어볼 수 있는데..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런 공공의 권리를 가지지 못한 나라가 있다고 하니, 황당하고 화가 나기까지 한다. 책 읽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던 여성들. 지금 생각하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도, 현재 언제든지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이 시대가 갑자기 고맙게 다가온다. 후훗.

다음번엔 오래도록 읽고 싶었던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라는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언젠가 한번 그 책의 표지사진과 제목을 보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이 <판도라의 도서관>의 여성들이 생각 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장바구니담기


한국여성작가의 책인데, 사뭇 표지와 책의 제목에서는 외국소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는 '한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분으로 이력을 보니, 꽤 많은 책을 내신 분이셨다. 약 7권정도. 이 책을 읽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고 우울하다. 한번도 읽으면서 밝은 느낌을 가진 문장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을 기피하시는 분들에게는 권해드리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던 책이었는데, 중간 중간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것이,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조금 매끄럽지 않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랬다.

선천적으로 말을 하는 것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와, 앞을 점점 볼 수 없어지게 만드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 두사람은 주인공 남자가 강의하는 희랍어 시간에서 만나게 된다. 앞을 보는것이 점점 힘드는 이 남자는 희랍어를 강의하는 강사로 자신의 눈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은채 강의를 하게 되는데, 그는 학생으로 수업을 들으러 오는 그 여자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말을 못듣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다만 추측만 하게 된다.

이 두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그것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이 두사람이 현재 희랍어 시간에서 만나게 되는 일만 언급된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두 사람. 이 두사람이 만나 서로 잘 되게 되는 이야기까지 갔으련 좋으련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우울한 이야기들만 나열해 놓는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일지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지만, 무언가 부족한 부분을 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가 가슴 아릿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장바구니담기


가끔 생각해. 혈육이란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얼마나 이상한 방식으로 서글픈 것인지. 우리가 그토록 연하고 부서지기 쉬웠을 때, 지구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옮겨다닐 때, 우리는 한 바구니에 담긴 두 개의 달걀, 같은 흙반죽에서 나온 두 개의 도자기 공 같았지. 네 찌푸린 얼굴, 우는 얼굴, 깔깔 웃는 얼굴 속에서 내 유년은 금이 가며, 부서지며, 가까스러 무사히 모아 붙여지며 흘러갔지-8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품절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제목과 표지 사진을 보고 떠올린 책이 <향수>라는 책이었는데, '코'라는 제목이 왠지 '향수'의 책 스토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향수> 책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도 '코'라는 단어를 읽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인거 보니, 그만큼 인상적이었나보다. 아- 그리고 그 책이 생각났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책 띠지에 '일본 호러 소설사에 남을 충격적인 걸작'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이기도 했으리라. <향수>도 호러 소설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총 세편의 단편들이 들어 있다. 그 세개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자.

폭락
현대에 걸맞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가 폭락이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생활이 되는 시대의 이야기이다. 개개인의 주가가 높을 수록 그 사람의 생활도 달라진다. 주가가 낮아질것을 우려해 가족과의 인연을 끊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당연히 헤어질수 있는 시대. 한 남자의 비극적인 최후를 담고 있는 단편소설이다. 마지막에 이 주인공 남자가 보여주는 상황은 정말 최악으로 치닫는다.

수난
전날 밤 술을 마시고 일어난 아침. 어느골목길에서 수갑에 채워진채 깨어난 한 남자. 하지만 그는 몇날 몇일을 그곳에서 이상한 사람들 몇몇을 만나게 되고, 수갑에서 풀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들은 그의 청을 도와주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수난이 아닐수 없다. 한 남자의 처절한 수난 이야기.


코가 큰 사람들을 텐구라고 하는데, 그들은 사회에서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편견을 가지고, 불평등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예전의 흑인들처럼.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며 살게 되는데, 아내와 아이를 잃은 한 의사 앞에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닮은 텐구 모녀가 나타나고, 이 모녀의 부탁을 거절한 그는 나중에서야 그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시술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 소설의 시점과 상황이 너무 자주 바껴서 이해가 부족했던 책이었는데, 내용은 상당히 신선했다.

호러!! 좀 많이 호러스러운 단편소설 3편이었다. 첫번째 단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의 마지막이 너무도 비극적이어서.. 아주 깊이 집중해서 읽은 책은 아니었지만,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원
김현 지음, 산제이 릴라 반살리 외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11월
절판


별로 기대 하지 않고 보러 간 영화관에서 느낌 충만한 영화였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영화였다고.. 생각했었던 이 영화 <청원> 영화의 원작이 아닌 영화를 소설화로 한 책이다. 영화가 너무 괜찮아서 인지, 소설도 읽기 전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우선 아직 이 영화와 책 모두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시라면, 책 먼저 읽고 영화를 보실 것을 권해드린다. ^^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여주인공이었다. 오랜시간동안 결혼한 몸이면서, 이튼을 돌보아온 그녀.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보던 배우들에게서는 못 느꼈던 신비한 느낌을 받았더랬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튼과 소피아는 맺어졌지만, 그것은 또 이별이었다. 좀 더 함께한 시간을 가졌으면.. 했는데, 이튼에게는 죽음이 자유였음에. 소피아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 했을 것이다.

한 천재적 마술사(마술사 주인공도 상당히 멋지다. ㅋ)가 마술 도중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환자가 되고, 오랜 시간동안 그의 곁에서 간호하게 되는 소피아. 마술사 이튼은 라디오 방송과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해주며 자신은 아픈 몸으로 살아왔지만 어느날 자신의 친구변호사에게 자신의 안락사 청원서를 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시작된 싸움... 이튼의 죽게 해달라는 청원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소피아와 이튼 사이의 감정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내가 본 영화 <청원>을 한번 더 본것 같다.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말이다. 소설은 영화속 스토리를 토시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옮겨 놓았다. 이 책이 원작이라면 그렇지 못했을 텐데, 영화를 책으로 옮겨서 그런듯 하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책보다는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