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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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평을 쓰기 전에 먼저 책을 받고 나서 기분이 참 좋았다 는 걸 말하고 싶다. 책에 정성을 쏟은 느낌이 물씬 들어서 였다. 표지의 손이 많이 닿는 부분에 코팅지라고 해야하나 예전에 학창시절에 많이 했던 뻣뻣한 코팅지가 아닌 부드럽게 덧입혀져 있었고, 책 내부의 종이는 연하고 고급스러운 빗살무늬가 그어져 있다. 표지는 그렇다치고 글자가 쓰여진 부분에 이렇게 무늬를 새겨 넣은 종이는 처음인것도 같은데, 소담 출판사는 작은 부분들에도 신경을 쓰는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일기를 쓰는 여자. 그리고 그 일기를 읽는 여자. 이 두여성은 같은 사람이다. 시간으로 보면 두명의 여자가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지만, 과거의 내가 일기를 쓰고 현재의 내가 그 일기를 읽으며 글을 쓰고 있다. 조금은 독특한 구성이 나의 시선을 잡았다. 1월 3일과 15일 결혼한 엘레나의 일기로 시작해 15일의 일기 바로 뒷장에는 현재의 그녀가 과거의 일기를 읽고, 써 내려간 글로 시작된다. 결혼에 회의적인 여자의. 결혼하던 날 들뜨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내뱉고 확신했던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결혼생활이 연극인 것 같다고 그녀는 말한다.

남편은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성격이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고, 엘레나는 그것을 참지 못하였다. 내가 본 엘레나는 아주 예민한 여성이었다. 여기서 한가지! 이렇게 예민한 여성의 내면을 남자 작가가 쓴 글이라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예민한 책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아주 꼼꼼히 책의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쓴 것 같은..

그렇게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엘레나에게 관심을 표해오는 회사내에 남자가 한명 있었고 그녀는 그 남자와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몸은 마음과 다르게 반응한다. 권태로 이어진 남편과의 관계는 더이상 그녀가 생각했던 사랑하는 사람의 사이가 아니었다. 내가 예민한 여자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엘레나의 결혼생활에서 남편이 하는 행동에 거부감이 표현하는 엘레나를 보면서, 참 예민한 여자이구나.. 라고 느낌과 동시에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도 했던 것 같다. 나라면 남편과의 그런 관계를 무리없이 잘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연애생활을 해서인지. 우리는 봐주는 사랑보다는 있어주는 사랑이 더 편안해 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구성은 꼭 그것 같았다. 미래의 내가 과거로의 나에게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얘기하고 있는것. 엘레나는 과거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다 지나갈 것이라고얘기한다. 그토록 열정적이었던것들도. 참지 못했던 화들도 다 지나가버릴것이라고. 미래의 엘레나는 조용한 언어로 말한다. 과거의 그녀에게. 하지만 미래의 그녀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것도. 그때의 감정들을 지나왔기 때문이겠지. 앞으로 쓰여질 엘레나의 일기들은 어떤 말들을 담아낼지 사뭇 궁금하다... 남자 작가분이 여성의 내면을 이토록 깊이 예민하게 담아낸 것에서 참 놀랍고, 앞서 말했듯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쓴 책이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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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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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쌓아간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많이 듣는 말인가. 하지만 인간관계란 쌓아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살아서 숨을 쉬어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돈독히 변하는 것이 인간관계다. 나도 이제야 그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관계는 시들어버리고 만다. 피해야 하는 건 약속이다. 스스로의 미래를 두고 내기를 걸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약속을 지키려다 나처럼 이미 죽어버린 관계를 억지로 되살리려는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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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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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왜 또 불행한 일이 닥쳐오고 몰려오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평온한데 가진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왜 그리 가혹한지.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렇게 불행한 것들만 다가오고 있음에도, 맑은 영혼을 간직하고 꿋꿋하게 이겨내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때면 뭔지 모를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 번의 시련에도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빠져드는 사람이 있는데..

은주는 그런 사람중의 한 명이었다. 불행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본연에는 아름답고 맑은 영혼을 간직하는 여자. 은주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적인 언행과 행동으로 따뜻한 가정을 기대할수 없었던 아이였다. 그렇다고 어머니는 따뜻했던가. 하면 어머니조차도 차가운 말투와 막말로 자신의 딸아이를 대해왔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 성희의 엄마인 지숙은 은주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분이셨다. 그분의 소개로 복지관 다문화센터에서 한글수업을 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외국인 남자 에민과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성년이 되어서도 아버지의 폭력은 줄어들지 않았고. 참지 못한 어느날 은주는 집을 나온다. 어딘가로 가고 싶었던 그녀의 자유는 그렇게 이루어졌지만, 제주도로 떠난 그녀에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들이닥쳐 그녀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게 된다. 그리고 두번째 가출이 시작된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나라. 터키로 떠난다.

한국에 공부를 하기 위해 왔지만, 다문화센터 복지관에서 은주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 터키사람 에민은, 그녀를 만나고, 사랑이 뭔지 알아버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가출했다는 소식을 지숙에게서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가 왜 가출을 했는지. 그녀를 책임질 만큼 내 사랑이 정말인지. 터키로 왔다는 전화를 받은 은주의 전화에 에민은 자신의 아버지 집에서 은주를 머물게 한다. 터키에서 진정 자유를 맛보는것 같았던 은주는 그러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그제서야 알게 된다. 외할머니로부터..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들은 너무도 깊고 아픈 것들이었지만, 은주의 상처는 그녀가 관계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치유됨을 느낀다. 굳이 가족이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된다는 걸 보여준다. 그녀안의 빛바랜 진주는 그녀를 걱정하고 위하는 다른 사람에 의해 닦여지고 닦여져 빛을 내게 된다. 각박한 세상에서 굳이 가족이 아니라도, 상처를 치유해줄수 있다는 따뜻함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소설이었다. 진정한 가족이란 의미는 핏줄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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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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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생의 불운은 겹쳐서 오는 것일까, 왜 가난한 인생은 늘 그 자리에서 맴도는 것일까. 그들에게 인생은 수렁이다. 늪이다. 빠져나오려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지랄 같은 인생! 인간을 사랑하고 구원한다는 신은 무얼 하고 있는가, 신의 뜻이란 애매한 말로 포장하고 미화하지만 진정한 신의 뜻은 무엇인가-119쪽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 좋은 본성과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떨어져 시들어가고 일에 지치고 쾌락에 진력이 났을 때 고독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라고 윌리엄 워즈워드는 말했다-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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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의 봄날
박진희 지음 / 워커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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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이 두렵지 않다. 가난한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가난한 나라는 아주 크고 광활한 대지와 가까이 있고, 거대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넘치는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으며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가난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건 부끄럽고도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은 일인가 싶기도 했다. 그들을 돕지만, 그들과 같이 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때론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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