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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
윤희일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2월
평점 :

책의 제목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십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라니. 그리고 그 글 아래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낡은 구두 한 켤레가 마음이 아프다. 책 속 주인공의 아빠는 무엇 때문에 십년 후에 죽기로 결심했던 것일까?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며 읽기 시작했다.
결혼 하루를 앞둔 주인공은 아빠가 친구들에게 내일 자신의 딸의 결혼이라며 한턱 내러 나가신 사이, 아빠의 방으로 들어가본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그녀에게 아빠는 전부였다. 하지만 커 가면서 아빠를 점점 멀게 대하기 시작했던 딸은 마지막으로 아빠의 방을 둘러보다 그의 노트북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아빠의 십년동안의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십년 전 자살을 결심한 아빠의 기록이었다. 50대에 자살하기로 결심한 아빠는 오직 그에게 전부였던 딸과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다. 딸에게 그로 인해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자살 계획을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안타깝기만 했다. 아빠는 왜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것일까? 부모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시는지, 사실 나의 어머니께서도 오래 살면 좋지 않다~ 자식들 고생만 한다. 라고 종종 말씀하신다. 그런 말씀을 하실때마다 화가 나고 왜, 저런 말씀을 하실까. 자식된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부모가 아프고 병들었다 하더라도, 죽는것보다는 자식의 곁에 있어 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는데 말이다. 물론 그것은 부모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자살국가이다. 종종 뉴스에서 그런 기사가 나올때마다 흠칫, 놀라곤 한다. 자살로 세계1위라니. 씁쓸하면서도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저자 윤희일 씨는 이런 한국인의 자살을 마냥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발간하셨다고 한다. 정말, 이제는 당당히 지키고 있는 그 1위를 제발 벗어났으면 좋겠다. 소외된 사람들을 좀 더 보듬어 안아야 하겠고.. 아니, 그것만으로는 안될 나라에서 힘을 써야 할 때다. 뭐든지라도 말이다.
십년 전 자살을 결심했던 아빠는, 딸의 죽지 말아 달라는 진심 어린 말에 아빠의 자살은 멈추게 된다. 딸에게 자신의 죽음으로 상처를 주지 않으려 했던 계획들이 되려, 딸에게 크나큰 상처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말해 드리고 싶다. 아무리 부모가 자식에게 짐이 된다고 해도, 죽어서 빈 그 자리보다는, 그래도 곁에 있는것이, 곁에 존재 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을 위해,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말이다.
네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라는 거친 정글로 나가던 그날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구나.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네가 밥벌이를 하겠다고 나서던 그때, 내 마음 구석에서는 크고 굵은 동아줄이 '뚝'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더구나. '이제 정말로 내 곁을 떠나는구나.' 내가 벌어다준 밥을 먹고, 내 눈길 속에서 커오던 네가, 네가 번 밥을 먹고, 다른 사람들의 눈길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생각을 하니 얼마나 먹먹하던지. 이 사회에서 당당히 한 사람의 몫을 하게 된 너를 보고 기뻐했어야 할 아빠는, 네가 둥지를 떠나는 것에 대한 섭섭함을 먼저 느끼게 되더구나. (p.13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포함돼 있는 나라는 '잘사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속해 있는 나라 중에서 한국만큼 자살자가 많은 나라는 없다. OECD 평균,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12명이지만,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28명이 넘는가. 이는 한국의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가고 있지만 그 '과실'이 개인, 혹은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나라를 '잘사는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자살을 잘하는 나라'라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