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아저씨들의 문화 대반란
이현.홍은미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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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한민국 멋진 아저씨 8분이 소개되어 있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 아저씨들이라 함은, 후줄근한 추리닝에 슬리퍼를 신은 아저씨. 또는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느라 자신의 꿈은 뒷전이고, 하루 하루 똑같은 직장일에 매여 있는. 그리고 주말에 집에 와서는 하루 종일 잠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저씨들-

하지만 그 외에도 시간을 내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틈틈히 하거나 꿈을 버리지 않은 멋진 아저씨들을 볼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서두에는 이런 글로 시작한다.  '행복하려면, 재미있게 살아라. 어저씨가 즐거워야 대한민국이 즐겁다'

책에 실려 있는 8분들은 모두 40대 후반에서 시작해 50대 이상의 아저씨들이다. 그들은 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나 시간을 내서 자신들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생활에 활력을 갖는다.
록밴드를 결성하고. 자전거로 세계를 활주하고 색소폰을 불며, 블로그를 꾸미기도 한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날고, 스쿠버 다이빙을 즐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문화를 즐기다가 죽는다면 행복할꺼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 책을 여자인 내가 읽다 보니까 든 생각이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결혼해서 주부가 되고 아이를 키우고 가정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꿈을. 취미를 하나씩 접어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대한민국 아저씨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주부들도 자신의 취미를 어느 정도는 즐기면서 살면 참 좋겠구나.. 라는 생각..

그들의 문화생활에 행복해 하는 아저씨 8인방의 이야기가 자못 흥미로우면서 부러웠다. 나도 저 나이에 저럴수 있다면. 하는 꿈이 생기기도 하고 말이다.

30대에는 앞길이 너무 먼 거 같아서 뒤를 돌아다볼 여유가 없었어요. 사회적 위치나 커리어 걱정을 많이 했죠. 남들과 비교도 많이 하고요. 하지만 40대에 들어서는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남들과 비교하기보다는 내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죠. 내가 잘 살아 왔나, 잘 살고 있나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요. 30대에는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제는 '오늘 내가 뭘 했나?' '책 하나라도 더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자꾸 다잡게 돼요.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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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오카모토 카노코 지음, 박영선 옮김 / 뜨인돌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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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食) 소설을 아십니까?

먹는것은 살아가기 위한 당연한 조건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살아가기 위한 조건뿐만 아니라 먹는 것의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푼다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여기 4편의 단편 소설은 단순히 맛있다는 것을 넘어서 음식에 담긴 주인공들의 사연과 가슴이 아릿해져 오는 소설에 맛을 부여한 식(食) 소설 4편이 맛깔나게 담겨져 있다. 1939년에 문학가족 집안의 딸인 오카모토 카노코에 의해 발표된 작품이다.

초밥
초밥집에 자주 찾아오던 한 노인.그의 어릴적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릴때부터 밥 먹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는 아들. 투정이 아니라 아들의 몸이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아들을 위해서 어머니는 초밥을 아들 앞에서 만들어 보이고, 먹게 하는데. 가슴이 찡한 것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뺨때리기
이 단편은 4편의 소설 중 음식과는 무관한 단편소설이다. 하지만 내용이 특이해서 나름 읽는데 재미가 있었다. 회사에서 아무 이유없이 한 남자로부터 뺨을 맞게 되는 그녀. 그리고 그 남자는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직장동료와 그 분을 참지 못해 그를 찾아나서는데, 어느날 찾은 그 남자로부터의 진실은..^^

집유령
매일 뜨끈한 추어탕을 음식점에서 한그릇씩 얻어먹고 있는 한 할아버지의 연유와. 그 추어탕 음식점을 대대로 이어내려오며 하고 있는 안주인들의 안타까운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단편

식마
천재적인 음식맛을 내는 젊은 요리사 그의 이야기와 인간들의 심리를 함께 이야기 해 놓은 단편소설

4편의 단편소설 모두가 식(食) 소설이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나머지 한편의 소설도 재미있는 소재라 괜찮았고. 색감이 돋보인 표지의 느낌과 너무도 잘 어울렸던 소소하고 아릿한 맛을 간직한 식(食)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젊었을 적부터 이 추어탕을 까닭 없이 좋아한 게야. 어떤 쓸쓸함이 오거나, 괴로울 때도 버들잎에 꼬리와 지느러미가 붙은 것 같은 이 작은 물고기는 묘하게도 음식 이상의 친밀함을 주었지. (p.63)

무침의 조리법은 여자의 화장과 마찬가지로 될 수 있는 맨얼굴의 신선미가 상하지 않게 해야만 하오. 너무 주무른 무침은 분이 두껍게 칠해진 얼굴처럼 기운이 생동하지 않소.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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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정유리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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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그렇다고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외로움을 만끽하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23살의 저자가 썼다는 이 책은 작가도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함이 분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한 문체가 내게는 그녀의 경험이라고 말하듯 보였으니까. 이런 마음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이런 글을 쓸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스무살의 주인공 치즈는 엄마의 중국 유학을 계기로 그동안 생각해왔던 독립을 하게 된다. 그리고 50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먼 친척인 깅코 할머니와의 도쿄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게 되는데.. 책의 목차 구성또한 봄.여름.가을.겨울.봄의 문턱 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치즈는.. 뭐랄까. 감성이 여리기도.. 표현을 잘 못하기도.. 그렇게 이쁘지도 아니한.싹싹하지도 못한 아이다. 그리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혼자 있는것이 어울리는 그런 아이..치즈는 두번의 사랑을 흘려보내면서 남자와의 사랑이란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서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실망하고 아파한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치즈의 감성이 나와 꽤나 닮아 있음을 느끼면서 읽은 책이었다. 주인공 치즈의 섬세한 감정과 깅코 할머니와의 자잘한 일상들을 담은 책으로.. 마음이 착 가라앉는 책이 아닐까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라는 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떤 감정으로 서로 맺어져서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걸까? 엄청난 수수께끼다. 적어도 지금 내 눈앞을 스쳐 지나는 그들이 하고 있는 것과 내가 예전부터 하고 있었던 것은 별개라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하면,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걸까? 타성에 물들지 않은 채 두 사람이 죽 함께 있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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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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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라는 특별한 책 이후로 두번째로 만나는 아베 코보 작가의 책이다. <타인의 얼굴> 이 책도 <모래의 여자> 만큼이나 독특한 책이었다. 이 작가의 책들은 모두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인가.. 궁금해 졌고 그의 다른 책들도 또 읽어 볼 생각이다.

책의 시작은 한 남자가 맨션으로의 이사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집 앞에서 한 아이가 그의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으며, 그는 그 맨션에 들어가 얼굴의 붕대를 푸는데, 거머리가 꿈틀거렸다.

시작은 이렇다. 그리고 검은색,흰색,회색의 3권의 노트에 그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는 결혼을 한 남자로 직장에서 일하다 액체질소 폭팔 사건으로 얼굴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데, 정확한 얼굴 형상은 말하지 않았으나, 거머리가 꿈틀거린 정도라면, 어떤 상태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는 다른 사람의 얼굴 틀을 바탕으로 그 맨션에서 자신의 얼굴을 가릴. 가면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장장 몇개월에 걸쳐서. 그 가면이란 그냥 자신의 상처입은 얼굴을 단순하게 가리는 것이 아닌, 타인의 얼굴을 바탕으로 완벽한 얼굴가면을 제작하게 된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모를 정도의 그런 얼굴 가면을 결국엔 만들게 되며, 자신의 아내에게 나타나 타인의 얼굴로 된 가면을 쓰고 그녀와 동침하게 된다. 그리고 아내에게 남겨둔 세개의 노트. 결말 또한 반전과 함께 재미또한 있음은 물론이다.

소설 속 그는 가면을 쓴 사람과 가면을 벗은 본래의 자신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면을 쓴 그는 가면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라고 말이다.. 겉모습에 굳이 가면을 쓰지 않더라도. 누구나 속과는 다른 겉. 가면을 우리는 쓰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몇 개의 가면을 쓰고 있는가..?

아베 코보 작가의 특별했던 책이었다. <모래의 여자>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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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앞모습
최인호 지음, 주명덕 사진 / 샘터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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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정적인 남자를 동경해왔다. 자신보다 가족을 더 생각하고, 풍족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족에게 다정다감하고 무엇보다 가정적인 남자를 말이다. 그런 남자는 모든 여자들의 동경일것이다..

이 책은 최인호 씨의 30년동안 샘터사에 연재해온 자신의 가족이야기들중 추려서 낸 책으로 그의 따뜻한 가족에 관한 내용과 최인호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책으로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무엇보다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여자가 쓰는 가정이야기보다 남편이. 남자가 쓰는 자신의 가정에 관한 이야기는 더 로맥틱하고 정감있고. 읽는 재미가 더 있다.최인호씨의 가족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와 정감어린 그만의 문체는 나를 읽는 내내 푹 빠지게 만들었던 이유가 아닐까 한다.

가족 이야기에 관한 최인호씨의 글들이 내내 부러웠었다.
30년동안 한 남자가 쓴 자신의 가족사. 만약 나의 할아버지가 그런 글들을 적어놓았더라면.. 읽는 내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아마 최인호씨의 가족들도 그럴것임에 분명하다.

그의 아내와 딸 다혜. 그리고 아들 도단. 다혜가 태어날때부터 시작해 쓴 글들이 이제 그 다혜는 시집을 가서 벌써 딸을 낳았고, 아들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첫 딸을 낳았을때 이 아이 만큼은 남부럽지 않을만큼 키울것이라고 썅, 맹세한다. 라는 글을 끄적였던 그때의 그가 이제는 자신의 손녀딸과 사랑에 빠졌다.

자신의 딸 다혜의 딸. 그러니까 최인호씨에게는 손녀이 된다. 손녀에게 때론 엄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탕을 물려주기 일쑤고 "할아버지가 좋아? 외할아버지가 좋아?"라고 연신 물어댄다고 하는 최인호 작가.

이 한권의 책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에 관한 30년 이야기를 모두 엿보고 싶었다. 따뜻했고. 정감어렸던 이 책.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오로지 가족 이야기만 담겼을거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으나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담겨져 있었다.

한 남자가 쓰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 괜찮았다.. 아니 좋았고 아름다웠다.

이제 아기는 크겠지. 그래서 재롱을 피울 것이다. 봐라, 나는 아기를 키운다. 한번 멋지게 키울 것이다. 화초에 물을 주듯 나는 아기를 키울 것이다. 아기가 장난감이 필요할 때면 때맞춰 사다줄 것이다. 난 절대로 이 아이를 궁색하게 키우지는 않을 것이다. 썅, 맹세한다, 맹세해. (p.14)

가족이야말로 가장 인내가 요구되는 대상이며, 가족이야말로 가장 큰 희생과 무조건의 용서가 요구되는 상대다.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려고 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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