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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없이 남김없이
김태용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다 읽는 것이 참으로 힘겨웠다. 한 권을 잡으면, 어떤 책이든지, 아무리 머리에 안 들어와도, 끝을 내는 내 생격에, 이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세달이나 걸렸으니 할말 다 했다. 읽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덮어 버리고, 또 읽다가 덮어 버리고, 그렇게 내리 세달을 질질 끌어 온 책. 마지막 장을 덮기가 힘겨웠던 책. 나에겐 너무 난감한 책이었다.
이 책에는 인물들의 이름이 전혀 없다.
것. 뭐. 그들. 그. 그녀. 라는 인명지칭대명사만 있을 뿐으로, 감정이 없는 그냥 저자가 의도하는 말장난으로 끝나는 책으로 느껴졌다. 외설적이기도 하고, 입안에 껄끄러운 단어들이 모래처럼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소설로, 읽기가 참 부드럽지 못한 소설이었다.
뭐. 이 남자의 이름은 뭐이다. 생모가 이 남자를 출산 할때 그녀가 남긴 마지막 단말마의 한 마디. '뭐' 그래서 그가 출산될때 옆에 있었던 할머니(친할머니는 아닌)는 그를 그 이후부터 '뭐' 라고 명명한다. 이 남자는 계속 그 할머니와 살아오다가,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다가, 삼십대쯤 되었을까. 다시 이 할머니의 그 집으로 돌아온다. 카레 냄새가 진동하는 그 집..(할머니는 카레를 즐겨만드신다.)
약국엘 갔다가, 우연찮게 만나게 된 한 여자. 그녀와는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그녀와의 만남은 뭐랄까. 도무지 어떠한 감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다. 두 사람은 일말의 대화조차 거부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할머니의 도움에 의해 아이를 지우게 되며, 이 여자의 그 이후의 이야기 또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생이 진행된다.
뭐와 할머니의 해변에서의 시체쌓기는 또 어떤가.. 어디서인지 모르지만, 해변에 시체 무더기들이 조각들로 떠내려왔고, 할머니와 뭐는 그 시체들을 쌓기 시작한다. 언어. 단어들의 말장난. 반복되는 문장들이 또 반복된다. 나를 한없이 가라앉게 만들었고. 이해할 수 없게 만든 책이었다. 글을 읽는 것이 행복이어야 하는데, 고통을 안겨준 책. 그런데, 이 이상한 책이 왠지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재미있는 반어아닌가. 나를 괴롭게 만든 책으로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을 책이다.
남성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절대로 각자의 방식을 바꿀 수는 없다고 다시금 깨달으며 자신이 짐꾼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부푼 생각에 사로잡혔지만 언제나 그렇듯 생각은 곧 비굴하게 쪼그라들었다.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