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3월
구판절판


그녀의 단편들에서는 모두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할까.
주말에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린 3권의 책들 중 2권은 단편집이고 한권은 장편이라고 하기엔 좀 짧은 소설책이었는데, 역시 나는 그녀의 단편보다는 죽 이어진 소설이 더 느낌이 좋다. 단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하긴 하지만... 그리고 그녀의 단편들은 모두 비슷한 맛이 느껴진다. 이번 책도 총 9편의 단편들이 모여 있다. 앞에 읽은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가장 좋았던 단편은 처음에 나오는 '러브 미 텐더' 였는데, 항상 싸우시고 일흔이 되어서 이혼하길 원하는 엄마. 그녀의 엄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런 엄마가 어느날 전화해 매일 밤 자정을 넘긴 시각에 엘비스 프레슬리부터 사랑의 전화가 온다고 말한다. 한곡의 노래도 들려주고 말이지. 그녀는 엄마가 노망기가 있는 줄 알고 집으로 찾아갔던 날 밤. 엄마는 그녀에게 전화가 오는것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그녀를 자정이 넘도록 붙잡았다. 그러나 전화는 오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가려 친정집을 나오던 중 아버지가 잠옷바람에 집앞 공중전화에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조그만 카세트를 하나 들고서 말이다..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그리고 나머지 단편들은 모두 역시나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으레 그 내용이다. 라고 생각되는 사랑과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대다수였다. 헤어진 연인(유부님)을 잊지 못하는 여자. 학창시절 우정을 나누던 남자2명과 지속적으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결혼한 여자. 그들은 과거를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하며 우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책을 내리 3권을 읽으면서 느낀건데, 일본인들은 술을 참 즐겨 마시는 것 같다. 우리 나라는 취하기 위해 마신다고 하면, 일본인들은 단순히 음미하고 즐기기 위해서 마신다고 할까? 하루의 마지막을 맥주로 즐겨 마시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단편들 중에서 꽤나 긴 내용을 차지했던 '재난의 전말' 이라는 내용의 단편들은 흡사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 몸이 곤충으로 변한 이야기와 비슷한 류의 이야기였다. 벼룩에 물린 이야기. 주말 동안 여유롭게 만난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책들. 다음주에도 또 빌려 볼까나?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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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3월
구판절판


7월의 밤은 축축하니 서늘하고, 얄팍한 달이 부드럽게 밤하늘을 식히고 있었다. 늑대 인간은 아니지만 나는 옛날부터 달빛을 받으면 기운이 난다. 마음이 고요하고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심호흡을 한차례 했다. 공기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밤은 마치 바다의 바닥 같았다. (p.39)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량한 인간과 불량한 인간,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인간. 이도 저도 아닌 인간은 미치도록 선량을 동경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불량에 이끌리고, 그리하여 결국, 선량과 불량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평생 선량을 동경하고 불량에 이끌리면서 살아간다. (p.56)

인생은 즐기기 위해 있는 것이고,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보고 싶을 때 봐야 하고, 그때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장소, 그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 마실 수 없는 술, 일어나지 않는 일이란 게 있다. (p.241)
-39쪽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량한 인간과 불량한 인간,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인간. 이도 저도 아닌 인간은 미치도록 선량을 동경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불량에 이끌리고, 그리하여 결국, 선량과 불량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평생 선량을 동경하고 불량에 이끌리면서 살아간다-56쪽

인생은 즐기기 위해 있는 것이고,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보고 싶을 때 봐야 하고, 그때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장소, 그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 마실 수 없는 술, 일어나지 않는 일이란 게 있다-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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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구판절판


그 여름에 나는 막 열일곱 살이 되었다. 물론 젊었지만, 젊다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내게는 일곱 살 위인 오빠와 네 살 위인 언니가 있었고, 할 가치가 있는 일과 어른이 놀랄 만한 일은 모두 그들이 앞서 해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은 것은 뒤죽박죽 비스킷 같은 것들뿐이라고-26쪽

우리 집 토스터 고장났어, 알아? 나 어제 이 뽑았어. 이 뽑은 입으로 키스했고. 바람은 안 피우지만 키스 정도는 해. 냉장고 청소 오래 안 했으니까, 아마 구석에 작년에 먹다 남은 채소하고, 햄 치즈 그린게 들어 있을 거야. 알고 있었어? 우리 살기는 같이 살아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알아, 그거?-87쪽

지난 1년, 사실은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요즘은,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도 그렇다. 문제거리는 늘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143쪽

조심하고 주의하고, 그래보야 어리석은 짓이다. 당연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조심 따위 내던지고, 흥분하고 들떠서 영원이니 운명이니 이 세상에 없는 온갖 것을 믿으면서 당장에 동거든 결혼이든 임신이든 해버리는 것이 좋다-162쪽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저주하면서, 그러나 아직은 어린 나츠키가 언젠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한다면, 더 강해 주기를 기도했다. 여행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한껏 사랑받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를 기도했다.-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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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총12편의 짧은 단편들이 모여 있다.
다른 이야기인데도 똑같은 감성들을 가지고 있는 단편들이라고 하면, 너무 난해한 말이 되는가 싶어 머뭇거리면서 적고 있다. 처음의 사랑은 왜 점점 빛이 바래지는 걸까. 점점 더 조금씩 더 처음의 그 감정들은 사그라들고, 그 자리에 불신과 믿음. 그리고 마지막엔 헤어짐과 상처들로 남는다. 그래서 사랑은 더 빛나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12편의 이야기들은 이런 처음의 그 빛나는 사랑을 뒤로 하고,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듯 생각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이제는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또한 사랑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여유롭게 한낮에 백화점에서 아들과 남편의 옷을 쇼핑하면서 지하 카페에서 느긋하게 마셔보는 한잔의 독한술을 마시는 기분. 남편에게 당신의 가족들을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어한다고 말하는 아내. 한때 우리는 그토록 사랑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왜 이런 관계로까지 오게 된건가. 라며 하소연하는 그 여자. 그때의 우리는 어디로 갔을까? 라며... 묻는다. 시어머니와 함께온 여행엥서 내내 바람핀 상대편 남자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며느리.

사랑은 그렇게 빛바랜채로 다시 기억속에 돌아와 있는다. 아니.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무섭게 뒷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기억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고수같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사랑에 관한 슬픈 감성이 잘 묻어나는 단편이었다. 약간의 서운함을 느낀 단편들도 몇개 있었지만. 나름 단편집 치고는 괜찮았다. 사랑이 아니었다고 애써 부정하는 일 같은건 하지 말자. 그 기억만으로도 언젠간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하며 회상에 젖는 시간이 분명이 올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 될성은 싶지만, 괜찮다. 그것도 나름대로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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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품절


'친구란 좋은 거야.'
2는 생각했습니다. 물론, 가족은 소중합니다. 그렇지만 친구는 늘 그대로이고,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오이도,모자도, 지금 실제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94쪽

그러나 사실, 모자는 이 아파트가 좋았습니다. 키작은 나무가 멋없게 심어져 있는 마당이며, 어둑어둑하니 선선한 현관 홀, 밖에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꼭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습기 배인 독특한 냄새. 덜컹덜컹, 놀랄 만큼 큰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요 며칠 모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덧없음'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어느새 그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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