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에 나는 막 열일곱 살이 되었다. 물론 젊었지만, 젊다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내게는 일곱 살 위인 오빠와 네 살 위인 언니가 있었고, 할 가치가 있는 일과 어른이 놀랄 만한 일은 모두 그들이 앞서 해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은 것은 뒤죽박죽 비스킷 같은 것들뿐이라고-26쪽
우리 집 토스터 고장났어, 알아? 나 어제 이 뽑았어. 이 뽑은 입으로 키스했고. 바람은 안 피우지만 키스 정도는 해. 냉장고 청소 오래 안 했으니까, 아마 구석에 작년에 먹다 남은 채소하고, 햄 치즈 그린게 들어 있을 거야. 알고 있었어? 우리 살기는 같이 살아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알아, 그거?-87쪽
지난 1년, 사실은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요즘은,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도 그렇다. 문제거리는 늘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143쪽
조심하고 주의하고, 그래보야 어리석은 짓이다. 당연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조심 따위 내던지고, 흥분하고 들떠서 영원이니 운명이니 이 세상에 없는 온갖 것을 믿으면서 당장에 동거든 결혼이든 임신이든 해버리는 것이 좋다-162쪽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저주하면서, 그러나 아직은 어린 나츠키가 언젠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한다면, 더 강해 주기를 기도했다. 여행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한껏 사랑받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를 기도했다.-18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