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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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내 한 남자로서 사모했던 것 같다. 그 쓸쓸한 눈동자를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어떻게든 염마의 따스함 밑에 들어서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런 말을 ㄹ입에 담으면 그에게는 큰 부담이 될 터였다. 평생 이런 마음을 꽁꽁 감춰둔 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한창때의 나쓰에게 상상할 수 없는 시련으로 느껴졌다. 아직 그럴 각오까지는 되어 있지 않았다. -218쪽

몇 년이 지나면 누님에서 어머니가 되겠죠. 그러다 결국 할머니라고 소개해야 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하면 우울하긴 해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까지는 오빠 옆에 있고 싶네요.그냥 그것뿐이에요. -4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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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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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오랜만에 빠져들듯이 읽었던 책이 아닐까 한다. 깔끔한 표지 속에 이런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니.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을 보고 나온 듯도 하고, 책 속의 주인공 염마처럼 나도 신귀에 들린듯 책 속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닐까? 또,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염마가 나의 손바닥에 신귀의 문신을 새겨놓은 것은 아닐까. 라는....

곧 죽음을 앞둔 천하의 호쇼 문신사인 바이코 앞에 어느날 나타난 깊은 상처를 가진 살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정신을 잃은 젊은 청년. 바이코는 문신사로서의 법칙을 어기고 그에게 죽기 전 신귀가 들린, 염마문신을 손바닥에 새긴다. 그리고 불로불사의 몸을 얻고, 바이코가 다시 지어준 염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는 그. 바이코의 제자로 문신수업을 받게 된다. 어떤 상처를 입었든 염마는 살아나게 된다. 불사의 몸. 하지만 염마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죽고 싶지만, 살아가게 되는데... 곧은 마음을 가진 염마. 그런데 바이코에게 염마 외에 단 한명의 제자가 더 있었다. 스스로 신귀의 문신을 자신의 손바닥에 새기고, 바이코에게 추방당한 야차. 그러니까 불사의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염마외에 한 사람이 더 있었던 것이다.

야차는 염마와는 다른 바이코의 제자였다. 스스로 신귀를 새귀고, 그 신귀를 다른 사람의 심장을 얻는 것으로 생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염마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 문신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중간에 존재하는 나쓰라는 아가씨. 야차는 그녀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함께하기를 원했지만, 염마는 그녀를 불사로 만들고 싶지 않은 채 사랑했다. 나쓰는 야차가 아닌 염마를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늙지 않는 염마에게 여동생이었다가 누님 이었다가 어머님이었다가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곁에 끝까지 남았던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불사의 몸을 가진 염마와 야차. 이지만 인간의 한정된 삶이 더 아름답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행복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시간을 늙어가며 사랑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기억하며 그 시간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이 책은 단연코 그 어떤 중심적인 이야기보다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름답고. 차갑고.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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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품절


먹지 않으면 죽는다. 라는 말은 내 귀에는 그저 불쾌한 위협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미신은 항상 내게 불안과 공포를 몰고 왔습니다. 나에게,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일을 해서 벌어먹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말만큼 난해하고 애매모호하고 그러면서도 협박의 여운을 강하게 풍기는 말은 없습니다. 내가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아직까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는 뜻이겠지요. 내가 가진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의 행복의 관념이 전혀 맞물리지 않는다는 불안감, 나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뒤척이고 신음하고 자칫 미쳐버릴 뻔한 적도 있습니다. 나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15쪽

처세술이 좋다.... 그건 정말 나로서는 쓴웃음이 나는 말이었습니다. 나한테 처세술이 좋다니! 하지만 나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대충 속이며 사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으면 탈도 나지 않는다'는 영리하고 교활한 처세술을 신봉하는 자들과 똑같은 게 되는 걸까요. 아아, 인간이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아예 완전히 잘못 보았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평생 그걸 깨닫지도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하고 읽고 있는 건 아닐까요-92쪽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라고 생각되는 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됩니다. 흰머리가 엄청 늘어서 사람들은 대게 마흔 넘은 나이로들 봅니다-134쪽

거짓 없는 삶. 그 말부터가 벌써 거짓이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한다. 그것도 거짓이다. 첫째로,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그 마음에 거짓이 있다. 이것도 지저분하고 저것도 지저분하다. 그렇게 사부로는 매일 밤마다 잠 못 들고 괴로워했다. 사부로는 이윽고 한 가지 자세를 찾아 냈다. 무의지 무감동의 바보 같은 자세. 바람처럼 살아가는 것.-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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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품절


작년에 다른 번역자가 옮긴 같은 책을 읽고 두번째로 읽는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책이다. 역시 같은 책을 두번째로 읽으니 처음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처음 읽을 때는 못 보던 곁두리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고, 처음 읽을때 보다 더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그리고 전에 읽었던 책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소설들 5편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데, 조금은 실망스러운 글들도 있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특히 <개 이야기> 는 너무도 유쾌하게 읽은 글이라 권해드리고 싶다.

인간실격. 처음 이 책을 읽을때 과연 이 남자가 인간실격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그런 행동을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두번재 읽을때는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왜 그렇게 살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일까. 라고 말이다. 물론. 그가 가지는 생각들에 나는 역시 공감한다. 하지만 왜.... 왜 좀 더 밝은. 긍정적으로 살수는 없었을까? 라는 안타까운 기분이 들어지는 것이다. 인간 실격. 그는 인간으로서 실격이었을까? 자살했다는 것? 사람을 속였다는 것? 아니면 부모. 형제들에게 그가 했던 행동들? 이 모든 것은 차지하더라도. 그 자신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행동이 문제가 아니였을까 한다.

같이 사는 여자의 딸아이가 그에게 '아버지, 뭐하러 살아?' 라는 물음에 그는 '모르겠네.' 라고 응수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한 남자. 그렇다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남자. 그런 사람에게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을 붙여주었음을. 좀 더 생각을 바꾸고, 노력했더라면, 그렇게 똑똑한 그 사람이 완전 360도 바뀐 생활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몇년 후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그때는 또 다른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으리라.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단편몇편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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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마리오 사비누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2월
절판


요즘 부모를 살해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오르내리는 일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냥 나의 기분이 몹시 상해서 칼부림을 하는 자식들도 있는 세상이다 보니, 이 제목이 그렇게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것도 참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의 제목을 마주했을때 처음 느꼈던 생각은 아버지를 죽인 이 자식이 또 어떤 몹쓸짓을 했구먼. 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책의 다 읽고 나니, 자식의 입장에서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충분히 그렇게 당해도 쌀 아버지였다고. 그러나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이겠지. 아무리 잘못된 행동을 해도 부모는 부모인것이라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책의 시작은 한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으로부터이다. 그리고 그 아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들은 현재 아버지를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를 한 후 병원에서 정신병자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내가 보는 그는 과연 정신병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보기로 왜 그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을까? 그는 어렸을 적에 어머니를 여의고 돈 많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세상에는 오직 자신 혼자라고 느꼈던 그에게 단 한명의 베필이라고 여겼던 첫눈에 반한 여자와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런데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의 아내는 바람이 난 것이다. 아버지의 바람은 평소에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수십번 여자가 바꼈고, 아버지는 남자인 아들이 보기에도 멋있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와 바람이 난 아버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심지어 아내는 아버지의 아이를 밴 것이다. 그 일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 계기였다. 물론 그것이 분명 계기였다. 평소에는 그를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버지를 살해한 그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고, 또 바람난 아내와 아버지의 이야기도 못내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를 정신병자로 몰아간 만큼. 그 일은 그에게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으리라. 하지만 생각보다 몰입하는 책은 아니라서 조금은 실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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