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으면 죽는다. 라는 말은 내 귀에는 그저 불쾌한 위협으로밖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미신은 항상 내게 불안과 공포를 몰고 왔습니다. 나에게,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일을 해서 벌어먹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말만큼 난해하고 애매모호하고 그러면서도 협박의 여운을 강하게 풍기는 말은 없습니다. 내가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아직까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는 뜻이겠지요. 내가 가진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의 행복의 관념이 전혀 맞물리지 않는다는 불안감, 나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뒤척이고 신음하고 자칫 미쳐버릴 뻔한 적도 있습니다. 나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15쪽
처세술이 좋다.... 그건 정말 나로서는 쓴웃음이 나는 말이었습니다. 나한테 처세술이 좋다니! 하지만 나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대충 속이며 사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으면 탈도 나지 않는다'는 영리하고 교활한 처세술을 신봉하는 자들과 똑같은 게 되는 걸까요. 아아, 인간이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아예 완전히 잘못 보았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평생 그걸 깨닫지도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하고 읽고 있는 건 아닐까요-92쪽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라고 생각되는 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됩니다. 흰머리가 엄청 늘어서 사람들은 대게 마흔 넘은 나이로들 봅니다-134쪽
거짓 없는 삶. 그 말부터가 벌써 거짓이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한다. 그것도 거짓이다. 첫째로,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그 마음에 거짓이 있다. 이것도 지저분하고 저것도 지저분하다. 그렇게 사부로는 매일 밤마다 잠 못 들고 괴로워했다. 사부로는 이윽고 한 가지 자세를 찾아 냈다. 무의지 무감동의 바보 같은 자세. 바람처럼 살아가는 것.-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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