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별의식 - “나는 왜 살아야 하나?”에 답하는 한 자살 생존자의 기록
김세연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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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별의식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자살 생존자의 책이다. 일기 형식으로 2011년에 쓰는 2002년의 이야기부터 2005년 일기에서 2020년의 일기들까지 실려있다. 세계 최고의 자살율 국가에서 당연히 나올만도 한 책이라 생각하며 집어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 같았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세연 작가는 그 일이 있었던 17살에 오래동안 멈춰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글들은 실제로 자신의 감정과 트라우마에 대해 써 온 일기였고 그런 글쓰기를 통해 아픔을 견디고 이겨내 온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상실에 대한 이별의식이 필요함을 배웠고 글쓰기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단걸 알게 되었다. 길지 않은 분량의 수많은 일기들이 엮여 있지만 하루하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밀도높은 글이라 한참을 머물게 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했을까란 상상도 하게 된다.  


유가족이란 남은 사람들. 남아 버린 사람들. 남겨졌지만 남겨지지 않은 사람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뒤바뀌고 뒤섞이는 여러 감정들을 품어 내야 하는 사람들. 무너진 삶의 의미를 다시 세워 나가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의심과 재정립을 반복하면서 흔들리는 삶의 근원을 붙들어야 하는 사람들. 떠나간 사람을 제외하고는 계속 변해 가는 시공간 속에 놓여 그저 살아가는 듯 보일 뿐이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치열하고 고단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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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감상 수업 -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유니쓰.루바토 지음, 김은하 감수 / 뜨인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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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감상 수업 


최근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반갑게 집어든 책이다. 단순히 한번 읽을 책이 아닌 옆에 두고 클래식이 듣고 싶을 때 계속 참고하면 좋은 아이템이었고 나같이 오래동안 클래식 입문자에 머물렀던 독자들에게 클래식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려주는 시간을 선사했다. 


책의 구성은 저자가 추천하는 클래식 100곡을 100개의 챕터에 담아 해설해주는 형식이다. 또한 책을 읽으며 바로 감상할 수 있도록 QR코드까지 마련되어 있는 친절한 구성이 돋보였고 작곡가의 일생과 주요 곡에 대한 정보, 각 시기의 음악적 특징과 문화적 배경 등을 소개해준다. 


기존에 알고 있는 클래식곡도 이 책을 읽으면 이저노가 다르게 들렸고 역시나 알면 알수록 더 많은게 들리는게 클래식임을 깨달았다. 또한 기존의 클래식 해설서들과는 다르게 비유와 객관적인 설명을 절묘하게 섞어 감상 방법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였다. 


“악기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화음이 하나씩 쌓이며 셈여림이 조금씩 커져요. 제목과 같이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한 척이 어딘가를 향해 가는 그림이 그려지는 곡이죠. 그러다가 플루트의 짧은 독주 파트를 기점으로 곡의 분위기가 밝고 찬란하게 변하는데요. 행복하고 낭만적인 멘델스존 음악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랍니다.” - 186P


그 외에도 작곡가의 일생과 작곡 시기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연대 그래프, 작곡가와 곡에 대한 의외의 사실이나 흥미로운 소문 등을 알려 주는 ‘TMI’, 곡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악기나 이론을 알려 주는 ‘오늘의 악기/음악 이론’, 작곡가의 다른 작품을 알려 주는 ‘이 작곡가의 다른 작품’ 등이 각 챕터마다 준비되어 있었다. 


책에서 소개되는 곡들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부터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트리치 트라치 폴카, 에릭 사티, 현악 5중주 3악장 미뉴에트, 〈호두까기 인형〉 중 ‘갈대 피리 춤’, 〈아멘의 환영〉 4번 ‘소망의 아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 오보에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다윗시편곡집〉 중 ‘할렐루야 그의 성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라’, 명피아니스트가 되는 60개의 연습곡〉 1~31번 등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곡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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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철도 - 근대화, 수탈, 저항이 깃든 철도 이야기
김지환 지음 / 책과함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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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철도 


다양한 역사책들을 읽은 역사덕후들도 신선하게 느낄만한 철도에 관한 역사책이다. 특히 우리 근대사에서의 철도의 의미와 역할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디서도 읽어보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일제강점기의 철도는 우리에게 근대화의 견인차이기도 했지만 수탈의 수단이기도 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철도를 우리의 일제에 대한 저항과도 연관시켜 안양역에서 달리는 기차에 돌팔매질해 이토 히로부미의 얼굴에 상처를 냈던 원태우,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했던 안중근, 서울역에서 조선총독 사이토에게 폭탄 테러를 했던 강우규 등의 의거도 언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안중근의 역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강우규와 원태우는 처음 알게 되었다는 점이 부끄럽기도 했다. 


책의 구성은 전반부에서 철도의 양면성, 근대화와 수탈이라는 주제로 한반도에서 불붙은 철도 궤간 전쟁, 대륙 침략의 발판, 한국 철도, 철도, 러일전쟁의 승패를 가르다, 관부연락선과 국제철도 네트워크 등을 다루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철도에 깃든 저항과 삶이라는 주제로 이토 히로부미에게 돌을 던진 안양역 의거,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서울의 랜드마크 경성역과 시계탑, 시민의 발이 된 전차의 추억, 철도 투신에 이른 고단한 삶 등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역사책이기도 하지만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기도 했고 영상화가 된다면 웰메이드 다큐멘터리가 될 것 같기도 했다. 한국인 최초로 기차를 타본 인물은 1876년 일본에 수신사로 파견된 김기수였는데 그는 요코하마에서 도쿄 신바시에 이르는 기차를 타고 나서 이렇게 탄식했다. “사람들이 면면이 서로 보고 인사를 하자마자 기차는 불을 뿜고 회오리바람처럼 가 버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보이지 않게 되니, 그저 머리만 긁적거리며 서운하게 놀랄 뿐이다. 담배 한 대를 피울 사이에 벌써 신바시에 도착하니, 곧 90리 길을 온 것이다.” ‘근대’라는 압도적 힘이 잘 포착된 대목이다. 그는 기차를 통해 획기적으로 달라진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개인적으로는 러일전쟁의 승패를 철도와 연관해서 해석해보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당시는군대의 이동과 군수품 보급, 물류를 위한 철도 등 교통운수가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는 동아시아에서의 세력 확장에 힘을 쏟기로 결정한 후, 군대 이동과 물류 수송을 위해 철도 부설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차르는 중동철도가 완공되고 나면 10~20년 안에 만주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러시아 재무상 비테도 철도야말로 중국을 평화적으로 정복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안중근의 의거가 일어난 하얼빈 역에 대한 대목도 기존에 얕게 알고 있었던 사건에 티테일과 역사적 의미를 추가해주었다. 여객과 물자를 운송해주는 철도는 제국주의 열강이 약소국을 수탈하는 유력한 통로였다. 일본도 한반도 침략을 본격화하려고 철도 부설에 착수했다. 기차역은 식민지 지배의 거점이자 수탈의 창구였다. 이 때문에 수많은 기차역이 의병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거나 소실되었다. 러시아 중동철도의 거점 역인 하얼빈 역이나 일본 남만주철도의 장춘 역은 바로 러시아와 일본이 만주 지역, 나아가 동아시아를 침략하고 수탈하기 위한 근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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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파하는 힘
윤석금 지음, 전미영 대담 / 리더스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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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파하는 힘 


백과사전 세일즈맨의 성공신화로 유명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대담집이다. 시중에 흔하게 나오는 회고록이나 자서전과 달리 이 책으 윤석금 회장이 자신의 성공 경험과 인생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는 인생 경영 멘토링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윤회장은 직원 7명이 전부인 작은 출판사로 시작해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코리아나화장품 등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 ‘렌털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혁신으로 대한민국 기업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책속에는 “현재도 미래도 불안한 MZ세대에게 무엇이 필요할까요?”, “요즘 직장인들에게 3년, 5년마다 찾아오는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워킹맘들은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해야 할까요?” 등 3040 직장인들의 막막한 고민에 대한 도움되는 조언들이 담겨 있었고 성과를 내며 일하는 법, 인생을 현명하게 경영하는 법 등의 생생한 조언도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성장, 인간관계, 리더십, 창업, 조직, 인생 등의 키워드를 6개의 파트에 배정해서 대담 형식으로 꾸몄다. 개인적으로는 취업, 사랑, 결혼, 출산과 육아 등 끝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현명한 결정을 통해 인생을 가꾸는 법에 대해 조언하는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는데 나만의 전문성으로 승부하고 긍정도 습관이라는 조언과 내 사람을 선택하는 안목, 인생을 현명하게 경영하는 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중 긍정의 힘을 강조하며 조언하는 대목을 발췌해보자면


20대든 30대든 바로 지금부터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해요. 습관을 바꾸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니 평생에 걸쳐서 바꿔야 합니다. 우선 1년 정도 노력해서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요즘도 나는 나쁜 일들이 생기면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정적인 일이 생길 수 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지요. 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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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미식가
박진배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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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미식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공간들에서 그들이 품고 있는 콘텐츠를 발견해서 미식가처럼 음미할 수 있는 감각들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책 제목도 공간미식가이다. 



그렇다고 미술서적이나 건축서적 같은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었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같은 느낌의 글들이 엮여있다. 이 책을 통해 여러 공간들에 담긴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었고 일상에서 주변 공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하는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다섯가지 코드로 분류된 길지 않은 여러 주제의 챕터들이 엮여 있는 형식인데 Wit, Reversal, Connection, Experience, Communication 이라는 키워드로 재기발랄함이 살린 공간의 숨은 매력과 반전이 남긴 강렬한 이미지, 오늘의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기억, 오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순간의 아름다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도심의 계단부터 신호등, 엘리베이터의 의자, 그림 간판, 랜디스 도넛, 경계가 허물어진 미술관, 스타벅스, 원형극장,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들이 소개되고 유쾌함이 상상을 넘어설 때, 아날로그의 메시지, 셰이커의 디자인 철학, ‘불멍’의 시간, 랜드마크의 존재 이유, 쇼윈도의 실험정신, 발코니의 존재 이유, 편지함이 다르게 생긴 이유, 아웃도어의 포근한 공간 등의 공간에 대한 신문이나 잡지의 매끈한 칼럼이 연상되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여러 대목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던 문장들이 보석처럼 박혀있었는데 공간에 대한 문학적 감수성도 느껴졌고 저자의 인문학적 성찰도 엿볼 수 있었다. 

 

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시(詩)다. 그리고 공간 속에 담긴 장소와 사물들은 그 시의 소재다. 이 책이 독자들의 시선을 인도하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이 바쁘게 걸어가는 도심의 길에서 잠시 멈추어 가는 장면에는 여유가 존재한다. 다양한 디자인을 가진 푸드 트럭처럼, 이제 슈샤인 공간도 신사의 문화를 포용하는 창의적인 형태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묘지를 마을처럼 꾸미는 이유는 간단하다. 떠난 자에게도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살던 마을, 거닐던 광장, 나무 아래 벤치와 같은 기억을 재현한 것이다.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를 비롯한 많은 이가 대관람차에 관한 문구를 남겼다. “맛없는 감자튀김이 없듯이, 재미없는 대관람차는 없다”도 그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 드리는 풍습이 있었다. 북유럽 사람들은 첫 월급을 타면 의자를 산다. 자신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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