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미식가
박진배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간미식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공간들에서 그들이 품고 있는 콘텐츠를 발견해서 미식가처럼 음미할 수 있는 감각들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책 제목도 공간미식가이다. 



그렇다고 미술서적이나 건축서적 같은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었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같은 느낌의 글들이 엮여있다. 이 책을 통해 여러 공간들에 담긴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었고 일상에서 주변 공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하는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다섯가지 코드로 분류된 길지 않은 여러 주제의 챕터들이 엮여 있는 형식인데 Wit, Reversal, Connection, Experience, Communication 이라는 키워드로 재기발랄함이 살린 공간의 숨은 매력과 반전이 남긴 강렬한 이미지, 오늘의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기억, 오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순간의 아름다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도심의 계단부터 신호등, 엘리베이터의 의자, 그림 간판, 랜디스 도넛, 경계가 허물어진 미술관, 스타벅스, 원형극장,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들이 소개되고 유쾌함이 상상을 넘어설 때, 아날로그의 메시지, 셰이커의 디자인 철학, ‘불멍’의 시간, 랜드마크의 존재 이유, 쇼윈도의 실험정신, 발코니의 존재 이유, 편지함이 다르게 생긴 이유, 아웃도어의 포근한 공간 등의 공간에 대한 신문이나 잡지의 매끈한 칼럼이 연상되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여러 대목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던 문장들이 보석처럼 박혀있었는데 공간에 대한 문학적 감수성도 느껴졌고 저자의 인문학적 성찰도 엿볼 수 있었다. 

 

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시(詩)다. 그리고 공간 속에 담긴 장소와 사물들은 그 시의 소재다. 이 책이 독자들의 시선을 인도하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이 바쁘게 걸어가는 도심의 길에서 잠시 멈추어 가는 장면에는 여유가 존재한다. 다양한 디자인을 가진 푸드 트럭처럼, 이제 슈샤인 공간도 신사의 문화를 포용하는 창의적인 형태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묘지를 마을처럼 꾸미는 이유는 간단하다. 떠난 자에게도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살던 마을, 거닐던 광장, 나무 아래 벤치와 같은 기억을 재현한 것이다.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를 비롯한 많은 이가 대관람차에 관한 문구를 남겼다. “맛없는 감자튀김이 없듯이, 재미없는 대관람차는 없다”도 그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 드리는 풍습이 있었다. 북유럽 사람들은 첫 월급을 타면 의자를 산다. 자신을 위해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