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오늘 만난 고양이, 어디서 왔을까?
바다루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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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역사책 속에서 처음으로 만난 동물이, 내게는 쾨길이 코길이라 불리는 코끼리였다. 대장경을 어떻게든 한 번 얻어보려 일본이, 불교에서 영험하고 귀히 여기는 쾨길이를 선물한 것이다. 이 쾨길이가 임금앞에서 약간의 난동을 부렸고, 불타는 임금에 대한 사랑을 참을 수 없었던 이우란 선비가 쾨길이를 작대기로 찌르며 야단을 치다 밟혀 죽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쾨길이는 거덜이(동물을 관리하는 사복시의 하급관리 정도)와 함께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동물은 잔나비 , 잿빛이 돈다하며 잔나비라고 한다는데, 추위에 떠는 잔나비를 보고 숙종이 옷과 집을 하사하려 하자, 신하들이 백성들도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는데 잔나비 따위에 은혜를 베풀 순 없다며 반대를 해서 결국 무산되었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의 그 추운 겨울밤과 낮을 잔나비는 어떻게 보냈을까. 그러고 보면 임난 때 명나라에서 원숭이부대를 보낸 적이 있다.

선비들은 동물들 또한 성리학적 관점에서 보았다. 개는 개답게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잔나비는 잔나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검소를 강조해 말보다는 나귀를 선호했다. 실용적인 면에서도 비용면에서도 나귀가 선비에게 어울린다는 것, 실제 나귀를 타는 선비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선비는 오로지 유학만을 공부하고 다른 것에 한눈에 팔면 안된다지만, 그 와중에도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폭넓은 취미생활을 하던 이들이 있었다.

이서구는 녹앵무를 키웠다. 영 말을 배우지 못해 속상한 마음에 펑펑 울었더니, 그 녹앵무가 말을 했다고 한다. 그 기쁨에 쓴 책이 <녹앵무경> 그 책의 서문을 무려 박지원이 써 줬다고 한다. 그 외에도 유득공이 비둘기에 대해 쓴 <발합경> 담배에 대한 <연경> 등의 책이 전한다. 물론 정조는 그런 행태를 싫어했고, 고양이의 사냥 습성 또한 아무리 본성이라도 잔인해 보인다며 꺼려했다.

정조가 싫어했던 이들, 일명 오타쿠.

완물상지 혹은 벽치라고 불렸다.

이덕무는 자신을 책만 읽는 바보라 하여 스스로를 간서치로 불렀다.

(북플엔 간서치님들이 넘칠 듯 )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 중에서 고양이를 다뤘다. 유럽처럼 집단학살이나 괴롭힘을 당하진 않았지만. 시대에 따라 혹은 개체 수에 따라 태도의 차이는 있었다.

원시고양이는 환경에 따라 사자 등 큰 동물로, 또 한 쪽에선 상대적으로 작은 삵 등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 중 한 무리가 고양이가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와 삵의 이종교배로 뱅갈고양이가 생겼다고 한다.) 농경생활에서 중요한 고양이는, 장건의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들어와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추측한다.

고양이는 괴니, 고이니, , 괴와 양이(울음소리 야옹)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괴양이 고양이에서 고양이로 정착했다고 한다.

고양이를 친구로 본 이색, 양녕대군의 내놓으란 협박에도 자신의 금빛 고양이를 지킨 신효창, 고양이가 들어가는 17편의 시를 쓴 서거정등을 소개한다.

애묘가로 알려진 유명한 숙명공주, 고양이 그림을 잘 그린 심사정의 큰할머니이기도 하다.

금덕이와 금손이를 아낀 숙종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특히 숙명공주는 청나라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 효종이 소설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삼국지통속연의>를 번역해 주기도 했다.

임난 시 도와주러 왔던 명나라 장수 이승훈은 자신의 고양이를 찾아달라며 선조에게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찾았길 바란다.

고양이 묘가 고령노인을 의미하는 모와 발음이 비슷해 만수무강을 비는 의미로 많이 그려졌고, 특히 고양이 그림에 뛰어났던 변상벽은 변고양이로 불리기도 했다.

 (고양이 둘은 부부를, 6마리의 참새는 자식들을 )의미한다. 참새는 과거급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

 

특이한건 길거리 고양이를 거둬 먹이던 묘마마 이야기다. 지금의 캣맘이 예전 조선의 어느 거리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농경사회에서 쥐를 잡기위한 도구로 쓰이던 고양이가, 위안이자 친구가 되기도 했지만, 전쟁이나 기근 등에선 억울한 누명을 쓰며 고통 받기도 했다.

콜레라의 증상 중 하나가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해서, 콜레라 예방을 위해 고양이 부적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으며, 어깨 등의 통증에 좋다며 고양이 가죽을 파스처럼 붙이기도 했다. 관절을 위해 먹기도 했으며, 다양한 약재로도 활용되었다.

(고양이 부적)

(쥐약광고)

지금은 먹을 이유도 근거도 없지만, 아주 어린 시절 동네 어귀 고양이소주니 개소주니 하던 광고판을 봤던 기억이 난다.

유기되는 고양이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세라고 한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아주 짧다고 한다. 인간에 의해 길들여져,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자신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햇볕을 쬐는 고양이를 보면 예전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 가리지 말라고 했다는 디오게네스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잠시의 망중한일뿐, 고양이는 또 힘들고 고된 길에서의 삶을 살아야겠지.

 

(이 책보단 <재미있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오디세이>가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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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9 18: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고양이보다는 멍멍이가 좋던데 ㅋ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가 예전부터 사랑받았군요~! 중간에 고난이 있긴 했지만🤔

mini74 2021-07-29 18:17   좋아요 4 | URL
저도 강아지. 우리집 강아지가 제일 좋아요. 그래도 고양이도 예뻐요 ㅎㅎ 그래서 고양이는 랜선집사 중입니다 ㅎㅎ

scott 2021-07-29 2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광고
쥐과자 먹으면 皇천 ㅋㅋㅋ

고양이는 사랑이지만
실은 남의 집 고냥이 (̵̵́╹ᴥ╹)̵̵̀ 랜선으로 구경 하는걸 더 좋아 합니다 ㅎㅎ

저도 강아지는 가족임 (ᵔᴥᵔ)

mini74 2021-07-29 20:40   좋아요 4 | URL
ㅎㅎㅎ 고양이탈 쓰고 화살 쏘는 아저씨도 넘 진지해서 웃겼어요. 우리민족은 역시 활의 민족 ㅎㅎ 울 강아지 에어컨 바람 나오는 곳에서 눈 조금 뜨고 주무시는 중입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7-29 2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부적 갖고 싶어요~ 고양이 고기가 신경통에 좋다는 게 예전부터 있던 속설이었군용~
근데 우리 어른들은 왜 그리 고양이를 안 좋아하셨을까요?🤔
전 고양이도 강아지도 다 예뻐용~🙆

바람돌이 2021-07-29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지만 엄마가 너무나도 반대해서 고양이를 못기르는 우리집 불쌍한 둘째가 좋아할 책이군요. ^^ 아 저는 개나 고양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걔들 뒤치닥거리 하면서 기르고 싶어하지 않는쪽이라고 할까요?
고양이 그림 중에서 김홍도의 <황묘농접도>-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골리다라는 뜻?
하여튼 이 그림 너무 좋아합니다. 인터넷 사진으로는 절대 안나오는 정말 다정한 색감과 필치가 너무 아름다워서요.

mini74 2021-07-30 13:0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그림 좋아해요. 노란 고양이가 어찌나 귀여운지. 고양이는 봄이로소이다에 가장 어울리는 고양이? ㅎㅎ 그 옆 패랭이꽃? 도 예쁘고요. 바람돌이님은 충분히 많이 키우고계시잖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