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할만하다. 돌아올 곳도 돌아올 날도 있으니.
그렇지만 낯선 곳에서 삶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까

나무들도 서로 무리를 이루며 돕고 산다고 한다. 뿌리를 맞대고 혹여 제대로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나무에게 도움을 준다. 작은 나무조차도 옮기려하면 그 엄청나게 길게 뻗은 뿌리들에 놀라게 된다. 그만큼 살기위해 멀리 깊이 그 척박한 땅을 뚫는 고행을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수많은 나무들과 연대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무는 옮기면 자라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너무 넓고 깊게 뻗은 뿌리와 잔뿌리들을 다치지 않게 하긴 힘들다. 다치지 않게 옮긴다고 해도 거긴 나무의 그 곳이 아니다. 낯선 곳, 낯선 땅. 낯선 흙냄새와 새로 알아가야 하는 흙성분, 뿌리를 뻗어주지 않는 이웃의 나무들, 낯선 냄새와 두려움은 줄기끝을 타게 하고 잎들을 옹그리게 한다.
여기 단편들은 주인공이 모두 다르지만, 어찌보면 모두 같다.
옮겨진 나무들의 메마른 뿌리를 닮은 이야기들, 그 척박함 속에 용케 만들어 낸 열매들, 그리고 자신의 열매임에도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고 낯설어하는 열매와 나무들.
황량하고 철 지난 바닷가, 줄이 쳐진 해변가와 야외의자들은 줄에 묶여 더 이상 여행객을 맞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외로움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인도인들의 특성이 예전 우리 부모님세대의 이민모습과 겹치기도 한다.
( 고 양이는 없어요 남편뿐이에요. 이 문장이 왜 그리 웃기던지. 그러면서 주인공의 외로움이 절절해서 그 울음이 느껴져서 슬펐던 단편 ) 그렇지만 결국 이 소설에서 내가 느낀 것 공감 따스함,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이다. 우리 또한 지구라는 낯선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이기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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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14 22: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미니님 유머 코드가 넘 좋음 센스 넘치는 발췌 문장! 생선 머리는 남편 몫! ^ㅅ^

미미 2021-05-14 2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머리만 남편줌ㅋㅋ몸통은 센부인 몫?😆😳

mini74 2021-05-14 22:57   좋아요 4 | URL
어두육미,찐사랑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1-05-14 2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요새 1일 1책 하시는거 같아요. 엄청난 독서능력~~! <저지대> 읽고 있는데, 끝나면 이책 읽어야 겠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1-05-15 19: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줌파라히리네요.
여러 서재에서 보니까 요즘 알라딘의 트렌드인가 합니다.
mini74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더웠는데, 비가 오면서 더운 날씨도 이전으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