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혼란 -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서정일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살의 롤란트를 보면서 내가 그 나이때 어땠는지 기억해 내려 애썼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격정적인 일도 섬세했던 내면도, 혹은 단호한 결심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냥 팔랑거리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했던 때, 그리고 가장 많은 상념들로 쌓였지만, 결국 뭐 하나 정하는 것없이 하릴없이 일기장만 수북히 쌓였던 시절이란 것.



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말하면서, 어떤 면의 사랑은 희화화되고 전염병처럼 취급되던 때가 있었다. 뭐라 이야기해도 지금 또한 차라리 대나무밭에서 고함을 질러댈지언정 가슴에 돌처럼 묻어두는 이들도 많겠지.

다행이다, 롤란트가 그 힘든 고백을 비웃지도, 그 힘들었을 감정을 가볍게 취급하지 않아서.



롤란트가 느끼는 감정들이 하나 하나 그림처럼 그려지다 못해, 내가 마치 느끼듯 4D영화관 속에 앉아 있는 듯했다. 숨 막힐 듯한 감정과 좌절, 그리고 때때로 느끼는 기쁨과 어쩔 줄 몰라하는 미숙하지만 그래서 더 순수해 보이는 롤란트의 감정들이 그 어찌할 바를 몰랐던 그 시절로 나를 되돌리는 듯했다.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겠다. 롤란트가 그랬듯 다시 한번 책, 다시 셰익스피어. 그리고 그.

둥글게 몸을 말아 그림자마저 처절하게 울던 그는 투명한 방에 갇혀, 모두가 아는 그 비밀을 모멸속에서 감춰야 한다. 그의 헤아릴 수 없는 그 슬픔이 글자 하나 하나에 넘치듯 하다.

읽고 나니 진이 다 빠지는 듯 하다. 평면의 글들이 이렇게 아프고 힘들게 다가오다니.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4-13 14: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미니님도 읽으셨군요~♡ 저도 다 읽고 몸과 마음이 지쳤던ㅋㅋㅋㅋ그리고 저도 <햄릿>있는데 결국 다른 버젼으로 하나 더 주문함요!!

mini74 2021-04-13 14:58   좋아요 4 | URL
저는 난생 처음 도전하는 셰익스피어란 책을 샀지요 이 책 읽고 나니 셰익스피어가 너무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그저 역사책을 쓰시는 분으로만 알았는데 미미님덕분에 소설도 읽게 돼서 정말 좋아요 *^^*

새파랑 2021-04-13 15: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롤란트의 감정에 완전 공감되더라는 ㅋ 혼란 가득 ㅎㅎ 마지막 결말도 너무 좋더라구요^^

scott 2021-04-13 15: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4D영화관!! 이런 리뷰 읽을때 마다 더더욱 초조해집니다 ㅎㅎ 츠바이크옹의 필력 역쉬셰익스피어에 깊은 영향을 받았었군요

바람돌이 2021-04-14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세익스피어를 정녕코 읽어야 하는걸까요? 햄릿 읽다가 실패, 멕베드 읽다가 실패.... ㅠ.ㅠ 근데 츠바이크는 진짜 이 책에서 세익스피어를 정말 멋지게 표현했어요. 제가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도 세익스피어는 신성의 위치에 있더라구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