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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여왕 -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
최일옥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난 살림을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살림에 관심은 많은 편이다.
철마다 커텐을 바꾸어 달고..침구를 갈고..
별로 넓지 않은 베란다에 나만의 작은 정원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포인트 벽지라는 것도 해보고..
집이 예뻐지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정작..주방..주방에서의 내 마음가짐은 어떠했을까?
부엌이 나만의 공간인 만큼.. 제목에서처럼...
나도 부엌에서는 나 스스로가 여왕이 도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이 책의 저자는 처음부터 부엌을 사랑하던 사람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병든 몸과 창고에 팔리지 않는 책들을 가득 남긴 채 부엌으로 돌아 왔다고 말한다.
그녀의 처음 고백은 나를 뜨끔 거리게 만들었다.
집안일이나 육아의 의무에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림을 하는 내내 내가 할 일은 이게 아닌데..
라는 그녀의 옛 기억은..나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 일을 하는 그 시간들을 더 높은 곳으로 날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라고
믿고 싶었다던 그녀의 이야기는 나 뿐만이 아니라..
직업을 가졌던 주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공감 할 만한 이야기였다.
부엌의 여왕이라고 해서... 나는 저자가 살림을 잘하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줄 알았더니..
사실...그러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 보다는..
부엌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오히려..나는 그러한 점이 더 가슴 속 깊이 와 닿았다.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을 해야 하는 나의 마음 가짐을 다시 한번 되짚어 주었다
조용하고 호젓한 전원 주택에 살면서... 푸른 5월이 시작 되면 주위의 지인들을 초대해..
와인과 함께 고기를 주 메뉴로.. 김장 김치와 밭에서 기른 여러가지 쌈 채소들을 곁들여 내고..
그러한 초대의 기쁨을 위해 저자는 미리부터 겨우내 김장 김치를 잔뜩 담그고..
세계에서 최고로 좋다는 바베큐 그릴을 거액을 주고 구입하기도 한다.
산나물이 나오는 봄이면...저자의 남편은 강원도로 이런 저런 나물들을 일부러 사러 간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을 손질하여 보관한다.
저자의 음식 재료에 대한 준비 하나 하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녀만큼만.. 음식 재료를 미리 미리 준비하고 냉장고에 보관하고 채워두면..
음식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든든 할 것만 같았다.
주말이면 찾아 오는 자녀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분주한 저자의 모습은 나에게도 행복함을 주었다.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을 좋아해주는 아이들...그리고..그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엄마..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풍경 같은데도..이 책에서는 달리 보였다.그녀의 마음가짐 때문이리라..
사실,난 살림 살이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다.
그릇 세트도 결혼할 때 장만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모든 부엌 살림이 다 그렇다.
어쨌던...먹는 음식을 담는 그릇이니깐..뭐 종류가 다양하고 예쁘면 좋겠지만...
난 그게 하나의 사치이며 낭비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그녀의 책 속에서 느껴진 그릇의 느낌은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비싼 그릇을 선호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예쁜 그릇..
음식을 담아 놓으면 맛깔스럽게 보이는 그릇들.. 철 따라 다르게 세팅하는 그릇들..
그것이었다.슬며시..내 찬장 속에 몇개 되지 않는 그릇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나도 그릇을 사 볼까? 하는 욕심이 불쑥 솟아 올랐다.
그릇,컵,주방에서 쓰는 도구들..칼,가위.. 그녀는 그런것들로 인해 음식을 하는 기쁨을 누리고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아..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음식을 하다가 칼이 잘 안 들면 막 짜증이 나는데..칼이 잘 들면...음식이 저절로 되는 것 같다.
그녀는 그러한 느낌을 말해주고 싶은 것이었을까?
이 책 한권을 다 읽고 나서 그녀가 왜 부엌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맞벌이로..그리고 인스턴트와된 우리 식탁...외식이 너무나 일상화 되어버린
우리의 식생활...그리고...옛날 어머니들이 음식을 만들던 그 마음가짐을 잃어가고 있는 주부들..
나를 포함한 그 많은 그녀들에게.. 저자는 진정한 부엌의 행복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었던 저녁... 그 날 나는 남편과 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요리를 했다.
나만의 공간에서 오로지 내가 여왕이 되어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음식이 그렇게 맛있게 될 수가 없없다.
남편도 아이도.. 맛잇게 먹어줬다... 아..이런게 그녀가 말한 행복인가 보다..
다른 많은 이들도 부엌에서 여왕이 되어 나와 같은 행복을 느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