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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작은 학교 365일간의 기록 -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등교!
이길로 지음 / 글담출판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내 기억 속 저편에 행복한 초등학교의 추억이 있다.
군인인 아빠를 따라 이리 저리 이사를 참 많이 다녔던 나에게..
전학은 몸서리 칠 정도로 싫은 일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 친구들..새 선생님과 다시 친해져야 한다는 건 어린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성격이 내성적인 나에게 전학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이사 소식만 들었다 하면..
몇 일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 정도로 괴로운 일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나는 나의 추억이 깃든 학교로 전학을 갔다.
한 학년에 반이 두개씩 밖에 없없다. 전체 학급이 12개 학급이었다.
시골에 있는 정말 작은 학교..분교는 아니었지만 대도시에서 살던 나에게 그 학교는 작은 학교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두려움으로 처음 학교에 나섰던 날..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다.
남자 아이들은 도시에서 전학 온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고..
마음이 상한 나는 책가방을 메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엄마는 그런 나의 맘을 이해 하셨는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나를 데리고 슈퍼로 가셨다. 엄마는 거기서 초코파이 3상자와 요구르트를 사셨다.
그리고 문구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 지우개 30개를 사셨다.
엄마는 나를 앞세워 학교로 가셨다. 수업 시간이었다.
엄마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에게 나와 잘 지내 달라는 말과 함께 교실문을 유유히 빠져 나가셨다.
엄마 덕분에 나는 기세 등등해졌다. 그 날 이후로 아이들은 나를 괴롭히는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즐거운 추억만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너무나 순박하고 착했다.
처음 전학 온 날 나에게 아이들이 그렇게 짖궂게 했던 건 나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예민해져 있던 나는 그걸 받아 들이지 못했던 것이었다.
학교의 선생님들은 내가 학교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대해 배려해 주셨다.
시골 학교에서의 생활은 매일 매일이 흥미로웠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학교 바로 앞에 있던 논두렁에서 삘기라는 풀을 뽑아 하얗게 생긴 이상한 것을 먹었는데..
약간은 달콤한 게 뽑는 재미도 씹는 재미도 좋았다.
학교 근처의 야산에 올라가서 뽕나무 열매를 따 먹기도 했고,산딸기를 따 먹기도 했다.
고구마를 다 캐어버린 허허 벌판에서 아직 채 캐내지 못한 고구마를 캐서 구워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번은 학교에서 학교 앞에 있는 논에 모 심기 실습도 했는데..
거머리 때문에 식겁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전학을 가기 전까지 난 그렇게 그 아이들과 행복한 학교 생활을 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난 그 학교의 친구들과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경쟁과 성적이 우선 순위가 되어버린 현 교육 현장과 동떨어져 보이는 행복한 작은 학교가 있었다.
그 아이들은 마치 다른 나라에 사는 아이들처럼.. 정말로 행복한 학교의 행복한 아이들이었다.
진짜 학교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 아이들의 모습이 정상인데..지금의 학교 모습은 어떠한가..
자꾸만 비교가 되어졌다.
학교가 얼마나 좋으면 졸업하기가 싫다고 할까..
요즘은 졸업식장에서 아이들이나 선생님..학부모가 우는 풍경이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이 학교는 달랐다. 따스함과 감동과 아쉬움 고마움으로 인한 눈물이 있었다.
사람이 중심이 된 학교..그것이 그 학교의 이념이었다.
참교육을 꿈 꾼 선생님들 7분이 모여..폐교가 될 뻔한 학교를 그렇게 행복한 학교로 살리셨다.
이 책 한권에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녹아 있고..선생님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
처음..내가 교사가 된 순간을 기억한다.
어찌나 가슴 설레이고 벅차던지..아이들을 위해 모든 걸 하리라 다짐했고,아이들이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때로는 아이들로 인해 힘들 때도 있었지만..아이들을 향한 내 사랑은 커져만 갔다.
그것이 교사의 마음이었다. 행복한 학교의 선생님들이 그랬다.
항상 아이들로 향한 열정과 사랑이 늘 가득했다.
오랜 교사 생활을 하면 그 열정이 식기 마련이다.그런데..늘 한결 같았다.
아이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체크하여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며 행복해 하고..
아이들을 위한 작은 공연을 열어 축하 해주고.. 아이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고 있었다.
어느날,학교에서 시작 된 회장 선거.. 도장이 두 번 찍힌 한 장의 푸표 용지 때문에 선생님들은 신중 또 신중을 기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학교..어느 선생님이 그런 하찮은 것에 신경을 쓸까.. 그러나 그 선생님들에게 그 투표 용지는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는 그 마음은..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 해마다 열리는 여름계절학교와 가을계절학교...
그리고 마을의 어름들과 학부모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남부 대동제..
이 학교의 모든 행사에는 선생님들의 마음과 정성이 담아 있었고,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있었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이 있었다.
학교에서 9년 동안 일하시던 주사님께서 그만 두시게 되었을 때 학교에서는 퇴임식을 준비했고..
아이들은 그동안 많은 일을 하신 주사님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과 함께 주사님을 보내드렸다.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함이 아이들의 눈망울에 가득 차 있었다.
서로 경쟁 상대가 되어야 하는 친구를 정말 친구라고 생각할 수 없는 요즘의 교육 현실..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친구와의 우정을 배우고..자연을 배우고..사람됨을 배우고..사람의 정을 느끼고..
진정한 교육의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꼴찌가 되어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아이들.. 강요가 아닌 지식을 찾아 떠나는 즐거운 수업을 하는 아이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이 아닐까?
입시지옥이라는 말들이 생겨나고..
조기 영어 교육이 성행하고... 유학을 가고.. 아이들이 좋은 학교로 들어가기 위해 특기교육을 배우고..과외를 하고..
요즘 초등학생들은..너무나 바쁘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기본으로 다니는 학원이 2~3개는 된다고 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하고.. 학교에서는 왕따가 생겨나고..
학교 공부보다 학원 공부를 중시하고..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을 존경하고..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 상태로 우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심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
가슴이 답답해진다..그러나..나는 오늘 이 한권의 책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을 본다.
사람 중심의 교육을 원하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늘어날 때 행복한 학교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행복해질것이다.. 내 아이도 그런 행복한 학교에 다니게 될 날을 꿈 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