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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이동 -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레이첼 보츠먼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3월
평점 :
신뢰의 사전적 정의 는 이렇다.
‘믿고 의지함’
인간의 사회란 실로 모든 것이 ‘신뢰’를 통해 작동한다고 말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불특정 다수와의 거래를 함에 있어서는 처음 보는 사람을 신뢰하여야 거래가 이루어 질 수 있고, 자동차를 운전할 조차 신뢰가 필요하다.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 자동차가 왼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신뢰하여야만 운전을 할 수 있다.
신뢰를 얼마나 중요시 되는 지 은행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현행 금융업자들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중지불과 같은 거래내역의 위변조 가능성이 생긴다면 은행의 신뢰는 무너지고 은행은 유지될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A은행에서 B은행으로 계좌이체를 한다고 가정하면, 그 이체내역은 두 은행의 서버에만 저장되고 다른 사람은 거래내역을 볼수 없다.
그 결과 두 은행중 한은행이 거래데이터를 위조하려고 마음을 먹다면 사실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게 된다.
그래서 은행은 거래데이터의 진실성을 보장하기위해 은행들 간 송금데이터를 모두 모아 관리하는 인증회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증회사는 은행들 간의 거래데이터를 모두 자사 서버에 저장해 두고 거래 데이터에 위변조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이에 더하여 어떤 은행이 인증회사와 서로 짜고 데이터를 위변조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인증회사에 저장된 데이터가 진실하다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인증회사를 인증해주는 회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해외송금의 경우 역시 은행 간 송금거래 데이터를 인증해주는 글로벌인증회사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은행 간 거래에는 신뢰확보를 위해 몇 단계의 인증회사를 거쳐야 하는데 그때마다 인증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송금수수료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지불하는 송금수수료는 바로 신뢰에 대한 비용인 것이다.
신뢰의 비용으로 지불하는 은행송금수수료는 다른 분야에서 치르는 신뢰비용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에 속한다.
우리가 전문직으로 선호하는 직업은 대부분 신뢰를 보장해주고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직업이다. 우리는 낯선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사람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변호사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유언의 진실성을 보증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공증을 받는다.
부동산계약역시 큰 금액이 오고가는 것이므로 계약자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신뢰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그래서 부동산 중개인에게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부동산 중개를 맡긴다.
이처럼 이 사회는 신뢰라는 윤활유를 통해 돌아가고, 우리가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치르는 비용은 엄청나다.
그런데 이제 신뢰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신뢰측면에서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지역적 신뢰의 시대로 , 모두가 서로를 아는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서 살던 시대이다. 두 번째는 제도적 신뢰의 시대로, 신뢰가 계약과 법정과 상표형태로 작동하는 중개인 신뢰의 시대이다. 즉, 지도자와 전문가, 브랜드로 견고해지고 법원과 규제기관과 기업같은 기관과 중개인을 통해 신뢰 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는 소규모 지역 공동체 안의 교환을 벗어나 조직화된 산업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가 구축된 시대이다. 세 번째는 분산적신뢰의 시대로 우리는 아직 그 초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21P+394P
분산적 신뢰란 개인들 사이에 수평으로 오고가고 네트워크 플랫폼과 시스템을 통해 가능한 신뢰를 의미한다. 392P
이전 단계에서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중개하는 제3자 또는 기관이나 제도가 필요 했지만 분산적 신뢰시대는 참여하는 개인들 모두가 데이터의 신뢰성확보에 기여하므로 신뢰를 보증해주던 중개인들은 필요치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뢰혁명인 것이다.
신뢰혁명이란 제도적, 중개인신뢰의 시대에서 분산적 신뢰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분산적신뢰는 기술을 통해 실현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바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이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하여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른다.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 하기위해 중앙서버가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기술이 처음 사용된 것은 암호화 화페인 비트코인다.
비트코인은 사토시라는 메일링 리스트에 하나의 논문을 공개하면서 시작된다.
<비트코인 : 개인간 전자화폐시스템>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 기존 화페의 본질적인 문제는 화폐가 통용되는데 필요한 신뢰에 있다. 중앙은행이 화폐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하는 데 사실 신용화페의 역사는 신뢰를 깨트린 사건으로 점철되어 있다. ”
이논문의 주요 목적은 기존 화폐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 대안은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화폐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324p
이전에 등장한 모든 화폐(암호화 화폐포함)는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중앙서버를 사용하도록 설계 되었으나, 사토시의 논문에서 P2P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기술을 제시함으로써, 중앙서버가 없어도 이중지불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논문을 읽은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참여하여 비트코인 어플리션이 오픈소스로 공개된다.
여기서 사용한 P2P를 기반으로 하는, 금전거래를 신뢰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사용된 기술이 바로 신뢰에 혁명을 가져올 ‘블록체인’인 것이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징을 보면 이러하다.
어떤 사용자가 비트코인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가 하게 되면 그사용자의 컴퓨터에는 자동으로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카피되어 저장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는 비트코인이 운용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래된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내역이 담겨있다. 즉 블록체인이란 비트코인 거래 내역이 담기 일종의 거대한 원장데이터라고 할수 있다.
10분간 거래된 데이터들이 블록의 형태로 저장되어 체인의 형태로 저장되어있다.
이 데이터는 누구라도 볼수 있게 투명하게 공개 되어있다.
비트코인의 데이터를 위변조하려면 모든 사용자가 저장하거 있는 블록체인데이터를 조작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데이터를 위변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비트코인 사용자의 51%가 짜고 위변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새로운 블록을 증명하면 위변조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연결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이 경우 비트코인의 신뢰가 깨어져 가담한 51%도 손실을 보므로, 이런 공격을 가 할 이유가 없다.)
블록체인을 통해 참여자가 모두 수평적으로 데이터의 신뢰를 보장하기 때문에 현행 금융시스템에서 지불하는 데이터 신뢰의 비용은 블록체인하에서는 ‘0’이 되는 것이다.
기존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엄청났는데 블록체인을 기술을 이용한다면 그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뿐 아니라, 물류, 상품원산지 추적, 다이아몬드 이력추적, 빅데이터 전송등 그 활용분야가 광범위하다.
런던에 소재하는 디지털인증 스타트업 ‘에버레저’의 창업자 켐프의 말을 들어보면 블록체인의 활용도와 파급력을 짐작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이몬드의 디지털 지문혹은 ID를 생성합니다.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예를 들어보죠. 등급을 매기는 공정에서 다이아몬드의 가장넓은 부분이 거들에 일련번호를 매깁니다. 컷, 투명도 , 캐럿, 색상의 4C가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각도, 컷, 파빌리온처럼 특정 다이아 몬드를 구분하는 40가지 속성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의 ID가 블록체인에 기록되자 보험업자와 거래자, 고객이 그 아다아몬드의 실제 원산지와 이동경로를 확인 할수 있는 변경 불가능한 기록이 생성된 것이다.
“이런 기술을 적용하면 상아 밀렵부터 블러드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윤리적으로 중요한 공급망문제를 해결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윤리적 투명성을 세계적인 규모로 확대 할수 있습니다. ” 다이아몬드의 이력을 투명하게 볼수 있으므로 절도등 부패와 사기등이 끼어들 여지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362P
지금 우리의 블록체인 기술은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블록체인이 아직 무엇인지 모르지만 10년후에는 블록체인 없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상상할 수도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AI를 중심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에서 블록체인기술은 데이터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 기술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은 인공지능을 단순히 보조만 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직업의 변화등 사회전반을 변화시키는 핵심기술이다.
블록체인으로 야기 되는 신뢰의 혁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대비 하기 위해 흐름출판사에서 출간된, 레이첼 보츠먼지음 ‘신뢰이동’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는 세계적인 신뢰 전문가이자 옥스퍼드 대학교 사이드 경영대학원 초빙교수로서, 세계최초로 공유경제 에 관한 MBA과정과 디지털신뢰에 관한 수업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레이첼 보츠먼은 본서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신뢰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며, 신뢰혁명으로 인해 변화될 미래사회를 우리로 하여금 쉽게 예상 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