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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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의 그림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노란 해바라기가 마치 햇살마냥 꽃병 가득 주위를 밝힌다. 밤의 카페테라스는 들여다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잠 못 들게 한다.

그 밤, 카페의 웅성거림에 마음이 들뜬다.

빈센트와 테오가 주고 받은 영혼의 편지를 몰래 엿본 지 어느덧 15년이다. 20대의 한 가운데서 처음 만난 빈센트는 화가라기 보다 아련한 낭만주의자였다. 감정에 충실한 지고지순한 로맨티스트!. 이제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재회한 빈센트, 나의 빈센트는 바래 져 가던 그의 향기를 불러 다시 일으켰다.

 

작가 정여울은 빈센트의 흔적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오직 그의 숨결을 따라 떠난 여행이었다. 빈센트의 묘지가 있는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 고갱과의 모험적 공동체를 꿈꾸던 노란집이 있는 아를. 아픈 몸을 맡겼던 생레미 그리고 누아넨까지.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만 쉽게 할 수 없던 일을 그녀가 해내도록 이끈 것은 빈센트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이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빈센트는 네덜란드 준데르트 지역의 유일한 신교도였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던 그의 어머니에게 이것은 위험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만일에 대비해 그녀는 아이들을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도록 통제한다.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했던 빈센트에겐 견디기 힘든 고역이자 고통이었다. 자연을 탐구하고 세상을 향한 그의 호기심은 부모에게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시킨 빈센트는 꼭 그만큼 외면 받게 된다. 애정을 받지 못한 그는 폐쇄적이고 감정표현에 서툰 사람으로 성장하고 만다.

테오는 달랐다. 비록 4살이나 어렸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밝은 아이였고 마음 깊은 아이였다. 오직 테오 만이 그를 이해했고 그를 지켰다. 그리고 빈센트가 살아가게 하는 힘을 주었다. 어쩌면 빈센트는 테오를 통해 부모의 사랑을 대리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빈센트는 마음속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투박하고 서툰 그의 감정표현에 사람들은 부담을 느낀다. 오해하고 거부한다. 이미 부모로부터 많은 상처를 안고 있던 그는 날마다 새로운 생채기를 안고, 그림으로 치유하는 것만이 유일한 친구였다.

상처가 클수록 그림은 더 밝고 아름다웠으며 붓질은 짙어져 갔다. 짙어져 간 붓질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아려온다. 그 흔적이 사람들의 영혼을 울린다. 진심을 다해 그림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남긴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다. 그 그림을 보면 마음이 아련하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다..

소용돌이치는 노란 물결은 파도가 아니다. 파도처럼 넘실대는 한없이 아름다운 노란 밀밭에 서니 용서와 화해의 마음이 솟구친다.

원망과 미움과 괴로움은 검은 까마귀 떼에게 모두 맡긴 채 저 높은 하늘로 멀리 사라진다. 어쩌면 고흐는 모두를 용서한 게 아닐까?

테오가 고맙다. 부모의 사랑이 그리운 그를 외면하지 않고 보듬어주는 그 넓은 마음이 고맙다. 힘든 형을 위로하고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그들처럼 서로를 있는 모습 그대로 지켜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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