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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모순의 조화.
이 역설적인 제목에서 느껴지고, 그려지는 도시의 삶속에
최인호 작가는 또다른 변신의 문학세계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최인호 작가가 투병중에 쓴 장편소설이라는게 가슴이 뭉클하다.
자신을 위한 최초 전작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의 세계로 빠져보시라.
어느 날 아침 문득 잠에서 깨어보니
낯익은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낯설게 느껴진다.
지난밤의 일들이 가물가물 기억의 뒤안 길에서 낯설게 다가오고,
한 편으로는 감춰진 비밀로 끊어진 필름처럼 부분부분 생각날뿐이다.
지난밤 친구와 술 마시다 잠깐 의식을 잃고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이 일의 실마리로
기이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휴일인 토요일 아침에 울린 자명종이 의문이고, 지난밤 아내와의 잠자리가 낯설게 다가오면서 의문의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일어나 화장실에 간 K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낯설게 다가서는 일상에, 낯선 아내의 모습, 낯선 딸과의 포옹.
낯익은 사물의 익숙함이 한순간에 낯선 사물과의 이질감으로 변해 버렸고,
낯익은 사람들이 낯익은 타인으로 느껴지는 자신을 종잡을 수 없다.
카톨릭 신자로 평범하고 성실한 직장인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손색이 없이 살아온 K는
하루 아침에 달라져 버린 낯익는 모든 것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가운데 일상에서의 이탈을 시도,
맑은 정신으로는 벗어나 보지 못할 탈선으로의 자극적요법을 써본다.
또한, 의사 친구의 권유로 가족을 통하여 인지행동 치료법을 선택한 K는
오랜시간동안 연락이 닿지 않은 누이를 찾아서 만나고
누이를 통해 성적인 충동을 느끼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로 죄를 씻는 등
낯선 자기를 보면서 기이한 현상들에 대하여 불안함과 잃어버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속에
수많은 의혹과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잃어버린 기억 속의 진실을 찾아가는 K의 모험과 추적속에 빚어진
해괴망측한일들. 그 혼란함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진짜인 나와 가짜인 나는 누구이며
진짜 아내와 가짜 아내는 어떻게 구별 되어지는지.
낯익은 타인들로부터 이별을 하면서 내안에 감추인 나의 진정성을 찾아간다.
불안과 소외된 심리를 탁월하게 형상화 시킨 이 소설은 다소 몽환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봄으로써 내안의 또다른 나
즉, 도플갱어를 통하여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수같은 감수성과 세련미로
고통속에서 쏟아낸 열정의 결실로 맺어졌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참았던 욕정이 분출 된 듯,
분열된 자아가 하나로 합체가 된 순간 '나는 곧 나'로 온전한 하나가 된 K는
태초의 세계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알파요 오메가로 우리곁에 영원히 함께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