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랑시에르(1940~)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 멀리 갈 것 없이
여기서부터면 좋겠다.
눈 밝은 이들은 알고 있었겠지, 현역 철학자인 그가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분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부산국제영화제 2014. 10월 2일~11일)
그래서 이에 대한 기사는 물론이고 인터뷰도 여럿 올라왔다.
(따끈따끈 오늘자 인터뷰_씨네21, 10.16일로 추정되는_국립현대미술관.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
(그 와중에 발견한 현대미술관 카피라이트 표시. 그리고 그 밑에 굵은 글씨.
저 표어가 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떠나지 않는다. '현대미술'을 보는 것 같다)
인터뷰 중에는 "전 세계를 통틀어 철학자가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반가움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 질문도 있어서(저 팬심이라니), 영화판에 속하지 않는 그가 이곳에 위촉된 것을 묻는
상기된 얼굴을 알 것도 같았고.
이에 위트가 넘치는 랑시에르는
철학으로 영화를 바라본다는 것은 바로 영화에 관한 판단을 오직 영화전문가가 독점하게 만드는 ‘전문화’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철학으로 영화를 바라본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눈으로 영화를 본다는 걸 말합니다. 제가 초대받은 이유도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전문적 애호가(amateur)’로 초대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비전문적 애호가'라며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겸손함에
게다가 '철학으로 영화를 바라본다는 것'이
'모든 사람'의 눈으로 본다는 시적인 표현까지.
꿈보다 해몽이라고, 부산영화제가 자신을 심사위원으로 선택한 데에 대하여 이렇게도 말한다.
(아마 부산영화제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부산영화제가 나를 심사위원으로 선택한 건, 내가 영화에 대한 저서를 쓴 이론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길 원해서가 아니었을까.
누구나 비평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철학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나도 심사위원직을 수락했다.**
'비전문적 애호가'로서 영화를 보고, '영화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자크 랑시에르의 '일면'은 이해가 될까.
이에 그의 책이 있어 소개.
<이미지의 운명>이 번역 출간되었다. (2014. 5월) 다음은 출판사의 책소개.
자크 랑시에르의 미학 강의 모음집. 저자가 영화, 회화, 사진, 비디오 작품 등 현대 예술에 대한 비평을 바탕으로 예술의 종언 시대에 예술의 해방적 가능성에 대해 다룬 책이다. 1990년대부터 미학과 정치의 관계를 사유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랑시에르는 2000년을 전후해 미학을 주제로 강의하고 글을 발표했는데, 이를 모아 이 책을 출간했다.
라고 한다.
표지를 보자. 표지의 사각 프레임.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빈 프레임이지만
무언의 이미지가
당신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게 무엇인지 당신이 (꼭)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지는 난무하고 범란하고 급기야 덮쳐오며, 그것은 꼭 예술의 범주에 한하는 것도 아니며,
그것을 어떤 '이해'로 통과할 수 있을까.
저 틀을 자유자재 당신의 것으로 만들기.
당신의 프레임을 만들기. 에 대한 도움이
여기 있다고 해야할까.
쉽지 않은 길에 한 가지 위로는
철학이란 여행과 비슷하다. 여행을 떠나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듯, 철학 역시 특정 분야에 한정된 학문이 아니라 예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
라는 그의 말이려나.
참참. 그가 심사에 참여한 부산 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은
김대한 감독의 <철원기행>과 이란의 호우만 세예디 감독의<13>이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인터뷰 중에서.
**씨네21. 인터뷰 중에서.
제목은 인터뷰 중 그의 말 "누구나 비평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철학을 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변형했다.
그리고 그의 책 하나 더.
혹여, 제대로 저자들을 읽었다가는 책을 떨어뜨릴지도 몰라
표지에 흐릿하게 처리된 저자 이름들. 찬찬히 따라 읽으면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주디스 버틀러..."
그만 읽어야지. 제목은 <인민이란 무엇인가>